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섬사랑백일장]심사평 “수상작 제주여성 정신·짜임새 고루 갖춰”
[제1회 섬사랑백일장]심사평 “수상작 제주여성 정신·짜임새 고루 갖춰”
  • 이은솔 기자
  • 승인 2020.06.16 10: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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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1편 작품 접수..."대상 당선자 못내"...김정림씨 최우수상 선정
"글 전개 과정 억지스러운 면...설득력과 감동 떨어지는 우를 범해"
올해 첫 회로 진행된 섬사랑 백일장 공모전을 개최한 결과 총 101편의 작품이 응모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첫 회로 진행된 섬사랑 백일장 공모전을 개최한 결과 총 101편의 작품이 응모되는 쾌거를 이뤘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특히나 사회활동이 제한되어 부득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많아지고 답답한 봄날을 보내고 있는 이때, 재능 있는 신예 도내여성작가의 발굴과 작품 활동 지원을 위해 도서출판 ‘섬사랑’이 주최한 ‘2020 제1회 섬사랑 여성백일장 공모전’ 수상작을 15일 선정․발표했다.

올해 첫 회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제주의 섬, 제주와 제주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정서 함양과 창작의 기회를 갖고 신예 여성작가로 등단할 수 있도록 공모전을 개최한 결과 총 101편의 작품이 응모되는 쾌거를 이뤘다.

3일간의 예심을 통해 작품 20편을 선정한 후 최종 홍창국 심사위원의 엄정한 심사를 거친 결과 대상은 아쉽게도 수상작을 내지 못했으며 상금 100만원이 수여되는 최우수상에는 제주시 신성로 10길41 도남아델하임에 거주하는 김정림씨의 ‘내 이름은 중국며느리’ 등을 포함한 18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백일장 심사=심사위원 일동은 우선적으로 제주글감과 글제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만, 이것이 글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 글의 설득력과 감동이 떨어지는 우를 범했다.

응모자들이 글제를 글 속에 자주 노출하기보다 비유를 적절히 사용하고 글감을 파고 들어가면서 글제의 한 속성을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이 문학적이다. 그러한 작품을 고르기가 조금은 어려웠지만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포부들이 약해 아쉬움을 더했다.

두 번째로 살핀 것은 기본적인 문장력과 글의 짜임새다. 수상작 작품 중 '대상'을 선정하는데 기본적인 맞춤법과 단락 등의 구성에서 올해 작품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다소 아쉬운 면이 있어 대상을 바라는 응모자들의 며칠동안 잠을 자지않으면서 글을 썼을 눈동자들을 생각하며 촘촘하게 살펴본 결과 대상을 선정하기에 무리라는 생각으로 다음 기회로 미뤘다.

작품을 출품해 수상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하고, 비록 이번에 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가능성이 엿보이는 사람들이 많으니 더욱 분발해주실 것을 당부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잃어버린 어머니의 모습과 제주에서의 삶,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을 기원해 본다.

접수된 101편의 작품들 중 최종 20편의 작품을 다시 읽고 순위를 매기고 있는 홍창국 심사위원(시인, 소설가, 수필가) 모습
접수된 101편의 작품들 중 최종 20편의 작품을 다시 읽고 순위를 매기고 있는 홍창국 심사위원(시인, 소설가, 수필가) 모습

[심사위원 명단]

■현달환, 송은송, 심사위원장 홍창국 (시인, 수필가, 소설가)

최우수상 수상작은 뉴스N제주 신문에 게재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며 수상자 내역은 다음과 같다.

◆수상자 명단
▲대상 : 수상자없음
▲최우수상(상금100만원): △김정림 (제주시 신성로)
▲우수2명(상금 각50만): △김옥란(구좌읍 비자림로)△오진아(화북2동)
▲장려5명(상금 각30만): △장원미(제주시 연북로) △김미화(제주시 천수로)△이아연(제주시 1100로)△진해자(구좌읍 일주동로)△홍금희(제주시 승천로)
▲가작10명(상금 각10만): △김경희(원노형길 3길) △오정숙(동광로 113) △김형미(제주시 중앙로) △김애경(제주시 우도면) △이희선(아연로 310) △임태미(제주시 화삼로 12 )△김월순(서귀포시 토평동) △김양희(진동로 61 상명예다움) △양순진 (제주시 도령로 7길) △강봄( 승천로 71)

한편 시상식은 오는 8월 15일 전후 중으로 개최할 예정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상금은 개인별로 입금 및 발송할 예정이다.   

■2020 제1회 섬사랑 제주여성 글짓기 최우수상 수상 작품 감상

내 이름은 ‘中國며느리’

-김정림

김정림 최우수 수상자
김정림 최우수 수상자

중국에서 한국에 시집 온지 어느덧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6년간 공무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어렸을 때부터의 꿈인 일본유학을 선택하고 1999년 29세 늦은 나이로 일본에 갔다.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돌하르방 같은 제주도 남편을 만나 고민하던 끝에 5년간의 유학생활을 접고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의 모진 반대를 무릅쓰고 2006년 환상의 섬 제주로 시집을 왔다.

