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25)기사보다는 청결
[경제인 칼럼](25)기사보다는 청결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1.01.16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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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만난 제주인, "아, 제주마씸?"
[김택남 자서전]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기념에 맞춰 '제주경제인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그 첫 순서로 선보인 김택남의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라는 내용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감동의 후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되는 단락의 제목은 '이익교량의 법칙'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익 교량의 원칙 利益較量의原則 어휘 혼종어 매체 : 언론의 자유와 다른 사회적 권리가 충돌할 때, 이 양자를 이익의 측면에서 비교하여 언론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원칙.

그 첫 순서로 이번에 올린 '기사보다는 청결'이라는 제목은 김택남 회장이 천마그룹을 운영하면서 '제민일보' 인수후의 직원들과 자신의 마음자세에 대한 내용을 서술했다.

대개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마음가짐'일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의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날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해서 비는 것처럼, 공직에서 승진하거나 어떤 일이 생기면 4.3공원에 찾아가는 일 등이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김택남 회장이 '제민일보'를 인수후 바라본 생각은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정리 정돈도 하면서 새로운 마음먹기를 통해 회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사람들은 청소를 하면서 집중하게 된다. 그 집중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청소가 끝난 후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청소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나 날짜가 지나면 원 위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습관을 들여놓으면 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는 청소하는 것이 전부 돈을 줘야만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엔 집앞이나 동네 골목 등은 스스로 청소하고 치웠는데 이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사회가 왜 이렇게 각박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대청소의 날을 정해 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자신이 일하는 곳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분업화라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대청소하는 시간이 사라진 게 너무 아쉽다.

그 청소하는 과정에서 다시 책상이나 장비를 재배치하면서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이고 또한 단합도 생기고 팀웍도 짙어지는 것이다.

여하튼 김택남 회장이 대청소하겠다는 생각을 자신의 뜻대로 실천하면서 직원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은 조직의 단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직원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생각이 젖어드는 것이다.

지금은 깨끗한 환경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제민일보 김택남 회장과 직원들은 종종 주위를 대청소하면서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여주는 것, 그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김택남 회장의 두 눈으로 보는 눈이 정확한 것은 자신의 과거에 경험한 것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깨끗함이란 정리정돈의 결과물이다. 신문은 정리정돈 하는 것이다. 날짜별로, 항목별로, 주제별로 다양하게 정리정돈 하는 것이다. 즉, 청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주말을 맞아 안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데 모든 독자분의 안전을 기원하며 김택남 회장의 '제주소년, 꿈을 투망하다'가 종착역을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이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과 우리 가족이 함께 대청소하는 날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오늘도 좋은 시간이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막 글을 읽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을 때 내 꿈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우리집의 유일한 달력은 국회의원이 선물해준 것이었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근방의 친척집 모두 같은 달력이 걸려있었다.

집집마다 걸려있는 그 달력을 보면서 내 이름자 새긴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이 50년이 지나서 이뤄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비록 천마 식구들과 서로를 알기 위해서 끝없는 줄다리기를 해야 했지만 제주 귀향은 나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주었다. 어린 날의 익살이 남아 있는 친구들과 격의 없는 술자리도 좋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지척에서 모시는 것도 기뻤다. 무엇보다도 타향살이를 끝내고, 내가 꿈꾸던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가슴은 뿌듯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1년이 채 가지 못했다.

“제주는 저렇게 좁은 섬에서 선거만 하면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나?”

제주와 포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던 때의 일이다. 포항에서 일을 마치고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뉴스에서는 제주소식이 흘러나왔다. 당시,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후보들의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전국뉴스에서도 제주의 갈등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었다.

당신들이 뭔데, 제주에 대해 비난을 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도지사선거부터 상공회의소선거까지 선거만 하고 나면 후폭풍처럼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군기지건설과 영리병원문제까지 주민들끼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중이었다. 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라는 명분아래 제주도민의 소득은 16개 시·도에서 끝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주민 간의 갈등으로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제주 생활 1년 만에 나는 제주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었다. 육지에서는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발 벗고 뛰고 있는데 작은 이익에 서로의 발을 묶어 놓는 제주의 현실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들을 만났다. 공무원도 만나고 교수들도 찾아다녔다. 부르지 않아도 쫓아다니며 제주가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단합과 화합이 필요하다, 제주도민을 위해서 관광산업과 감귤산업 외에 새로운 산업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행동이 없었다. 제주의 시계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았고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건 퇴보에 불과했다.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제민일보 진성범 대표를 만나게 됐다. 대부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서로 인사를 하면서 안면을 익히는 것이 점잖은 자리의 예의다. 하지만 원래 예의 차리고 격식을 갖추는데 관심이 없던 나는 처음부터 제주언론에 대해 평소 가졌던 마음을 속 터놓고 이야기했다.

언론이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의무도 있지만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책임도 있다. 학교 친구 간에 싸움을 화해시키려면 서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해줘야 하는데 현재 제주언론은 서로의 잘못만 밝히며 상처를 헤집고 있는 것 같다.

