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숙 시인, ‘참빗살나무 근처’ 시집 세 번째 발간
김윤숙 시인, ‘참빗살나무 근처’ 시집 세 번째 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11.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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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숙 시인
김윤숙 시인

“몇 번을 멈칫대다 끝내 찾지 않은 집/ 수직의 돌계단 산정 아래 이르러/푸르름 순명으로 받드나 붉게 익는 열매들” 「참빗살나무」중에서

오직, 시인의 마음처럼, 시인의 희망처럼 삶을 읊조리듯 적어 내려간 이 시를 보면서 고고한 저 참빗살나무 같은 모습에 진한 감동을 읽는다.

머릿결 곱게 빚은 단풍이 붉게 물든 참빗살나무는 때로는 정적과 때로는 우아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인이 그러한 ‘시어’를 떠올려 가져온 이유도 그런 면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자의 직감을 반영해 본다.

제주의 참 아름다운 여인, 김윤숙 시인이 시집 ‘가시낭꽃바다’, ‘장미 연못’에 이어 ‘참빗살나무 근처’를 세 번째로 발간했다. 시집은 각 73여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중년의 길목에서 관록과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꽃이 되고 싶은 여인처럼 유독 꽃과 나무에 애착이 깊어 그러한 소재로 노래하고 있는 시편들이다 보니, 꽃처럼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김 시인은 단풍, 물영아리, 편백나무, 버드나무집, 해바라기, 뱀딸기, 술패랭이꽃, 한라산부추꽃, 평사리범부채꽃, 팥배나무, 망초꽃, 삘기꽃, 접시꽃, 구절초, 백합 등 각 시들의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을 향해서 뿜어내는 자연의 순응을 노래하고 있다.

김 시인의 시집에는 세상에서 상처받은 시간일 때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며 꽃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 향기를 모아 다시 마음 다잡고 세상 속으로 어두운 길을 밝혀주고 싶은 시인의 간절한 기도 속에 시들의 시어들은 햇살 먹은 꽃으로 환하게 피어 났다.

시집 참빗살나무 근처
시집 참빗살나무 근처

그가 걸어가는 발걸음 사이사이 모든 것은 그의 시가 된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여린 시인이다. 그의 작품 ‘참빗살나무 근처’라는 제목만 봐도 직접 다가가지 않는 근처에서 바라보며 나무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

시인이 걸어가는 길에 나무와 숲, 꽃 등 자연은 카메라 렌즈에 잡히듯 시인의 눈에 찍히면 저절로 시가 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삶의 터전인 제주의 구석구석을 아끼는 마음이 충만하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가을이 오기 까지는, 폭염의 날들을 견딘 지난여름 있었다. 사방이 멈춰 있는 듯 고요 속 저 아랫마을, 한낮의 정적에 휩싸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멎은 듯, 이내 오름 정상 노란 깃발 휘날려 강렬한 불볕 아래 바람은 저를 드러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땀 흘린 산행 한줄기 바람이 간절하던 때 시도 이와 같은 일“이라며 ”그렇게 받아들여, 절로 스며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명철 문학평론가(광운대 교수)는 해설을 통해 “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자유시와 현대시조와의 차이를 생각해봤다. 현대시조는 근대적 서정주체의 시적 정동(精動)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자유시와 다를 바 없다”며 “시조 특유의 율격, 4음보를 근간으로 한 율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서정주체의 미의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자유시와 다른 시작(詩作)을 보인다”고 기 시인의 시조형식에 대한 차별성에 극찬했다.

이어 “시조, 삶의 순례의 길이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상처와 아픔도 추스르기 힘든 터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약자를 보듬어 안는 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동감의 능력을 평소 기르고 있어야 한다”며 “김윤숙이 시조를 쓰는 것은 어쩌면 구도의 순례길을 걷는 것과 흡사한 ‘경전’을 읽는 수행의 차원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이 김윤숙이 존재 이유”라고 표현의 깊이를 칭찬했다.

한편, 김윤숙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2000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해 현대시조 100인선 ‘봄은 집을 멀리 돌아가게 하고’ 등을 내고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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