[장영주 칼럼](6)'재미있는 설화' – 섭지코지 선녀탕
[장영주 칼럼](6)'재미있는 설화' – 섭지코지 선녀탕
  • 뉴스N제주
  • 승인 2021.02.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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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옥황상제의 딸 선녀와 용왕의 아들 선남처럼 상사병에 걸릴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리로 오세요.
옥황상제의 딸 선녀처럼 예쁜 딸을 낳고 싶으면 이리로 오세요.
용왕의 아들 선남처럼 늠름한 아들을 낳고 싶으면 이리로 오세요.

섭지코지를 아십니까?
높이 약 30m, 둘레 약 15m에 이르는 길쭉하고 커다란 선녀바위가 있는 돌 무리가 바다에 솟아난 것을 ‘섭지코지’라 하는데요,
이곳엔 ‘선녀바위’에 대한 재밌는 설화가 있답니다.

하늘나라 선녀들이 목욕하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데 동해 용왕의 아들이 선녀들의 미모에 반해 뒤따라 하늘나라로 오르려 하자 옥황상제가 분노해 동해 용왕 왕자를 돌로 만들었다는 바위가 선녀바위인데요,

그 바위 앞에서 사랑의 맹세를 하고 혼인을 하면 훌륭하고 아름답고 예쁘고 씩씩한 아들딸을 낳는다는 전설도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지요.

예나 지금이나 선녀처럼 예쁜 딸(선녀)을 얻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랄까? 씩씩한 아들(선남)을 얻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랄까?

섭지코지는 코지(뾰족이 나온 돌무더기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비죽이 튀어나온 지형으로 위치상으로는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해안에 돌출되어 있지요.

코지 언덕 위에는 옛날 봉화를 피웠던 ‘협자연대’라는 돌로 만든 봉수대가 세워져 있는데 높이 약 4m, 가로세로 9m의 정방형으로 비교적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요.

등대까지는 철계단이 마련되어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등대 난간에 올라서면 기가 막힌 섭지코지의 해안 절경이 코앞에 펼쳐진답니다.
 
영화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천일야화’ 드라마 ‘올인’ 등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지요.

섭지코지 가는 길 신풍목장에서 오래전(2016년 12월) 제1회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창립기념 행사 및 세미나를 열었는데요,
그때 신풍목장 바닷길 올레 코스(제3코스) 및 섭지코지, 혼인지를 탐방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섭지코지 선녀탕’이란 이름을 걸고 스토리텔링 하고 있어요.

□ 섭지코지 선녀탕

오랜 옛날,
탐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이 첫사랑을 꽃피웠던 곳이 섭지코지란 말을 하는데요.
성산포와 섭지코지와 일출봉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섬이었거든요.

하늘나라 옥황상제는 아름답고 해돋이가 장관이어서 물결이 곱고 해안 절경이 뛰어나 이곳에서 선녀들이 목욕하는 걸 허락했지요.

(용궁이 보이는 바다)

용국이 보이는 바다
용국이 보이는 바다
(섭지코지 전체 전경)
(섭지코지 전체 전경)

인간 세상에서 풍취 좋고 물 맑고 눈에 띄지 않은 곳이
라 선녀들이 무료함을 달래는 데 안성맞춤이었으니까요.

어느 날,
하늘나라 선녀들이 섭지코지에 내려와 목욕하였어요.

“오늘 달은 너무 밝은데.”
“그러게.”
“이런 땐 조심해야 해.”
“왜?”
“누가 나타나 우리 옷을 가져갈는지 몰라.”
“호호, 그래서 우리 옷을 잘 숨겨 놓았잖니?”
“그런가? 그럼 안심.”

선녀들이 한참 목욕을 즐길 때 어디서 인기척이 났어요.
동해 용왕 아들이 선녀들이 목욕하는 소릴 들은 게지요.

동해 용왕 아들은 소리 나는 곳에 가까이 다가가 봤어요.

‘옷을 한 벌 가져갈까?’
선녀들이 ‘호호’거리며 한눈파는 사이 동해 용왕 아들은 선녀 옷을 찾아봤지만 몰래 감춰 뒀기에 찾을 수가 없던 게지요.

‘에라, 더 가까이 가서 몸매나 훔쳐보자.’
동해 용왕 아들은 선녀들의 미모를 좀 더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가자 이를 안 선녀들이 깜짝 놀랐어요.

“이크, 빨리 이 자리를 피하자.”
선녀들은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머리도 제대로 묶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게 아니겠어요?


“이런 모습으로 선녀들의 위신을 추락시켰으니 이제부턴 인간 세상 나들이를 금지하노라.”
옥황상제는 선녀들이 겨우 알몸만 가린 체 하늘나라로 올라온 걸 꾸짖었지요.

그래서 금족령을 내려 다시는 내려가지 못하게 했답니다.


‘아! 보고 싶다.’
동해 용왕의 아들은 선녀들의 몸매를 훔쳐본 다음부터 그만 상사병에 걸려 눕고 말았어요.

