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은 사람이 먼저...시도 잘 쓰는 사람이어야"
이어산 "시인은 사람이 먼저...시도 잘 쓰는 사람이어야"
  • 뉴스N제주
  • 승인 2021.01.29 22:3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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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112)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112)


□ 시의 초점 맞추기 연습

이어산시인, 평론가
이어산시인, 평론가

마술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수없는 연습과 노력을 해야만 대중 앞에 설 수 있다.

이병주의 소설 <마술사>에 나오는 내용 중에는 마술을 익히는 과정이 나오는데 몇 년인지도 모를 혼신의 훈련과정이 나온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사물의 초점을 잡기 위해 4절짜리 화선지에 어머니의 모습만을 하루에 두 장씩 750일 동안 그렸다는 내용이다.

시 역시 시의 초점을 잡기 위해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장르이고 훈련을 받지 않고 저절로 잘 쓰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다.
필자는 학창 시절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전국단위의 글짓기 대회에서도 상을 여러 번 받았다. 시집을 읽고 좋은 구절을 메모해놓은 노트가 나의 시 작업에 큰 도움을 줬다.

백일장이나 공모전 등에서 그 노트를 꺼내어 대회의 성격에 맞는 적당한 구절을 차용한 후 각색을 하고 대회의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다가 어느 대회에서 그것을 알아본 심사위원이 “노력 없이 남의 글을 적당히 베껴서 낸 사람이 있는데 큰일 날 짓을 하고 있다”라고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 작품을 예로 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도둑질한 사람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랫동안 시를 쓸 수 없었다. 사실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공부하지 않고 상 받는 기술만을 익혔던 것이다. 시작 노트를 참고하지 않고 시를 쓰려니 시가 산으로도 가고 하늘로 붕 뜨기도 하였다. 도무지 나의 시를 쓸 수가 없었다.

시 쓰기를 그만둘까 생각도 해 봤지만 시는 마약과 같아서 한 번 그 길에 들어섰던 사람은 언젠가는 다시 쓰게 된다는 것을 그 뒤에 깨달았다.

나는 운 좋게 스승님을 잘 만나서 기초부터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전에는 시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으나 “시인은 사람이 먼저고 시도 잘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내 시업 도정에 큰 등불이 되었다.

다음은 지난주에 이어서 필자가 시 공부를 하면서 메모해놓고 달달 외웠던 내용을 소개한다.
학창시절 시의 구절을 적어놓고 이용했던 그 짓을 경험삼아(?) 시 짓는 나만의 방법을 적어놓고 외우면서 익혔던 것이다.

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
1. 시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맞추자
2. 시의 주어(주제)에 맞추자
3. 앞뒤의 말이 서로 호응이 되는지를 살피자
4. 사물의 인식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살피자
5. 나도 즐겁고 독자도 즐거운 시 인지를 살피자
6. 시는 지식의 자랑이 아니다. 어려운 말도 쉽게 쓰자
7. 나의 시는 신선한가를 살피자.
8. 독자를 묶어둘 수 있는 결정적 끈을 챙기자

위의 내용은 필자가 두서없이 적어놨던 것을 그대로 옮겨봤다.
매일 외우고 실천해야 할 일들을 이렇게 적어놓고 그것이 이해될 때까지 시를 써보는 연습을 했다. 이렇게 시 쓰는 방법을 하나둘 늘리다 보니 1200여 개의 시 짓기 방법을 적은 나만의 노트가 생겼다.

그 노트는 기초부터 동서양의 시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하게 이어졌다. 체계적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 번 더 소개 하려고 한다. 여러분도 감동적인 시론이나 깨달은 시 짓기의 방법을 하나둘 적어놓고 그것을 달달 외워보라. 시가 한결 반듯해질 것이다.

■ 이주의 디카시 한 편

                                                      피장파장

피장파장
피장파장

   나무와 돌 사이에 끼어 있는 너나
   사람과 사람사이 끼어 사는 나나
 머리 아픈 생애
 헐거워 질 때까지
  그대로 살아내야 할,
                   _ 한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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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 2021-01-30 19:14:17
오늘도 어김없이 실무적인 시 쓰기의 기본에 대해서 주신말씀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시는 마약이라는 말...어릴때 좋아했지만 삶이 허전할때면 목숨처럼 살아오르던 시...아직도 모르지만 이렇게 교수님 밑에 많은 동료가 있어서 행복하고 가는 길에 힘이 많이 됩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국섭 2021-01-30 16:15:35
65년동안 피아노 조율만 하신분이
조율은 타협이라고 하면서
한음을 잡기위해 바로옆과
한옥타브 두옥타브 위의 음들에게
계속 묻는다고 하더군요
내가 이자리에 서도 되는지를
시어도 앞뒤의 말과 전체에 호응이 되는지를 조율하고 타협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상태리우스 2021-01-30 08:57:22
시 초점 맞추기 750일
쓰는 법 600개ᆢ
곰이 사람 되기 보다 어려운 과정이네요.

독자를 묶어둘 끈은 있는지 온실에 가봐야겠습니다.

피장파장, 놀라운 발견! 큰 위안입니다~
감사합니다~

송경숙/부산 2021-01-30 08:55:08
교수님!
좋은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시 쓰는 방법부터 배우고 싶습니다~
600여 개의 시 짓기 방법 나머지도 계속 올려주셔서 제대로된 시를 쓸 수 있도록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
주말 잘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한춘화 시인님!
'피장파장'
디카시 잘 읽고 배웁니다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박치준 2021-01-30 08:49:13
이번 강좌도 감사합니다
한파로 강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은 수 십번 수 백번 매일 챙겨도 부족하니 귀찮다 마시고 꼭 챙기시길바랍니다.

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 내가 시를 쓸때 무엇을 어떤 것을 담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고 진실되며 구체적 진술을 통해 시와 내가 서로 호흡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며 마지막 마침까지 흔들림 없이 마무리하여 마친다면 나에게도 독자에게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감동과 사랑이 담긴 좋은 시가 탄생 될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시를 쓰는데 최고의 스승이란 좋은 시집을 부단히 많이 읽고 쓰고 하는 것이라 말하고자 합니다. 요즘 조금 일상의 일들로 인해 시 읽기를 게을리 하였는대 다시 서둘러 제자리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