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우현 탐나라공화국 대표, "헌책만 수집하는 이유는?"
[인터뷰]강우현 탐나라공화국 대표, "헌책만 수집하는 이유는?"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11.21 0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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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m² 땅에 ‘상상공화국’ 진행...폭포‧용성각‧ 공연장 등
헌책 5권내면 입장 여권발급… 암반위 책박물관 건립 눈길

[프롤로그]100년 후 책이 사라진다는 생뚱맞은 이야기에 귀신에 홀린 듯 빨려 들어갔다.

그렇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에 책이란 게 대체 소중하겠는가.

인터넷 속에 들어 있고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책이야말로 영원한 책이려니 생각해도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허전하다.

종이가 발명 후 오랫동안 이어진 책은 우리들의 지식을 습득하는데 최고의 도구인 것이다. 그 책이 사라진다.

그것을 100년 전 오늘, 책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지한 탐나라공화국 대장은 책 수집가이다. 헌책을 모으는 방법도 독특하다.

입장료도 책 5권이다. 책을 갖고 와야 입장할 수 있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다. 책 5권을 갖고 가면 탐나라공화국의 자체 여권을 만들어준다.

그 여권은 일반여권과 별반 차이가 없다. 도장도 찍고 사진도 즉석에서 인적사항 적으면 다 찍고 여권에 붙여준다. 이 여권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1년 동안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는 증표이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상상을 했을까?

기가 막힐 뿐이었다.

제주사람보다 더 제주를 사랑하는 강우현,

이 공화국의 주인장은 재활용, 폐품을 이용한 자원을 활용하고 ‘돈’을 들이지 말자는 목표를 갖고 완성시키고 있다.

‘돈은 없으면 불편, 있으면 항상 부족하다’는 철학을 갖게 되어 돈을 자유롭게 소통하게 만들어 버린다. 조금만 소유할 뿐. 나머지는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즉, 떨어지는 빗물을 전부 받아서 먹을 수 없다는 논리이다. 그가 아니었으면 벌써 중국 자본에 의해 이 탐나라공화국은 정복당했을 것이다. 그의 탐나라공화국 개척일기를 들춰봤다.

[대담 양정인 요석산업 대표이사. 뉴스N제주 이사]

제주도의 소위 ‘촐왓’같은 ‘빌레’ 땅에 ‘상상공화국’으로 변신 시키는 디자이너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남이섬 설계자’이자 동화작가‧그래픽디자이너인 ‘제주탐나라공화국(65‧ 한림읍 한창로 897)’ 강우현 대표가 그 화제의 인물이다.

4년 6개월째 제주도에서 탐나라공화국를 건설하고 있는 강 대표는 그야말로 아이디어 맨이었다.

탐나라공화국은 365일 문을 열고 있는 곳이 아니다. 지난해 한 달 정도, 올해 3개월 정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다행히 기자는 문이 열린 상황에서 탐나라 공화국의 대문에 설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곳에 들어가면 나이를 먹지 않는 ‘나이야가라 폭포’를 비롯해 용성각에서 종을 치면 소원이 이뤄진단다.(공화국 측 설명)

강 대표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 탐나라공화국은 상상으로는 마스터 플랜이 짜여있지만 설계도가 나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떻게 변신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새것을 구입해서 가꾸지 않는다. 폐 철근을 이용한 아름다운 작품(정크아트)으로 엮어 만들어졌고 당구대에 사용했던 화강석은 훌륭한 정원의 바닥재로 재탄생됐다.

또, 폐캔은 압착시켜 의자로 만들어 사용한다. 버려진 식당 테이블 등은 건물안에 마루가 된다.

안내를 해준 맹다영 디자이너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 모두가 이곳에서는 작품의 소재가 되고 큰 자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산이었던 동산을 깎은 ‘호롱궁’에는 폐소주병을 유리가마에 800도의 열을 가해 압착시킨 뒤 벽의 작품 소재로 사용했고 폐기처분 직전인 올림픽 저금통, 볼링핀, 케이블 케이스 등도 벽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멋진 작품이 된다.

탐나라공화국은 그냥 지나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맹다영 작가의 스토리가 있는 작품설명을 들으면 배꼽을 잡거나 고개가 숙여지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강 대표가 만지는 것은 모두 예술 작품이 되고 있다. 심지어 폐불판은 뒷면에 그림을 그려 넣었더니 훌륭한 작품이 됐다.

디자이너와 이야기꾼답게 그가 만지고 그리면 아무리 낡은 것이라도 상상을 뛰어넘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한다.

기자가 깜짝 놀란 것은 건물 도서관을 짓다 엄청난 크기의 암반이 나오자 커다란 암반을 그대로 살려 건물을 짓고 실내 내부에서 계단을 만들어 도서관의 훌륭한 인테리어가 됐다는 것이다.

공무원도 어쩔 수 없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강 대표는 고집스럽게 아이디어를 발휘해 만들어내고 입구와 출구가 서로 맞물려 소통의 길을 만든 건물의 탄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바위가 나오면 건물을 짓는 것을 포기하거나 폭발시켜 바위를 제거할 텐데 이 멋진 디자이너는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전법을 사용했다. 실내에 돌계단을 만들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풍광을 만들어줬다.

