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아트제주 스페이스 개관전 “섬의 유토피아 (utopia’s utopia)”
[전시]아트제주 스페이스 개관전 “섬의 유토피아 (utopia’s utopia)”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7.0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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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6일-7월 31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35 롯데호텔제주 L층

아트제주 스페이스 개관전 “섬의 유토피아 (utopia’s utopia)”
2020년 7월 6일-7월 31일
월-토요일 9am-7pm / break time 12pm-1pm / 일요일 휴관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35 롯데호텔제주 L층
064.739.3373 / @artjejukorea

▲아트제주 스페이스  소개

아트제주 스페이스(ART JEJU SPACE)는 2016년부터 국제 아트페어 “아트제주”를 개최해온 사단법인 섬아트제주(대표 강민)이 2020년 제주에 설립한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이다.

페어를 통해 국내, 해외 갤러리와 세계적인 작가들을 대규모로 소개해 온 아트제주의 첫 스페이스로 기존의 짧은 페어 기간을 넘어 연중 열려있는 공간으로 도약한다.

환경, 역사, 성별, 계급 등 오늘날 국제 사회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작가들을 조명하고,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력있는 작가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롯데호텔제주 내 위치.

▲섬의 유토피아 utopia’s utopia 전시 소개

이어도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제주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전설의 섬이었다. 천 리 남쪽 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 있다는 제주도 사람들의 피안의 섬이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제주도 사람들의 상상의 눈에서는 언제나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수께끼의 섬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의 구원의 섬이었다.

더러는 그 섬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그 섬을 본 사람은 이내 그 섬으로 가서 영영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섬이었다.

▲이청준, “이어도” (1974)

아트제주 스페이스는 첫 개관전으로 <섬의 유토피아(utopia’s utopia)>를 개최한다. ‘환상의 섬’ 에 사는 섬사람들의 환상, 이상향을 들여다보는 이번 전시는 김성오, 김산, 양민희 세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기록한다.

제주의 자연과 함께 자란 세 작가에게는 공통적으로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을 뛰어넘어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은 순수하고 원초적인 유토피아가 내재한다. 그들이 각자 사랑한 것은 사방으로 펼쳐진 제주의 오름과 아버지와의 기억,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르는 섬, 변해가는 것이 안타까운 나의 고향이다.

세 작가의 시선으로 본 제주의 시원적 자연은 실제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꿈 속 같다. 화산 분출로 창조되어 원시적 에너지가 진동하는 생경하고 경이로운 자연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이들의 순수하고 원초적인 유토피아가 우리 각자의 이어도는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아버지가 계신 목장으로 가는 길은 반나절이나 걸렸지만 그 길은 유년의 나에게는 이어도로 가는 길이었다. 나의 이어도. 360도 사방으로 막힘없이 펼쳐진 목장과 그 가운데 볼록 솟은 알오름 같은 언덕꼭대기, 자연 암반을 의지 삼아 지어진 테우리막, 그 위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것은 분명 이어도였다.

▲김성오 작가노트

김성오는 강렬한 붉은색 하늘에 독특하게 펼쳐진 오름을 담은 풍경화를 선보인다. 화면 바탕 전체에 깔려있는 붉은색은 120만년 전 화산폭발의 시원을 상상해보게하는 신비로움과 원시성, 생명의 색이다. 그는 붉은 바탕위에 오름을 하나씩 채워넣고 칼로 다시 그 오름을 긁어낸다.

긁어진 자리에 생겨나는 곡선은 사람의 몸속 수많은 실핏줄 같은 오름의 생명력이자 바람의 흐름이다. 채워진 색을 긁어내며 바탕의 원시성을 찾아가는 그의 반복적인 행위는 그 자체로 미의 발견이자 이어도로 가는 길이다.

무의식의 꿈은 그에게 열망의 땅 이어도가 수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제주 땅의 오름이라고 말해준다. 그는 오름 위를 오르는 것이 아닌, 오름 그 자체가 되고 싶다.

낭만적 세계에서의 인간이 세계에 대한 대자적 입장을 포기하고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김산도 덤불 속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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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준 “실향과 애도” (2020)

제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폭낭(팽나무의 제주어)으로 표현했던 김산은 이번 전시에서 야생 그대로의 숲 곶자왈을 담은 풍경화를 선보인다. 실제 숲 속에 온 듯한 사실적 필치에 상상력을 더해 원시자연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는 신화 속 옛 신선들이 타고다녔다는 백록이 등장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관람객의 눈을 마주보며 서있는 백록은 그 자태와 대담한 시선으로 난개발에 대한 경고를 던진다. 거친 돌밭을 일궈내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을 이야기했던 그의 시선이 제주의 원시자연 그 자체로 옮겨오며 제주다움을 탐구하는 확장된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오지 않는, 그래서 같은 공간에 존재했었지만 그리움으로만 다가서야하는 가슴에 뜬 달과 같은 사람 말이다. 바로 하늘의 저 달처럼 연인으로써의 달은 내 마음을 비추고 어루만지는 마음의 형상이었던 것, 즉 타자이면서 자아였던 것이다. 달은 내 마음에 투사된 실재이자 환영이다.

▲양민희 작가노트

양민희는 화산분출로 생긴 제주의 여러 부속섬을 담은 풍경화를 선보인다. 작품 속 달이 떠오른 그의 밤하늘은 누렇게 빛이 바랬다. 빛바랜 하늘에 반짝이는 파도는 마음 속에 떠오르는 무언의 존재를 쉼없이 밀어올리고 또 쓸어내린다.

그에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환상의 섬 이어도는 바다 속 보이지 않는 섬이 아니라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분명히 존재하는 섬이 되었다. 직접 본 적이 없어도 친숙한 느낌을 주는 그의 풍경은 작가 자신의 감정이 담긴 회화적 고백이자 위로다.

긴긴 세월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성오_개오름
김성오_개오름

▲이청준, “이어도” (1974)

작가소개

▲김산

1989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중섭미술관, 제주문예회관, 갤러리모어, 갤러리다온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문예회관, 서귀포예술의전당, 기당미술관, 예술공간 파도, 예술공간 이아, 슈페리어 갤러리, 갤러리 엠, 화자아트센터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다. 2018년 제주우수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제주에서 거주하며 작업중이다.

▲김성오

1970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97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갤러리인사아트, 이중섭창작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도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제주4.3평화공원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다. 제주도미술대전 대상, 단원미술대전에서 입상했다. 현재 제주에서 거주하며 작업중이다.

▲양민희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고 제주문예회관 델문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제주에서 거주하며 작업중이다.

양민희_연월(戀月)-형제섬-acrylic-on-canvas-30.0-x72.7-2020
양민희_연월(戀月)-형제섬-acrylic-on-canvas-30.0-x72.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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