‘언제면 선녀를 만날 수 있을까?’
동해 용왕의 아들은 선녀가 남기고 간 선녀 치마 한 벌을 겨우 찾아 가져와 그걸 바라보며 선녀만 생각했어요.

이 순간 하늘나라에선 선녀 하나가 이상한 병에 걸려 있었어요.
지상 나라에 놔두고 온 치마가 매일 눈앞에 아른거리는 거예요.
그 치마가 어떤 땐 왕자로 변하기도 하고요.

‘어쩜 이런 일이?’
한 선녀의 치마만 동해 용왕의 아들에게 발견되어 치마를 잃은 선녀가 비몽사몽 하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어요.

그 선녀는 꿈을 꾸었어요.
용감하고 늠름하게 생긴 왕자가 거북이를 타고 선녀가 옷을 잃어버린 곳에 나타나는 거예요.

‘아! 왕자님.’
선녀는 왕자를 불렀어요.

‘한번 내려가 봐야겠다.’
선녀는 옥황상제께 지상 나라로 내려가길 원했어요.

“그래라, 조심하고.”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은 선녀는 지상 나라로 내려왔어요.
그리곤 치마를 잃어버린 곳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어요.

‘아! 오늘은 안 오시나 보다.’
선녀는 꿈에 본 왕자를 기다리는 거예요.

‘옳지, 저기에 치마를 다시 벗어 놓아 보자.’
선녀는 왕자가 잘 보이는 물웅덩이 절벽에 치마를 걸어 놓았어요.

(선녀탕 바위)
(선녀탕 바위)

그리고는 물웅덩이에 ‘텀벙’ 들어갔지요.

물웅덩이는 왕자가 멀리서 봐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었어요.

(선녀탕)
(선녀탕)

이 순간 바다나라 용궁에선 왕자가 아파 드러누워 있었어요.

‘선녀님, 보고파요.’
왕자는 상사병에 걸린 게지요.

‘어? 선녀다.’
이젠 헛소리까지 하니 동해 용왕은 너무 가슴 아팠어요.

왕자는 힘겨운 몸을 일으켜 세워 거북이를 불렀어요.

(거북바위)
(거북바위)

“거북아, 나 좀 저기 데려다 다오.”
거북이는 애처로운 왕자를 태우고 선녀가 왕자를 기다리는 곳에 가 보았어요.

아뿔싸, 그때는 이미 날이 밝아 선녀는 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떠난 후였다니까요.

‘아! 선녀님.’
왕자를 그날부터 식음을 전폐했어요.

어느 날 동해 용왕의 점쟁이를 불렀어요.

“매일 밤 자정에 선녀들이 내려왔던 자리에서 목욕하던 그 시간에 100일 기도를 드리면 선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점쟁이 말에,
“당장 시행 하렸다.”
동해 용왕도 왕자가 상사병에 걸려 아픈 몸을 하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픈 게지요.

동해 용왕의 왕자는 그날부터 100일 기도에 들어갔어요.

99일까지는 날씨가 좋아 자정에 기도를 드리는 데 아무 불편이 없었는데 100일째 되는 날은 이상했어요.

바다가 몹시 거칠었어요.
바람도 세차게 불었어요.

동해 용왕 왕자는 일출봉에 먼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기도 장소에 도착했어요.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일출)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일출)

‘아! 수레가 내려와 있었구나.’
동해 용왕의 왕자는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수레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100일째 되는 날이니 하늘나라에서 수레가 내려온 게지요.

그런데 일출봉에서 떠오르는 햇볕 줄기가 수레에 닿자 이상한 일이 벌어 졌어요.
수레가 동해 용왕의 왕자가 타기도 전에 ‘스르르’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이었어요.

동해 용왕의 왕자는 있는 힘을 다해 수레 끝을 붙잡으려 했어요.
힘껏 30여m 높이 허공으로 뛰었어요.

‘아차.’
수레는 이미 동해 용왕 왕자의 손에서 벗어나 잡지 못하고 그대로 멈췄어요.

이를 천리경으로 내려다보던 옥황상제는 왕자를 돌로 만들어 버렸고요.

(선녀바위)
(선녀바위)

그 후 지금까지도 동해 용왕의 왕자는 돌기둥이 되어 하얀 눈물을 흘리며 선녀를 기다리고 있다네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섭지코지’라 하고 돌로 변한 모습을 ‘선녀바위’라 하며 선녀가 동해 용왕 왕자를 기다리며 목욕했던 자리를 ‘선녀탕’이라 부르며 이 세 군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마주 앉아 있다네요.

선녀탕은 밀물 때 한순간만 물웅덩이가 되어 선녀가 왕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음을 나타낸다고 하니 선녀탕을 보고 싶으면 밀물 때를 기다려야 한대요.

사람들은 이런 아련한 추억이 잠긴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하는데요.
신혼부부들의 이곳에서 간절한 소망을 빌면 선녀바위가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속설에 많은 이들이 찾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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