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1_ 정수경의 디카시 ‘달꽃 피다’
[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1_ 정수경의 디카시 ‘달꽃 피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08.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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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달꽃 피다

넝쿨을 아무리 올려도
가닿을 수 없어
하수오는
꽃으로 닿으려고
달꽂을 피우다
- 정수경

[해설] 제4회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대상작이다. 이 공모전은 2020년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공모해서 8월 11일 심사결과가 발표됐다 시상식은 9월 13일 양평 황순원 소나기마을에서 열린다. 814편이 응모된 가운데 디카시 <달꽃 피다>가 어떻게 대상으로 선정된 것일까.

본심을 맡은 복효근 시인은 심사평에서 사진이 언어를 만나 완성되는 디카시는 사진 자체가 너무 많은 정보(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는 아니 될 거란 생각을 한다면서 단순한 장면에서 촌철살인의 직관적 시상을 그려내는 작품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는 디카시의 미학인 날시성, 극순간성을 주목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상작 <달꽃 피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하수오가 이르고자 하는 곳은 달 그 너머 하늘이든가 아니면 하늘 저 편의 어느 천상의 공간이겠다. 아무리 닿고자 해도 너무 아득하여 하늘 가까이 떠 있는 달을 제 덩굴에 꽃처럼 올렸다.

그 상상이 재미있다. 하수오 덩굴과 달, 달 너머의 공간을 한 줄에 꿰어놓았다.” 그리고는 순간의 포착을 영원한 시적 진실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디카시라고 밝혔다.

계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복효근 시인은 등단 30년을 앞두고 디카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도서출판 애지)를 지난 6월 펴냈다. 복효근은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교과서에도 시가 다수 수록돼 있다.

공광규 시인은 "한국 디카시는 복효근에 의해 비약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복효근은 디카시에 정통한 시인이다. 디카시는 복효근을 비롯하여 송찬호 공광규 김왕노 등의 유수의 시인들에 의해서도 창작되며 디카시가 생활문학을 넘어 본격문학으로도 자리한다

복효근 시인이 본심에서 뽑은 대상작 정수경의 디카시 <달꽃 피다>는 극순간 예술로서의 날시성을 잘 드러내면서 인간의 근원적 그리움의 원형 심상을 보여주는바, 이 그리움은 너무나 지고지순해서 에로스를 넘어서 아가페적이고 형이상학적 범주로까지 뻗친다.

정수경 같은 신예 디카시인들이 앞으로 디카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하며, 한국디카시인협회는 전문 디카시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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