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을생 작가, '옛 절터, 그 자리의 미학' 개인전 개최
현을생 작가, '옛 절터, 그 자리의 미학' 개인전 개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11.24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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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11일, 아트 인 명도암
현을생 사진 작가
현을생 사진 작가

많은 사람들은 제주마실을 하면서 제주 이야기를 드러내려고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유산, 오름의 예쁜 모습, 한라산의 숨은 비경, 억새의 춤추는 모습, 싱그러운 푸른 바다, 올레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물질하는 해녀의 모습도 사진으로 찍고, 아이들 웃는 모습, 바닷가에서 보말(고동)을 줍는 할머니 모습, 밭에서 검질(김) 매고 있는 어머니 모습 등 모두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사진을 찍자면 사랑해야 한다. 하루를 머물든 한 시간을 머물든,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야 비로소 사진을 찍는다. 세상이 다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굳이 사랑한다면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된다, 그냥 기억 속으로, 혹은 마음속에 홀로 남겨도 된다.

그러나, 사진은 무한한 매력이 있다.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어느 순간 지나간 세월을 반추할 수 있는 것은 사진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다.

사진을 사랑한 여인, 제주를 사랑하는 여인, 현을생 사진 작가.
홀로 전국 세상을 돌아다니며 틈틈이 사진을 찍은 귀한 자료를 모아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에 현 작가의 작품은 순수한 개인전으로 ‘옛 절터, 그 자리의 미학‘라는 제목으로 세상의 많은 카메라 눈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예로부터 절터의 공간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아주 좋은 명당의 자리에 위치했다. 전국에 있는 절터를 찾아다닌 발자국 수보다 더 많은 셔터를 눌렀을 현 작가의 눈빛을 보면 이 책에 쏟은 무한한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언제인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사진을 찍는다”라는 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어느 절터에서 머무르며 깊은 호흡과 짧은 호흡을 번갈아가며 고민했을 현 작가의 번뇌, 깊은 시름마저 사진 한 장에 담았다고 생각하니 사진전 소개서 1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제주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진작가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이 개인사진전 '옛 절터, 그 자리의 미학'을 오는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아트 인 명도암에서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현 작가가 10여 년 전부터 전국의 옛 절터를 찾아 셔터를 눌러 이야기를 담은 사진들을 모았다.

작가는 전시 소개 글에서 “일상이 멈춰 버렸다. 익숙한 것들과의 헤어짐이 참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새롭게 들려오는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가 마치 올림픽 메달 수인 것처럼 착각하며 뉴스에 시선을 고정 시킨다. 집콕이니 혼밥이니 하는 신조어가 생소하게 들리고 그러한 문화에 뒤쳐짐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며 “거대한 조직 속에서 반평생 보내 온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자유인으로서 시간의 풍요자임을 자처하며 일기장 한구석에 적어 둔 버킷리스트를 꺼내어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일상이 어느덧 4년을 넘기고 있다. 아무래도 그 중에 대부분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의 여행이야기”라고 토로했다.

이보다 더한 예술의 극치가 또 있을까(왕궁리사지 익산, 사진 =현을생)
이보다 더한 예술의 극치가 또 있을까(왕궁리사지 익산, 사진 =현을생)

이어 “4년간 쉼 없이 여러 도시의 그 여행지를 찾아 시간을 멈추게 하고 또 다른 여행지를 계획하며 보낸 시간들이 참 행복했다”며 “멈춰 버린 것에 누구를 탓 할 일이 아님을 알게 되며 문득 내가 살아 있음을, 아니 내 감정이 메마르지 않아 있음을 느낀다. 때론 여행지에서 마음 먹먹하게 했던 아련한 옛 추억이 나를 견디게 하는 큰 힘이 되고 있음을 절감한다”고 술회했다.

또한 “나의 일상이 멈춰 버린 시간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답하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며 “눈으로만 답을 해야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올 한 해 마음의 평온과 새로운 가치의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십여 년 전부터 찾아다닌 옛 절터의 이야기를 사진 속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대했던 왕궁터에 남아 있는 기단석과 다양하게 출토 되어진 잔해물들, 완전히 폐허된 절터에 온건히 지키고 있는 석탑의 장대함, 오히려 더 부서진 석조물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입체적 공간, 부처의 진리를 대변하듯 하면서도 애써 시선을 피하여 가르침을 전하는 불상들의 자태, 석탑의 고고함을 감추려 듯 계단에 떨어진 낙엽들의 오브제, 때로는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인공의 흔적이 있지만 대자연이 감싸고 있는 절경에 소스라쳐 소리 없는 탄성을 지른 적도 많다”며 “비어있는 폐허지에서 꽉 찬 느낌과 또 다른 미학의 극치는 내 마음의 양식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이 빈 자리의 미학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며 “종교적 바탕을 떠나 우리나라 건축과 역사에 정체성이 되어 준 이 절터의 미학이 온전하게 보전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이 전시에 담고 싶다”고 사진전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1955년에 서귀포시 신효동에서 태어난 현을생 작가는 1974년에 제주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출신이다.

현을생 작가는 이때부터 공무원 일을 했고, 2012년에는 전국체전 기획단장을 역임했다.

1978년에 제주카메라협회에 입문하고 1990년에는 ‘제주성읍마을’(대원사)이라는 사진책을 김영돈 님 글과 함께 내놓는다.

1998년에는 ‘제주 여인들’(탐라목석원)이라는 사진책 출간, 2006년에는 절 이야기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민속원)라는 이야기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1974년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청 환경국장, 서귀포시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가 현을생 玄乙生

E. eshyun11@naver.com
▲1955년 서귀포시 신효동에서 태어남
▲2009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1974년 제주도 지방공무원 9급공채 합격
▲1995년 지방행정 사무관 승진시험 합격
▲1996년 ~ 2009년 제주시 문화체육과장, 기획감사과장, 문화산업국장, 자치행정국장
▲2010년 ~ 2014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 정책기획관, 지방행정연수원 고위정책과정 수료, 환경국장
▲2014년 7월 ~ 2016년 6월 서귀포시장
▲2017년 ~ 2020년 (사)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장
▲1978년
△제주카메라클럽 입회 및 1993~1995 제주카메라클럽 회장 역임
△전국제물포사진대전 등 공모전 및 촬영대회 다수 입상
△제주도 미술대전 사진부문 최우수상 수상(제9회,11회)
△제주카메라클럽 전시 등 단체전 수십 회 출품
△제주도 문예회관 개관기념 작가작품전 출품 및 기증
△제주도립미술관 개관기념 작가작품전 출품 및 기증
△제주도 미술대전 사진부문 초대작가
△제주여인 시리즈 개인전 4회 (1987, 1989, 1992, 1998)
△제주여인 개인전 및 작품 영구 기증 (2014년 제주돌문화공원)

▲저서
△제주성읍마을 (1990, 도서출판 대원사, 글 김영돈, 사진 현을생)
△제주여인들 (1998, 탐라목석원)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 (2006, 민속원)
△현을생 – 제주여인들 (2014, 제주돌문화공원)

▲수 상
대통령 표창
대통령 근정포장
대통령 홍조근정 훈장
한국음악협회 공로부문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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