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21)크리스마스의 선물
[경제인 칼럼](21)크리스마스의 선물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0.12.18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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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만난 제주인, "아, 제주마씸?"
[김택남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기념에 맞춰 '제주경제인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그 첫 순서로 선보인 김택남의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라는 내용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감동의 후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이번에 올린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는 주제는 김택남 회장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어떤 마인드로 일을 임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을 제대로 막상 하려면 무수한 난관들이 앞에 놓여져 있다. 그러한 난관을 이겨낸 사람만이 기업가로서 성공의 와인잔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공사나 일을 진행하면서 안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은 포기하거나  혹은 도전하는 두가지 유형이 있는데 김택남 회장은 현대 정주영 회장의 '해봤어?' 정신을 이미 몸에 스스로 체득한 지라 두려움 없이 불도저처럼 행하는 도전정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엔 사업을 하면서 밤과 낮은 물론 공휴일이란 것도 모르고 일을 하며 공기(工期)를 제대로 맞추면서 사업을 성공시켰다. 

지금은 주말엔 무조건 쉬는 분위기라서 과거처럼 그렇게 했다가는 직원들의 외면으로 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과의 의사소통만 잘 되면 못할 것이 없다.

여기서 회장,  리더의 근성이 나오는 것이다. 리더는 전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자신만의 만족보다도 그 일이 성공했을 때 직원들의 행복한 미소까지도 상상하며 일을 해야 한다.

공휴일에 그것도 요즘같은 날씨에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돌기 시작하면 일하는 능률도 안 오른다.

그러한 분위기를 잘 잡아줘야만 함께 성공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타이밍이란 것이 있다. 김택남 회장이 말한 모든 어려움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는 믿음,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직원에게 심어주기 위한 타이밍. 그때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선물인 셈이다.

그래서 리더의 눈은 정확한 쌍안경과 망원경 두개를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전체를 보는 것과 깊게 볼 수 있는 능력.

김택남 회장이 신축공사를 통해 얻은 성취는 단순히 공사비만이 아닌 직원들에 대한 사랑과 직원들이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얻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어려워지고 회사가 힘들어지고 있을 요즘, 직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줄 수 있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기에 그 한마디가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는 요즘, 절실히 필요하다.

"00씨, 당신이 최고야", "당신이 있음으로 인해 행복합니다"

점점 깊어가는 천마기업 김택남 회장의 이야기가 다음 편을 기대케 하는 지금,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주위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왜 아직도 허가가 안 나오는 거야?”

(주)천마종합건설이 재단법인 국제도덕협회의 신축공사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공사를 맡은 것은 10월인데 12월이 넘도록 허가가 나지 않았다.

올림픽 100m달리기 출발선 위에 섰는데 심판이 출발 총소리를 울리지 않는 것과 같았다. 공사가 지연되니 답답하기만 했다. 나의 질책에 담당자의 해명이 시작됐다.

“그게, 인접 진입로가 폭이 6m 이상 돼야 하는데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담당자의 말을 잘랐다.

“그래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과정 없이 결과만 보고 받는 것이 내 오랜 습관이었다. 성격이 급한 덕에 차근차근 설명을 듣지 못하거니와 내가 사정을 안다고 해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안도 담당자의 몫이었다.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 해결책을 제시하면 담당자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가 없다.

“아직 지주(地主)와 협상 중에 있습니다. 협상이 끝나면 곧 공사를 시작할 수가 있을 겁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축할 때는 여러 사람들의 이익이 얽혀있다.

내 집 앞에서 공사를 진행하는데 환영하는 이웃들도 별로 없는데다가, 자기 땅의 일부를 길로 낸다고 하는데 무조건 승낙할 지주도 흔치 않다.

“토지 협상이 언제 끝나는데?”

곧 협상이 완료된다,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고만 수없이 들었다. 담당직원은 정확한 날짜를 대지 못했다.

이익이 얽혀 있으니 매듭을 푸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협상이 끝날 때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나는 담당직원에게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호통을 쳤다. 기존의 방법만을 고수해서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회장인 내가 매일매일 보고를 받을 태세였으니 담당직원은 아마도 애가 탔을 것이다.

