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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6_ 손미 디카시 ‘섬’
[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6_ 손미 디카시 ‘섬’
  • 뉴스N제주
  • 승인 2020.09.1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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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이상옥 시인

왜 아무도
괜찮냐고
괜찮냐고,
내게 묻지 않는가
-손미

[해설] 계간 《디카시》 2020 가을호가 통권 35호로 나왔다. 신작 디카시 필진으로는 이승하, 황학주, 김선태, 박찬일, 강미정, 김광기, 김종미, 김지헌, 김종태, 강영은, 윤성학, 김산, 김윤이, 김연아, 정이향, 유희선, 이여원, 김성진, 김신 등 역량 있는 시인들이 참여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디카시 소시집의 손미 시인이다. 손미 시인은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여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등을 출간했으며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손미 시인의 신작 디카시 <화장>, <회사>,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층층> 등 4편은 2행의 짧은 언술로 임팩트가 강하게 드러난다. 짧은 언술일수록 디카시의 여백성이 두드러져서 능동적 독자로서 참여 공간이 크다.

오늘 소개하는 <섬> 도 계간 《디카시》 2020 가을호 디카시 소시집의 한 편이다.

디카시의 영상은 액자형 창 너머로 바다 멀리 섬이 아련하게 보인다. 운무로 덮인 듯 섬의 자태도 신비롭다. 여기에 왜 아무도 괜찮냐고 괜찮냐고, 내게 묻지 않는가라고 언술한다. 이 짧은 언술은 이중성을 띠고 있어 더욱 매혹적이다.

우선 이 언술은 시인인 화자가 홀로 바닷가에 와서 창 너머의 섬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섬과 같이 혼자 외롭게 소멸될 것 같은데 아무도 괜찮냐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냐는 항변으로 읽힌다. 그만큼 박정한 세태를 일깨운다.

화자는 홀로 보일 듯 보이지 않은 듯 아련한 섬을 바라보며 자신의 처지를 섬과 동일시하면서 고립된 존재임을 환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언술의 주체를 섬으로 볼 수 있다. 섬을 의인화하여 섬이 말하는 방식이다. 창밖에 보이는 섬이 육지를 향해 외치는 소리라고 말해도 좋다. 어떻게 읽든 섬의 등가물이다.

이 섬을 통해서 시인의 고립의식, 혹은 유폐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하나의 질문과 창밖 먼 바다의 섬이 하나의 텍스트가 되면서 격조 있는 디카시로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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