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조항 미비로 유공자 94명 자격 박탈시켜...개정 권고 한 차례 받고도 방치
국가보훈처, 조항 미비로 유공자 94명 자격 박탈시켜...개정 권고 한 차례 받고도 방치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10.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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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법령은 ‘경합범 분리 선고 조항’이미 제정..보훈처 조속히 대처해야
송재호 후보
송재호 의원

보훈처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고도 3년째 방치해 국가유공자 94명이 수급 자격을 박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경합범 분리 선고를 받지 못해 자격을 정지당한 유공자가 9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 79조에 나온 국가유공자 자격 상실 요건은 품위손상 행위 등 특정 범죄들을 지정해 해당 법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만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법 38조 3항‘경합범과 처벌례’조항에 따르면 법원은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 두개 처벌을 하나로 합치거나 중한 죄를 가중처벌하는 등 선고를 하나로 묶어서 판결한다.

이 경우, 경합범 조항에 의해 국가유공자법 79조가 영향을 받아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법에서 지정한 범죄와 그 외 범죄가 경합범 조항에 의해 하나로 묶여 판결될 경우 보훈처는 형량을 그대로 판단해 유공자 자격을 정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형벌을 분리 선고하지 않아 대상자가 받은 각 죄목별 선고 사항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자격박탈요건으로 정하지 않은 범죄로 받은 처벌에 의해 자격이 정지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국가유공자법과 유사한 국가공무원법은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합범 분리 선고’조항을 두고, 자격 정지·수급권 박탈 등 해당 법령에서 명시하는 범죄 요건에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이를 법원이 별도 분리해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격 정지·수급권 박탈 등 해당 법령에서 명시하는 범죄 행위에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이를 법원이 별도 분리해 선고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국가유공자법은 이 규정이 없어 94명이 유공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는 동 기간 전체 자격 정지자 215명의 43%를 차지한다.

보훈처는 2018년 해당 사안에 대해 민원을 받고 법률 개정 사항인지 여부를 검토했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전달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 사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

이에 대해 송재호 의원은 “보훈 업무는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대한 보상과 예우이므로 투명하고 정의롭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률 조항 하나가 없어 94분의 유공자가 법에 의하지 않고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또 송재호 의원은 “보훈처는 이 사안과 관련해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법률 개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업무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보훈처가 정작 유공자에 대한 예우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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