명문화된 건축법을 어길 수는 없는데 자꾸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윽박을 지르니 머리를 쓰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결국 담당직원은 시청에 가 진입로 어느 부분의 폭이 6m가 되지 않는지 실측해 보자고 제안했다.

실측한 결과, 4~50m가 되는 진입로의 폭은 대부분 6m 이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되었다.

그런데 몇몇 구역의 폭이 6m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담당직원은 문제가 된 구역의땅 주인과 협상에 들어갔다.

다행히 길은 양쪽 구역이 있기 때문에 오른쪽 구역의 땅주인이 심하게 반대를 할 경우, 왼쪽의 땅주인과 협상을 진행했다. 좁은 구역으로 나눠서 협상을 진행하니 예정보다 협상이 빨리 마무리됐다.

세상에는 안 되는 법이 없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서 99번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전구를 만들 수 없는 99가지의 방법을 찾았을 뿐이라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으면 언제나 해결책은 나오기 마련이다.

실측을 하지 않았다면 전체적인 도로정비를 통해서 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니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었다.

모든 지주와 협상이 마무리 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12월 23일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작업을 하지 못하니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나는 그 보고에 또 소리를 질렀다.

“크리스마스에는 왜 일을 못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일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는데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하며 그 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건축주에게 연락을 하고 담당직원을 호출했다.

일을 도와줄 몇 명의 석공들을 불러 크리스마스 전날에 일을 시작했다. 건축주도, 담당직원도 울상이었다.

기존 도로의 돌담을 허물고 폭 6m가 되도록 도로의 돌담을 다시 쌓는 작업이니 몸도 고됐고, 일 년의 몇 번 없는 휴일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바빴고 어린 아이처럼 들떴다. 흐뭇한 내 마음처럼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작업이 다 끝나고 담당직원은 볼멘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회장님, 오늘 도로를 넓혔다고 바로 허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허가 나오고 공사를 시작하려면 연초나 돼야 하는데 12월 24일, 25일에 작업을 마치셔야 합니까? 휴일이라고 석공 아저씨들 임금도 더 많이 드려야 하는데….”

고된 노동에 얼굴이 붉게 상기돼 하소연하는 직원에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투덜거리는 직원들을 소주로 위로하며 국제도덕협회의 진입로 일을 마무리할 수가 있었다.

재단법인 국제도덕협회 진입로 나와 천마직원들에겐 제주 해안도로보다 아름다운 길이다.우리의 땀과 노력이 돌담 하나하나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국제도덕협회 진입로 나와 천마직원들에겐 제주 해안도로보다 아름다운 길이다.우리의 땀과 노력이 돌담 하나하나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국제도덕협회 건축공사가 시작되고 공사를 감독하기 위해 담당직원과 그 길을 지날 때가 잦아졌다. 그 직원은 눈 오는 날, 고된 노동을 하느라 이후에 며칠을 몸살감기로 고생해야 했지만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그 날의 기억으로 뿌듯해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회장님 고생해서 닦아 놓으니까, 이 진입로 중에 여기가 제일 번듯한데요.”

그제야 나는 왜 크리스마스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일을 진행했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게 일하는 보람이야, 남들 일할 때 일해서는 그 보람을 얻기 힘들어.”

성취는 고생한 만큼 얻는 것이고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해야 애착도 생기는 것이다.

비록 크리스마스이브에 길을 넓히느라, 직원 말대로 더 많은 비용이 필요했고 직원들의 불만도 사야 했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어려움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는 믿음,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할 수 있는 자신감은 그날이 아니라면 우리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힘든 선물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재단법인 국제도덕협회 진입로 나와 천마직원들에겐 제주 해안도로보다 아름다운 길이다.우리의 땀과 노력이 돌담 하나하나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국제도덕협회 진입로 나와 천마직원들에겐 제주 해안도로보다 아름다운 길이다.우리의 땀과 노력이 돌담 하나하나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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