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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칼럼](1)'재미있는 설화' #프롤로그
[장영주 칼럼](1)'재미있는 설화' #프롤로그
  • 뉴스N제주
  • 승인 2021.01.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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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 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공무원 중에서 가장 많은 출판 기록을 달성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대표 장영주 작가.

너무 많은 출판에 자신의 작품인지도 잘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많은데 그의 작품에 대한 집념이나 애착은 제주인들이 갖는 성실과 집요한 끈질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유로운 시간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하고 싶었던 꿈이나 희망사항, 목표들을 정해 제주도의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되어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동문학가인 장영주 작가는 제주 유배인 광해의 일대기를 기행문 형식에 담은 '아, 광해!'(도서출판 영주)를 펴내기도 했고 제주의 돌하르방에 대한 도서를 펴내기도 했다.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이 최고 주량인 그가 하는 말은 늘 '제주다움'이다. 제주의 모든 사물, 사람, 사연이 글귀가 되는 그는 언제나 부드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사면의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의 아이들에게 해양, 대양에 대한 큰 꿈을 꿀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진작가로도 활동을 하기에 어디서나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어느덧 나이가 육십이 넘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섯살 아이들처럼 천진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사람.

장영주 작가가 뉴스N제주를 통해 ‘장영주 칼럼'인 '재미있는 설화'를 게재합니다. 그의 창작 작품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제주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 및 설화 등 이야기를 기록하는 창구가 될 것입니다.

한편, 장영주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민속사진연구회) 회원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동화섬 이사장 △도서(개인 전자)출판 영주 대표 △공무원최고기록(기네스북·400여권·중복있음)등재△신지식인등재 △제주대학교와 한라대학교 겸직교수 지냈으며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입니다.

또한 장영주 작가는 교육학 박사, 저서 출판 다수로 명예문학박사 학위 취득, 아동문학 평론가, 대한민국독서대전추진위원, 작은도서관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뉴스N제주에 칼럼을 혼쾌히 게재해주신 장영주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장영주 박사의 칼럼을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원합니다.[편집자 주]

■재미있는 설화 [스토리텔링1]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1=장영주 작가

주) 제주도는 1만 8천여 신들의 고향이라 한다. 그 신들의 중심에 설문대할망이 있다. 설문대할망은 탐라를 창조한 창조신으로 한라산을 만들고 오름 400여 개를 만든 거 여신이다.

그가 만든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계곡이 형성되고 있다. 그 계곡에는 폭포가 있고 폭포 아래는 물웅덩이가 자연 형성되어 선녀들의 목욕탕 역할을 한 곳이 여럿 있다(바다에도 선녀탕이 있다).

이제 이를 한데 묶는 설화퍼즐사진그림 스토리텔링을 선보임으로 탐라문화역사의 현장감을 맛보는 스케치를 연재하고자 한다.
제주 선녀탕에 이어 북한 선녀탕, 코로나가 종식되면 남한 선녀탕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계속 이어질 것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
연재의 사진 및 스토리텔링은 장영주 설화전문박사가 맡았다.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2=장영주 작가

무릉도원을 아십니까? 필자는 오래전(1970년대)에 무릉리라는 곳에서(마을회관 공간) 태권도 체육관 사범을 하며 무릉도원이란 말을 종종 들은 기억이 있다.

옛날, 한 선비가 있었는데 집안이 너무나 가난하여 글공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눈 담을 쌓아 찬바람과 추위를 이기려 그 속에 들어앉아 책을 읽다 깜박 잠이 들었지요. 선비는 잠결에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온갖 새들이 우짖는 무릉이란 곳이었지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3=장영주 작가

선비는 그곳에 있는 정자에서 배고픔과 시름을 잊은 채 글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행복에 젖어 있다가 깨어보니 꿈이었다 하는군요. 그때부터 싸움도 없고 시기도 없고 질투도 없이 행복하게 사는 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르지요. ‘유토피아(utopia)’이지요.

이런 이름이 붙은 곳이 신도린대요. 신도란 '새로운 무릉도원을 뜻한다' 합니다.

이곳 신도리 바닷가에 도구리 네 개가 총총히 있는데요,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요.

큰 도구리는 바다와 가까이 있어 해산물을 보관했고요, 작은 도구리 세 개는 얼른 옷을 벗고 풍덩 뛰어 들고픈 마음이 드는 아담하고 편안한 물웅덩이로 옛날 하늘나라 선녀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하여 선녀탕이라 불리는데요, 표지 사진 네 컷 중 위 세 컷이 작은 도구리로 ‘도구리 선녀탕’이라 부를게요.

‘도구리 선녀탕’ 사진=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사진4=장영주 작가

◇도구리 선녀탕 스토리텔링

오랜 옛날, 하늘나라에 경사가 났습니다.
수백 년을 기다리고 애태우고 고대하던 공주가 탄생한 겁니다.

