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인물]솔리스트 임서영..."청중들이 있는 곳에 함께 할 것"
[뉴스N인물]솔리스트 임서영..."청중들이 있는 곳에 함께 할 것"
  • 현달환 기자, 강정림 기자
  • 승인 2020.11.19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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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김밥장사 접어...다시 시작하는 오페라 인생
"오페라 '순이삼촌' 무대에 올려주신 강혜명 감독께 감사"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11월, 제주에는 대형 오페라로 찾아온 순이삼촌을 제주의 딸 배우 강혜명이 다시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었던 기적이 있었다.

지난 7일과 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된  제주4.3을 소재로 한 현기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

이번 오페라는 제주출신 정상의 오페라 스타 강혜명이 연출 및 예술감독, 각본과 주역에 출연하면서 1인 4역을 소화해내는 기염을 토해 눈길을 끌었다. 강혜명 감독이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을 하면서 극찬을 받은 무대는 오래도록 오페라를 찾는 이들에게 회자가 될 정도로 여운이 깊었다.

순이삼촌 오페라에서 할머니역을 소화했던 임서영 솔리스트
순이삼촌 오페라에서 할머니역을 소화했던 임서영 솔리스트

강혜명 감독이 무대에서 눈길을 끈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감독의 눈이다. 오페라 무대에 올릴 배우들을 선택하는 역할이 감독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결혼과 동시에 성악가로서의 길은 점점 멀어진 상황에서 생활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중 오페라인제주(이사장 강용덕)에서 신인 배우를 발굴하기 위한 모집 광고를 보고 인연을 맺은 임서영 솔리스트는 처음엔 주목받지 못한 신인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임서영의 영상 등을 강감독이 보게 되면서 과감하게 상수 할머니역으로 캐스팅하게 되고 (임서영은)생각보다 멋진 공연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극찬을 받아 오페라 '순이삼촌'의 성공적인 무대에 함께하고 오페라 공연에 일조한 것이다.

뉴스N제주는 18일 임서영 솔리스트와 만남을 통해 임서영의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의 포부 등, 그간의 심경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지 작은 몸짓으로 내뿜는 열정은 작은 거인을 연상할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연기력에 반할만 하다.

모슬포가 고향인 임서영은 지금도 주위에서 자신이 할머니 배역의 그 사람이란 걸 알면 놀라워할 것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며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 '임서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누구인가?

-. 안녕하세요? 저는 앉은 자리에 풀도 자라지 않는다는 억센 바람과 생활력 강한 분들이 많은 모슬포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지금의 모슬봉 윗길과 아랫길에는 봄이 되면 노란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학교와 집을 오가는 저를 위로 해 주었지요.

제가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어린시절의 감성을 아직도 간직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어서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제주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구요. 졸업하자마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이 나이가 되었네요.(나이가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에 제일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던 일은 '9억 김밥' 이라는 김밥과 국수 장사를 했던 것이 있어요. 대정읍 구억리라는 곳에서 했었구요. 상호명은 우리 아들이 "'9억 김밥'이라고 해봐요"라고 아이디어를 줘서 상호로 사용했는데 오가는 사람들마다 재밌는 이름이라고 했었지요.

그 후에 아시는 분이 제 성격을 보시더니, 사회복지사로 일하면 잘하겠다고 조언을 했어요. 그래서 그후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최근까지 근무했었습니다.

이어 이곳 오페라인제주에서 공부하고 일하게 됐고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가지고 활동하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어 요즘은 너무 감사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 오페라인 제주에 들어오게 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일상을 단조로운 삶에 맡기고 있던 느지막한 끝 겨울 무렵 선배님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요즘 뭐 하면서 지내니? 노래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전공한 거 아깝게 그러지 말구. 맘 편하게 취미로 다시 해 보면 어떻겠니?"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렇게 해서 다시 올해 3월 무렵부터 성악곡을 다시 듣게 됐고요. 한달에 네 번이라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며 20대의 철없던 음악공부를 만회해 보고 "후회를 남기지 말자!"라는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 오페라 '순이삼촌' 배역으로 '할머니'라는 큰 역할을 맡고 연기하고 노래하셨는 데 어떻게 캐스팅이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 오페라인 제주에서는 향상음악회와 아카데미 수료 음악회를 합니다.

우연히 이사장님이 향상음악회때 제가 부른 해녀의 명자 아리아를 주변에 알고 지내시던 강혜명 선생님께 보내드리게 되었어요. 향상음악회는 6월에 있었구요.

9월 중순 무렵 강혜명 선생님이 제 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하셔서 오페라 순이삼촌의 할머니 아리아 중 앞부분만 녹음하고 보내드렸고 그 노래를 듣고 강혜명 선생님이 "한 번 같이 해 보자"라고 말씀해 주셔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기회를 주신 이사장님과 믿어주신 강혜명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오페라의 매력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다면?

-. 오페라?

