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신성한 검은 돌을 쌓는 사람들
[특별 기고]신성한 검은 돌을 쌓는 사람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8.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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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교 전 전남마을공체만들기지원센터장

신성한 검은 돌을 쌓는 사람들

문병교

문병교 전 전남마을공체만들기지원센터장
문병교 전 전남마을공체만들기지원센터장

제주에는
신성한 검은 돌을 쌓는 고귀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옛날 500년 전 제주에 유배 온 김정은 제주풍토록에 기록하길
제주 땅은 돌멩이로 울퉁불퉁하고 평평한 땅은 반도 되지 않는다.
밭가는 자는 마치 물고기의 배를 가르는 것 같다 하였단다.

검은 땅에서 검은 돌을 골라 밭을 일구었던 위대한 사람들
큰 돌 위에 다시 큰 돌 작은 돌 온 마음으로 쌓아올려
세모 틈엔 세모 돌을, 둥근 틈엔 둥근 돌로 바람 길을 만들었다

제주 밭담
제주 밭담

밭 가운데 빌레(너럭바위) 위에는 파도파도 나오는 돌을 모아 머들(돌무더기)을 쌓았다
우리가족 무사안녕과 부귀복덕 가장 선한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다

밭에서 나온 자갈로 돌담을 만들고 그 위에 잣길을 만들었다
출입문이 없는 밭도 잣길 위로 조심조심 밭으로 들고 났다
무너진 밭담은 누구라도 먼저 보는 사람이 다시 쌓았는데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가르치지 않아도 그리했단다

제주 밭담
제주 밭담

밭 가운데 고운님 무덤가엔 돌담을 쌓아 산담을 만들었다
산담은 들에 있어도 산담이고, 밭에 있어도 산담이다

제주 바다에는 해녀들의 밭인 바당밭이 있다
바당밭 근처에는 돌을 쌓아 해녀들의 공간 불턱을 지었다
따스한 모닥불에 언 손과 고애 가득한 삶을 녹였단다.

초가집과 초가집 사이엔 울담과 축담을 쌓아 집을 보호하고
골목에서 큰 길로 올렛담을 쌓아 그 사이를 기도하듯 걸었다

돌담은 막혀서 경계가 있어도 하늘로는 무한으로 열려있다
우주로 나가는 통과의례처럼 사람들은 그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수수만년 피맺힌 노동의 고단함도 애달픈 삶의 흔적들도
가장 뜨거운 불로 태워 검게 빛나는 사랑의 별 제주여

멈추지 않는 바람으로 시처럼 꽃처럼 영원하리라

제주 밭담
제주 밭담

*지난 7월 마지막 주말에 제주에 내려온 문병교 전 센터장이 제주의 지역을 돌면서 제주 밭담, 해녀, 산담 등 지역의 문화탐방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제주공항에서 광주로 돌아가는 길에 글로 적어 뉴스N제주에 보내온 것을 게재합니다. 제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곳으로 돌, 풀 모두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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