이 탐나라공화국 10만m²(3만평)의 부지는 물 한 방울 나지 않고 돌덩이만 나뒹구는 척박한 땅으로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

강 대표는 이곳에 무엇을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 직원 8명과 함께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기자가 오늘 목격한 것도 아직도 미완성으로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완성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들은 매일 커다란 돌, 바위, 바람과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곳에 물이 없어 우물샘을 파려면 거금 3억 원이 든다고 해서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물을 먹어도 3억 원 어치는 먹지 못하겠다는 생각에서 물은 사먹기로 했다”며 “필요한 물은 80여 개의 연못을 만들어 빗물을 받아 해결했다”고 만족해했다.

이곳의 연못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어떻게 썩지 않게 해결했을까?

바로 제주의 ‘화산송이석’을 연못에 넣어 물을 정화하는 자연원리를 이용했다. 많은 연구와 관찰로 이뤄진 결과이다.

맹 작가는 재미난 이야기를 해줬다. 이 탐나라공화국에 설치된 종은 육지에서 ‘종(鐘)’을 보내줬는데 이 종은 한 사찰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사찰의 반입 거부로 종 제작사가 처리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다가 탐나라공화국에 보내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제작사가 전화 와서 종이 필요하냐고 묻었을 때 “네 필요합니다”하고 답하면 여기서 택배비를 전부 보내야 하기에 “아니요, 필요는 없지만 보내주시면 고맙게 받겠습니다”라고 답해 택배비를 아꼈다는 말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 종은 ‘제주민속촌 용성각’의 이름으로 명명돼 ‘억년(億年)을 용트음하는 소리’‧‘영혼을 울리는 와룡(臥龍)’으로 탄생했고 관람객들이 종을 치면서 소원을 비는 자리가 됐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말 용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그는 또 헌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책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지금 휴대폰이면 책을 볼 수 있는 등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공화국의 입국 수속은 헌책 5권을 내면 수속절차는 간단히 끝나고 1년짜리 여권이 발급된다.

책이 없으면 1인당 3만 원을 내야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 치고는 상당히 비싸다. 또 꽃 씨 등을 직접 뿌릴 수도 있는데, 이는 탐나라공화국 시민이자 ‘개국공신’이 되기를 자청하는 셈이다.

이곳 탐나라 공화국은 실내 곳곳에 책으로 가득 쌓여 있다. 전국에서 이곳에 헌책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행에서 1만 1000권이, 충북대 도서관(6만권 약속)에서 보낸 책도 야적돼 있었다. ‘노자서원’에만 1만2000권이 진열돼 있다. 그야말로 책의 나라이다.

강 대표의 아이디어는 주효했다. 탐나라공화국에 책으로 거대한 산을 이룰 것을 생각하니 사람하나 살지않는 이곳에 도서관이란 다소 생소한 이미지에 처음엔 웃음만 나왔다.

강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디어뱅크만큼이나 추진력도 불도저 같지만, 탐나라공화국을 1년에 한 달만 개방하는 것은 그의 작전이다.

그는 탐나라공화국 조성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07년 한 분이 이곳에 ‘여성테마파크’를 하겠다고 개발계획을 세웠다가 투자를 못 받고 추진이 안 됐다. 이곳은 나무 한그루 없고 돌 밖에 없었다”며 “땅을 못 쓰겠어요. 2009년에 인수했다. 땅을 팔려고 했더니 팔리지도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사람들이 살려고 했는데 중국 사람에게 팔면 중국 땅이 된다”며 “차라리 내가 하자. 그래서 나무를 심고 돌 쌓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남이섬과 탐나라공화국의 다른 점에 대해 “남이섬과 이곳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남이섬은 나무가 있었지만 이곳은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라며 “남이섬은 땅 위에서 나무가 자랐다면 이곳의 땅위에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래서 땅을 판 것이다. 남이섬은 땅 위라면 이곳은 땅 밑이며 남이섬이 ‘나무’이고 이곳은 ‘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탐나라공화국의 앞으로 미래에 대해 “마스터플랜이 없으면 법적으로 땅을 팔 수가 없다. 전에 ‘여성테마파크’를 추진했던 분들이 잡아 놓은 것을 토대로 공사하면서 고친 것이다. 4년 넘게 공사를 했다. 개념으로는 많이 됐다. ‘노자는 선생님이고 아버지’라는 점에서 노자서원을 만들었고, ‘책은 어머님이고 미래’라는 점에서 헌책을 모으고 있다. 남은 것은(공사) ‘어머님과 물’이라는 테마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희망을 쏘았다.

그는 “상상력은 모르는 사람은 상상해봐야 소용이 없다. 게으르고 할 줄도 모르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들은 상상력은 필요 없고 할 줄 아는 사람은 무엇이라도 한다”며 “할 줄 아는 사람이 상상해야 한다. 돈‧사람‧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을 수집하는 이유에 대해 “모아진 책은 일단 쌓아놓겠다. 100년 지나가면 ‘이것이 책이다’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00년이면 책이 없어진다. 팔만대장경 읽어봤느냐. 안 본다. 책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며 “이것이 한마디 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너무 거룩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500년 뒤에 절반이 썩어도 큰 보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6개월째 공사만 하고 있어 힘들 것인 데 "빚이 한 푼도 없다. 돈이 없어 탐나라공화국이 날아갈 이유가 없다. 문을 안 열면 망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펼쳤다.

강 대표는 이제 에너지라는 부분에 탐나라공화국과 접목을 시키고 있었다. 에너지가 충만하면 전기 사용을 돈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어 이곳의 모습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탐나라공화국의 확장을 위해 조금씩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탐나라공화국은 이제 그의 손끝으로 인해 상상속의 이야기가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자고나면 내일이 되는 탐나라공화국의 변신이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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