시·연극·음악·미술·무용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입니다. 오페라(Opera)는 '작품(Work)' 이라는 뜻의 라틴어 '오퍼스(Opus)'의 복수형입니다.

여러 작품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초창기에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작품들(Opera in Musica)'로 불리었지만, 후에 'in Musica'가 생략되어 오페라(Opera)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오페라는 기승전결의 전개가 담긴 드라마와 연기로 구성되는데요. 오페라는 이런 구성요소들을 단순히 의상, 무대 배경 등의 표현방법에 그치지 않고 시, 연극, 음악, 미술, 무용 등으로 다채롭게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표현 장르가 결합된 종합예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오페라'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 삶에 대한 고민을 종합예술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앞으로의 다짐이나 바라는 목표가 있나요?

-. 어디까지 올라가야겠다는 고지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작은 무대건 큰 무대건 저를 불러주시고 원하시는 청중들이 계시다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밟고 있는 무대보다 청중들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 조금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목표는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페라 무대에서도 콘서트 무대에서도 사람의 깊은 내면을 울릴 수 있는 노래를 하기위해 늘 노력하는 소프라노 임서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제주에서 오페라공연, 앞으로 발전 방향 등 생각이 있으면?

-. 우리 제주도에서 오페라공연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점은 오페라단만 주축이 되는 오페라가 아니라 상주공연장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오페라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작품의 개발과 연기자 및 전문가들의 도입이 체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전문극장이 전국에 3개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현재는 200여 개가 넘는 오페라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선진국의 경우 대다수의 오페라는 극장제작 시스템입니다. 국내도 1996년 예술의전당의 <피가로의 결혼>을 시작으로 극장에서 제작한 예가 있긴 하지만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민간오페라단들은 국,공립오페라단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열약한 재정과 제작 환경을 가질 수밖에 없어 오페라 제작을 위한 예산 확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민간 오페라단이 많은 것은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여 수준 높은 오페라 제작을 위한 동기와 자극이 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레퍼토리의 보급으로 인한 저변 확대, 성악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한정된 시장에 과열 양상과 미비한 재정 자립도 때문에 제작의 영세화를 초래하여 공연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오페라를 보러온 관객에게 실망감을 주어 관객 감소의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정부의 정책과 문화예술발전기금으로 민간오페라단과 같은 예술 단체들이 지원을 받고 있으나 몇몇 한정되고 동일한 단체에 대한 연속적인 지원으로 지원금 교부가 형식적이며 정치적으로 변질 되고 있다고 생각도 됩니다.

그러다보니 오페라 제작비 충당을 위한 과다한 스폰서 의존도는 후원을 받고 고액의 티켓으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오페라, 더 나아가서 클래식공연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고액의 티켓 가격이 관객 유치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원 기업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을 책정 할 수밖에 없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그 티켓 판매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지요.

그래서 가격에 상응하지 않은 공연의 질적 하락은 관객들에게 실망으로 이어지게 되고 발을 끊게 만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발전의 기회도 잃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평상시에 휴식을 취하실 때 어떤 활동 들을 하시나요?

-. 저는 자연 속에서 쉬는 것을 참 좋아하는 데요.

오름을 등반하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탁 트인 바다와 주변 경관을 보는 것은 저에게 참 많은 행복을 줍니다.

”저지오름 올라가서 탁 트인 바다와 경관을 봐 보세요"

힘들었던 생각과 잡념들이 확 거치면서 시원한 물 냉면이나,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간 짬뽕 한 그릇..."칵 ~~" 하고 비우시면 힘든 일상을 보내고 난 후 꿀 맛 같은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꺼에요.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감사하고 싶은 분들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제일 감사한 분이고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에게 평소에 잘 말하지 못 했던 말이 있는데요. 제가 큰딸이어서 어려울 때나 힘들 때나 제가 내색하면 엄마가 더 마음 아프고 힘들어 하실 것 같아 늘 씩씩하고 강한 모습만 보이며 살았던 저였습니다.

정말 강하고 여장부로 씩씩하게 살아오신 어머니가 최근에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일반병실로 옮기셨고 다행히 퇴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119로 중환자실로 급하게 오셨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한참 '순이삼촌'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단숨에 달려가지도 못하고 자리도 못 지키는 상황이라 마음이 안타까웠지만.

우리 엄만 강하고 이겨 낼 꺼라고 믿었고,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이제까지 힘들게 키우신 엄마에게도 보람된 결과물을 드릴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 모든 에너지를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달려왔습니다.

어머니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또한 작품에 매진 하는 동안 여러모로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아들 정찬아.

엄마가 요즘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밝고 씩씩하게 생활 해 주어서 고맙고 사랑한다.

#.프로필

소프라노 임 서 영 (Seouyoung ,Yim)
제주대학교 성악과 졸업
제주성산교회 성가대 지휘자
OPERA IN JEJU 오페라단 전속단원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콘서트 솔리스트
OPERA IN JEJU CONCET 솔리스트
버스킹 오페라 하멜의 눈물 주역

인터뷰하는 임서영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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