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칼럼]"디카시,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의 최적화된 詩"
[이어산 칼럼]"디카시,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의 최적화된 詩"
  • 뉴스N제주
  • 승인 2020.12.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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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107)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107)

□ 디카시에 관하여
이어산 시인. 평론가
이어산 시인. 평론가

요즘 디카시의 붐이 일고 있지만 아직 디카시를 정확하게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디카시의 개념과 디카시 쓰는 방법을 다시 올립니다. 

그동안 필자는 많은 시론을 소개했고 현대의 문자시는 자신의 숨겨둔 내밀한 비밀이나 일기장 속에 암호로 남긴 연인의 이름 같은 존재, 그것이 현대시가 추구하는 시 작법임을 강조해 왔다.

이런 시에 대한 오랜 인식에 일격을 가한 사건이 있었으니 ‘디카시’의 등장이 그것이다. 

디카시가 등장하기 전에도 시(詩)에 사진을 덧붙이거나 사진에 알맞는 시를 결합한 사진시(寫眞詩/photo poem)는 있었다.

이것의 일방은 사진이나 시를 치장하는 역할에 그치므로 오히려 서로의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여 왔기에 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디카시는 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시적 대상이 포착되어 순간적으로 떠오른 서정적 감성이 있을 때 그것을 찍고 방금의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시상(詩象/Image)을 영상과 1:1로 결합하여 SNS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현장성과 즉물성이 강조되는 시의 새로운 장르다.

그래서 디카시를 생선처럼 퍼덕거리는 시라는 뜻의 날시(生詩)라고 하는 것이다.

디카시는 영상이나 시를 분리하면 작품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나 사진에서 다 말하지 않은 것을 서로가 함의하고 있으므로 시의 본질을 확대 재생산하는 디지털 멀티언어 시대의 최적화된 시다.

그러므로 찍어놨던 사진 중에서 골라 시를 덧붙이거나 써놨던 시에 적당한 사진을 덧붙이는 것은 디카시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시인 본인이 직접 찍은 시적 대상이어야 한다. 
남의 사진에 시를 덧붙이는 것은 디카시가 아니고 작품도 아니다.

가끔 남의 사진을 퍼와서 시적 언술을 덧붙인 것이 발견되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에 문자를 덧붙인 것도 디카시가 아니다.

다만 떠오른 시적 대상이 포착되었을 때 먼적 찍고 메모하여 그 감성을 살려 낸 디카시는 시간적 차이가 있을지라도 허용하는 쪽으로 확장해 가는 추세다. 

국립국어원 발행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디카시 개념을 살펴보자.

디카-시(←digital camera詩)
디카-시「명사」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언어의 개념을 확장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멀티언어 예술’ 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글쓰기(멀티언어 글쓰기)가 일상화 된 현실에서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써서 SNS로 소통할 수 있는 디카시는 이제 시대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기존의 문자시를 약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자시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현대인의 영상을 결합하는 형태이므로 현대시를 더욱 보완, 강화하는 것이다.

생활의 일부분이 된 스마트폰 영상을 시에 접목시키므로 이 시대에 최적화 된 문학장르다.

지금으로부터17년 전, 디카시의 개념을 체계화 시킨 사람이 바로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이상옥 교수다. 그러므로 '디카시'라는 새로운 시문학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 됐다. 

세계 각국에서 디카시를 배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한결같이 대한민국에서 발원한 새로운 '문학한류'로 인정받는 이유다. 

이제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되어 명실상부한 문학의 한 장르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2019년 6월4일 고등학교 2학년 전국단위 모의고사 국어영역에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 <수련잎 초등학생>이 출제되어 디카시 창작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양다리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바쁘더니
저길 들락날락하더군
팍팍하던 당신 삶은
좀 펴졌나요 

- 고바다


시적 대상을 발견하면 이렇게 쓰면 된다. 

영상과 시적 언술이 절묘하다. 비도덕적 생활을 하는 듯한 사람, 또는 술집을 제집 드나들 듯이 하는 사람을 비꼬면서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은 해학적 울림을 주고 있다.

완벽(完璧)

   고귀한 목련가지가
   따스한 햇살로
          마음씨 고은 봄을 싹틔우고 있다

  - 신현준 

마음씨고운 햇살이 벽을 따뜻하게 비추고 목련가지는 그 쪽으로 뻗쳐서 봄을 싹틔운다는 시적 발상이 좋다. 사진과 시가 반반의 역할을 담당하여 수작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왜 굳이 디카시는 다섯 행 내에서 써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것은 사람의 평균적인 기억력에 근거한다. 즉, 떠오른 시상을 스마트폰 등에 옮겨 쓸 때 다섯 행 이상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디카시는 다섯 행 내의 짧은 시를 쓰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디카시’의 들불이 붙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들불이 되어서 문학한류의 또 다른 현상이 돼가고 있음에 자긍심을 느낀다.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이 급하게 발표하는 것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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