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로 위의 유아퇴행- 개구리 주차
[기고]도로 위의 유아퇴행- 개구리 주차
  • 뉴스N제주
  • 승인 2020.11.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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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환 효돈동주민센터
문정환 효돈동주민센터
문정환 효돈동주민센터

어린 아이의 숨바꼭질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인지 능력 등이 부족하여 자신의 시선이 차단되면 남들도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머리만 숨기는 등의 귀여운 장면을 연출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린 아이의 숨바꼭질을 귀엽지도 않은 다 큰 어른들이 그것도 길가에서 재연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는 턱을 제거한 낮은 경사로가 있다. 이 경사로는 장애인 또는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니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사로가 양심이 퇴행한 어른들의 주차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 전면부를 경사로 위로 올리고 반 이상이 차도로 노출된 채 세워져 있는 차들의 모습은 귀여움만 빼면 커튼 사이로 머리만 들이밀어 숨었다고 생각하는 어린 아이의 숨바꼭질과 닮아 있다. 우리는 이것을 소위 ‘개구리 주차’라고 부른다.

개구리 주차는 인도를 보행하는 장애인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든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도로의 낮은 턱이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하는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막아버릴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10분이든 찰나든 우리가 불법으로 차를 주차하면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그곳을 무단 점거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행위는 보행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남이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것을 비난하면서 왜 본인은 주차할 때 불법을 자행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내로남불’을 버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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