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티블렌딩연구소
◇차, 백가지 꽃 이야기(2)동백꽃차 이야기
겨울을 대표하는 꽃나무인 동백이 색색의 꽃으로 피어 숲길과 가로수길에 예쁘게 피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백꽃은 제주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타오르는 붉은 정열과 붉디붉은 젊음과 그리고 열망이 송두리째 떨어져 서러운 눈물은 다시금 뿌리속에 묻혀 새로운 희망을 위해 추운 겨울날도 모질게 견디어 초록의 잎으로 혹은 빨간 꽃잎으로 피어나는 듯 하다.
동백꽃은 꽃송이 전체가 바닥에 떨어져 굽히지 않는 절조와 같음이 아닐까.
보는 이들에게 애잔함과 서글픔을 더욱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도 돌담에 떨어진 꽃잎들을 보면 괜시리 마음 한켠이 뭉클해 진 적이 있다. 뭉클한 마음은 잠시 뒤로 하고 동백꽃차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꽃말은 진실한 사랑, 겸손한 마음,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서양에서는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선물한 동백이 수집의 시초가 되고 19세기 튤립꽃처럼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향수로 유명한 샤넬의 시초자 코코샤넬이 좋아한 동백꽃이자 샤넬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
동백꽃은 애기동백(Camellia sasanqua Thunb.)과 동백(Camellia japonica L.)으로 나뉠수가 있다. 또 흰동백,겹동백,뜰동백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동백은 쌍떡잎식물 물푸레나무목 차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향기가 없는 꽃은 동박새를 불러 꿀을 제공해 주며 새를 유인하는 조매화(鳥媒花)의 하나이다.
새는 향기가 없어도 붉은색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시간에 말한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1836년 권문해의 대동군부옥(大東韻府群玉)에 선조들이 마셨던 茶들 중 산다화(山茶花)라는 동백꽃차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유박이 지은 조선의 화훼백과인 [화암수록(花菴隨錄)]에는 화목구등품제를 적어 놓았는데 동백은 3등품에 기록을 하고 있다.
[동백]
-신선같은 벗(仙友)
-산의 차 (山茶)
-홑꽃으로 눈 속에 피는 것이 동백이니, 화보(花譜)에서 말하는 일념홍(一捻紅) 이다. 봄에 처음 피는 꽃은 춘백(春栢)으로 화보에서 말하는 궁분다(宮粉茶)이다. "천엽금사(千葉金絲)의 보주다(寶珠茶)가 가장 귀하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화암수록》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러 품종의 꽃이름을 잘 알지 못하고서 동백을 산다라 하고······"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이 두 가지 이름을 다 같이 사용함으로써 혼동이 있었던 것 같다.
화암수록-유박지음.-휴머니스트/동백-(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3. 10., 이상희)
[다산 정약용] 의 동백에 관한 글
산다는 남쪽지방에서 나는 가목(佳木)으로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는 "산다는 키가 높고 꽃의 크기가 치를 넘으며 색깔은 붉고 12월에 핀다"라고 되어 있다.
《본초강목》에는 "산다는 남쪽에 나고 잎은 차나무와 매우 닮았고 두터우며 한겨울에 꽃이 핀다"라고 하였다. 소식(蘇軾)의 시에 "불꽃같은 붉은 꽃이 눈속에서 핀다(爛紅如火雪中開)"라고 하였다.
내가 강진에 있을 때 다산(茶山)에 많은 산다를 심는 것을 보았다. 그 화품은 적으나 잎은 겨울에도 푸르고 꽃이 많이 달린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윤기가 나고 아름답게 보이므로 부인들이 소중히 여긴다. 정말 훌륭한 꽃나무이다. 그런데 조선사람들은 산다를 동백이라고 부르고 있다.
봄에 꽃이 피는 것을 춘백이라 하는데 대둔산에 이 꽃이 많다. 동백을 전에는 취백(翠柏) 또는 총백(叢柏)이라 했고 한청(漢淸)의 문감(文鑑)에는 강오(岡梧)라고 했다. 동백 -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3. 10., 이상희)
이처럼 동백을 불리우는 이름이 다양하였던 것 같다. 애기동백과 동백나무는 학명이 엄연히 다른 나무이다.
동백은 열매, 어린잎, 꽃잎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다.
또 종자는 동백기름으로 또는 화장품이나 공업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주로 凉血(양혈), 지혈, 散瘀(산어), 消腫(소종)의 효능이 있고 월경과다, 산후출혈, 화상, 타박상 등에 쓰이며 탈모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애기동백은 기름으로 많이 쓰이며 일반 동백꽃으로 꽃차를 만든다. 꽃으로는 설탕에 재어 발효액을 만들기도 하며 샐러드나 꽃 비빔밤에도 훌륭한 재료로 쓰이고 동백꽃 음료나 잼 등을 만들어 약선음식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필자도 요즘 동백꽃차 만들기에 열중인데 노오란 수술이 금실을 잔뜩 수놓은 듯 화암수록(花菴隨錄)에 천엽금사(千葉金絲)라는 표현이 과연 와 닿는다.
동백꽃차는 100도 끓는 물에 2-3그램을 넣어 2분정도 우림 한 후에 마시는데 성미(性味)는 맛이 달고 쓰고 매우며 서늘하고 귀경(歸經)으로는 간(肝)과 폐(肺경)으로 들어간다. 꽃에는 타닌 성분이 많기 때문에 수렴과 지혈, 정장제로 쓰인다.
동의보감에는 청폐음자(淸肺飮子)를 만드는 처방에 산다화(山茶花)가 약재 중 하나로 쓰인다. 처방은 폐풍창-肺風瘡(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콧등이 붓고 붉은 것)으로 코가 붉어지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향기가 없어도 꽃만으로도 완벽한 동백은 제주와 많이 닮은 듯 하다.
제주의 4.3을 추모할 때 위의 신선의 벗(仙友)이라고 묘사한 동백꽃차를 마음으로 차를 마시며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동백은 향기가 없는 것 등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아름답다”
- <꽃의 문화사> 피타 코트
필자는 다음 시간에 다른 꽃으로 이야기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