왕자는 도술공부 한답시고 놀기만 좋아하며 용궁이며 고륜산에 툭하면 가출하는 못된 자식이라 언제면 착하고 예쁜 공주가 탄생하나 기다렸는데 하늘나라에 공주가 태어났으니 이보다 더한 경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여봐라, 잔치를 베풀어 이 기쁨을 백성들과 나누도록 하라.”

옥황상제는 입이 함박만큼 벌어지더니 황후의 손을 붙잡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거예요.

하늘나라에 잔치 준비로 분주할 때였어요.

“옥황상제님, 이럴 때 하늘나라에 없는 지상나라의 음식도 잔칫상에 올리는 게 어떨는지요?”

한창 잔칫상을 준비하던 대신이 옥황상제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어요.

“오오! 그것참 좋은 생각이오. 당장 시행 하렸다.”

옥황상제는 매일 먹는 천도복숭아와 은근히 퍼져가는 향 내음, 휘황찬란한 빛을 내는 연못이 지겹게 느끼곤 하던 차에 대신이 지상나라 음식을 준비하겠다니 기분이 너무 좋았던 것이지요.

“칠선녀는 들어라. 지상나라로 내려가 하늘나라엔 없는 소라를 따 오너라.”

칠선녀가 한대 모여 옥황상제가 먹다 남긴 천도복숭아를 몰래 나눠 먹다가 갑작스레 대신의 명을 받게 된 것이지요.

“자, 빨리 서두르자 구나. 꿈틀대다가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르니.”

이때, 칠선녀 중 한 선녀는 정신없이 허둥대다가 천도복숭아를 입에 문 채 대신의 명을 받들게 되었지요.

칠선녀는 천궁의 문이 열리며 나타난 칠색 무지개다리를 타고 스르르 지상나라로 내려오는데,

“어머! 저길 봐? 저게 초가집인가 봐.”
“어디? 어디?”
“저어기.”

칠선녀는 세상 처음 보는 지상나라 사람들이 사는 초가집을 구경하게 되니 소리를 지르다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입에 물었던 천도복숭아를 초가집 마당에 떨어트렸지 뭐예요? 

그 천도복숭아는 어느 마을 초가집 우녕밭(제주말)에 떨어지고 있음을 눈치 채진 못했고요.

칠색 무지개다리를 타고 내려온 칠선녀는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 넋을 잃고 말았어요.

“야! 지상나라도 하늘나라보다 더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줄 까맣게 몰랐네.”
“그렇게.”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될까?”
“무슨 큰일 날 소릴….”
“누가 알아? 총각 어부가 나타나서 우리 옷을 가져가기라도 하면 우린 영락없이 여기 있어야 하잖아".”
“점점 이상한 소릴 하네.”

칠선녀는 제마다 한마디씩 말을 하며 신도리 바닷가 풍경에 빠져 있었지요.

“어디 가서 소라를 따나?”
“어! 저기 있어!”

칠선녀는 부지런히 소라를 땄어요.
소라를 따다 큰 도구리에 넣고 또 따다 넣고 했지요.

“자, 이 정도면 될 것 같애.”

칠선녀는 이마의 땀을 씻어내며 흐뭇한 기분이 들었지요.

“요놈 소라는 천도복숭아 보다 더 맛있게 생견네.”
“그러게.”
“얘, 우리 소라 맛 좀 볼까?”“뭐라고, 큰일 날 소리….”
“그냥 해본 소리야.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눈 부릅뜨고 천리경으로 우릴 내려다보고 있을 건데.”
“에공, 난 소라를 딸 때 치마를 가슴까지 올렸는데…. 옥황상제가 미끈한 내 다리를 보았겠네.”
“아닐 거야. 옥황상제도 그만한 눈치야 없을라구. 눈을 가렸겠지?”

칠선녀는 지상나라에 내려오며 말하던 차례로 소라를 따던 일을 말하는 거에요.

칠선녀는 큰 도구리에 가득 찬 소라를 광주리에 나눠 담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려 칠색 무지개다리가 내려오길 기다렸지요.

“에구, 심심해.”
“그렇지?”
“우리 여기서 목욕이나 하고 갈까?”
“뭐라고, 큰일 날 소리….”
“아무도 없는데 괜찮을 거야. 우리가 목욕하는 걸 누가 훔쳐볼라구.”
“아닐걸, 옥황상제가 천리경으로 볼는지 누가 알아?”
“에잉,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칠선녀는 어쩜 말하는 순서도 똑 같고 말하는 솜씨도 똑 같았어요.

“그래, 칠색 무지개다리가 내려올 때 까지만 얼른 목욕을 하자구나.”
“좋아, 좋아.”

칠선녀는 작은 도구리 세 개에 나눠 옷을 훌훌 벗어 놓고 은근히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목욕을 즐겼지요.

그래서 작은 도구리 세 개는 칠선녀의 목욕탕이 된 셈이지요.

아니, 도구리 선녀탕이 된 것이지요.

하늘에 날이 햇살이 비췄어요.
하늘나라에서 칠색 무지개다리가 내려왔어요.

칠선녀는 주섬주섬 선녀 옷을 입고 칠색 무지개다리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갔지요.

오랜 세월이 흘렀어요.[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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