제주사회의 발전과 도민통합을 위해서 언론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언론에 대한 서슬 퍼런 비판을 퍼붓던 내가 황당하기도 했을 텐데, 진성범 대표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제민일보.방소 사옥 전경

당시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민일보’를 인수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평생 제조업만 하던 내가 어떻게 언론사의 사주가 되겠냐며 거절하고 돌아왔지만 도민을 계도하고 의식을 바꾸기 위해 언론사를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마의 신규 사업이 막 시작돼, 인수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지만 좀 더 건전하고 발전적인 제주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경영상의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민일보 인수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 국회의원이 준 달력을 보며 꾸었던 꿈이 신문을 발행하며 이뤄진 셈이다.

처음 제민일보 인수를 결정하고 상견례를 위해 찾아간 제민일보의 환경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시설의 좋고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등불인 언론사의 환경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어수선하기만 했다.

기자들의 책상 위에는 온갖 보도자료와 취재자료로 어지러웠고 주변의 환경도 책상 위와 다르지 않았다. 마치 내일 떠나도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의 자리처럼 보였다.

답답해진 나는 진성범 대표를 만나, 대청소를 제안했다. 처음 사주로 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청소부터 하자고 주장하니 진성범 대표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기자 출신인 진성범 대표는 기자의 입장에서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치워도 내일이면 도로 이렇게 됩니다. 매일 들어오는 보도자료도 있고, 취재자료도 많고요. 치워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차차 사내청결에 관심을 갖겠다고,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살면서 한번도 오늘 일을 내일로 미뤄본 적이 없는 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대청소해서 기사를 쓸 시간이 없으면 내일 아침에 휴간을 해도 좋습니다. 제1면에 제민일보 대청소 관계로 오늘은 신문을 발행할 수 없습니다. 제목 달고 나가도 괜찮습니다.”

제주에서 자존심 높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제민일보의 기자들은 제조업출신 CEO인 내가 언론사의 회장이 되는 것에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였다.

도민중시, 정론구현을 사시로 내건 도민의 신문 제민일보는이제 소외계층과 약자에 대한 관심, 제주 발전에 대한새로운 시각을 담은 신문으로 도약, 발전해야 합니다.-제민일보 회장 취임사 중에서 -
도민중시, 정론구현을 사시로 내건 도민의 신문 제민일보는이제 소외계층과 약자에 대한 관심, 제주 발전에 대한새로운 시각을 담은 신문으로 도약, 발전해야 합니다.-제민일보 회장 취임사 중에서 -

그런 내가 처음부터 청결을 강조하며 청소를 지시하니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기자가 기사만 잘 쓰면 되지, 무슨 청소냐, 괜히 청소했다가 자료를 잃어버리면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기자들의 반발에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은 공장을 방문할 때, 화장실의 청결 상태, 공장 앞 나무의 건강 상태, 공장 사람들의 두발 상태를 눈여겨 보았다고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것은 조직의 주인의식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이 없는 곳에서 청결을 기대할 수가 없다. 당시 제민일보의 상태는 최소한의 주인의식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휴간을 해도 좋다며 배수의 진을 쳤고 나의 강력한 제안에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이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아주 젊었던, 현대중공업을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니 외국에서 기술 이전된 기술서나 도면들이 텔렉스(*텔렉스 : 인쇄 전신망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제 전문 교환 서비스. 가입자는 전화기의 다이얼 등으로 상대 가입자를 불러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로 타전됐다. 텔렉스로 들어온 자료를 번역해서 이재영 부장님에게 보고하고 그에 따른 자료를 조사해야 했다.

작은 전기 부스덕트부터 거대한 플랜트의 설계도까지 다양한 기술서가 텔렉스로 들어왔고 번역에, 그에 따른 자료까지 보관해야 할 서류들이 많았다.

늘 상사들은 부하직원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언제나 갑자기 자료를 찾았다. 다른 직원들은 받아놓은 텔렉스를 찾기 위해 허둥거렸지만 나는 명령과 동시에 자료를 찾아냈다.

모든 자료에 들어 온 날짜와 내용을 정리해서 분류해 보관했기 때문이다. 처음 자료를 분류할 때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으면 자료를 찾는 것도 활용하는 것도 쉽다.

처음 분류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제민일보 식구들에게 이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정리를 하고 나면 기사를 쓰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만큼 쉬워진 다는 걸.

기존 방법이 익숙하긴 하지만 그것이 꼭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 초반 진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는, 발전은 초반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걸, 우리 사회의 여론을 만들어 내는 기자들이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다.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고 나면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없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다행히 청소를 끝내고 무사히 기사도 나와 평소처럼 신문도 발행되었다. 무엇보다 기자들도 젊은 날의 나처럼 자료를 정리하고 분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나중의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사고를 갖게 됐다.

내 가족을 소중하게 대하고 내 물건은 아끼며 사용하듯이 직장에 서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주인 의식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주인의식은 의지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내 주변을 살피고 정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기자들은 하찮게 생각한 청소지만 효율적인 업무와 주인 의식을 갖게 하는 나만의 특효약이 되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도 청결하고 깨끗하게 정리한다.청결은 주인의식의 척도이고 주인의식은 성실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도 청결하고 깨끗하게 정리한다.청결은 주인의식의 척도이고 주인의식은 성실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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