중국 조선족이라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의 엄격한 가르침 속에 우리 민족의 문화를 그대로 배우고 물려받아 한국생활이 아무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제주에 온 첫날부터 그런 안일한 생각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처음 시댁에 갔던 날, 잊히지 않는 일화가 있었다.

체구가 작은 시어머니는 큰 슬리퍼를 신은채로 허겁지겁 마당으로 달려 나오시며 나의 손을 꼭 잡고 “속았다게, 속았다게, 폭싹 속았다게”라고 하시며 눈물까지 글썽한 게 아니겠는가?

이게 어찌된 일이지? 남편이 나한테 무엇을 속여 시어머니가 이토록 눈물까지 보일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자상한 남편의 통역으로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속았다”는 “수고했다”의 제주도 방언으로 “폭삭 속았다”는 중국에서 멀고먼 제주까지 오느라 “매우 수고했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 후에도 이런 오해는 계속되었다.

“이시냐! 와시냐! 햄시냐” (있느냐! 왔느냐! 하고 있느냐!)

“무신거옌 고람신디 모르커냐?”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

높은 톤의 제주도 사투리만 쓰시는 시댁 식구들을 만난 자리는 이곳이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마디로 머리가 하얘졌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제주도의 높은 톤은 화가 난 말투가 아니며 사면이 바다이고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서로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바람소리보다 높은 톤으로 말해야 상대방이 이해를 한다고 했다.

물론 중국도 지방마다 자기들만의 방언 즉 사투리들이 있다지만 일본에서 남편과 사귀면서 항상 정확한 표준한국어로 내 맘을 사로잡은 남편인데 그 시댁 식구들은 아예 다른 나라 언어마냥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한다는 자체가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형제가 많고 친척이 많은 종갓집인 시댁인데 첫 외국인 며느리로서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할아버지 고향인 한국에 와서 내가 다시 외국어를 배워야 하나 하는 걱정에 불안하기만 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시어머니가 늘 친척, 친구, 동네 어르신들 앞에서 나를 소개할 때면 “우리 중국 며느리우다”라고 “중국” 두 글자를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한국말을 잘 하는 나인데 굳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를 건데 괜히 기분이 나빴다.

제일 곤혹스러운 일은 제사문화였는데 남편은 종갓집이라 제사가 많다고 했다.

중국은 제사문화가 없어 처음 제사상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많은 양의 음식들을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차려야 한다는 시어머니 말에 “그럼 누가 이 음식들을 준비하나요?” 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이제부터는 중국며느리 네가 형님을 도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남편 조상님들께 내가 제사 지내주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에 왔나? 순간, 후회와 함께 친정엄마의 눈물짓던 얼굴과 한국드라마에서나 봤던 엄격한 종갓집 며느리들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 내가 선택한 제주, 내가 선택한 돌하르방, 오뚝이처럼 일어나야만 했다.

시댁 식구들과의 소통을 위해 제주어 공부를 시작했다. 무작정 서점으로 가서 가장 두꺼운 제주도방언 책을 사고 그날부터 도시락을 싸고 집과 도서관을 오갔고 외우고 쓰기를 반복하며 남편은 나의 가장 편하고 상냥한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제주어공부가 어느덧 1년이 지나니 제법 시댁 식구들과 대화가 가능하게 되자 나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주어를 중국어로 번역하여 책으로 만드는 일이 참 의미가 있고 뜻깊을 것 같았다. 새벽까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남편은 제주어로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쉬운 중국어로 번역을 하며 이주여성들을 위한 나의 경험들을 살린 첫 제주어교재가 한국 온지 2년 만에 출판되었다.

그 후 영어로도 번역이 되면서 현재는 제주글로벌센터에서 한국어 표준교과서와 내가 번역한 제주어교과서가 병행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기 시작했다.

보통 한국에 시집오면 친구가 없는 외로움, 우울증, 불면증들을 호소하지만 나는 이런 어려움들을 제주어라는 독특한 매력에 빠져 시집 와서 2년을 바쁘게 보내며 나름 보람도 느꼈다.

언어는 참으로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남편이 또 빛나는 제안이 있었다.

“당신은 중국어, 일어, 한국어, 제주어까지 잘하니 차라리 한국에서 한국어교원자격증을 따는 것이 어떠냐고?”

그 뒤부터 나의 피나는 노력이 다시 시작되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로 공부를 시작하였고 인터넷으로 어렵게 시작한 한국어교원 공부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대조언어학, 사회언어학, 한국어이해교육론, 한국어표현교육론, 한국어문법교육론, 한국어교재론……. 거기에 한국어교원 실습은 두 달 동안 매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야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옆에는 항상 나의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돌하르방 같은 남편이 있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2016년 10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 학사학위를 취득함과 동시에 떨리는 손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발급한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이어 제주글로벌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나의 경험을 살려 한국어표준어와 제주어를 병행한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시어머니와 남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고 매년마다 열리는 전도 제주어말하기대회에서 우리 센터 이주여성들이 금상, 은상, 동상을 휩쓰는 성과도 안아왔다.

2019년 3월부터는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로 채용이 되어 현재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시어머니의 “중국며느리” 단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것이다.

딱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시어머니는 내가 시집 와서 몇 년은 따라다니면서 “중국며느리”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생활이 안정이 되고 나도 어엿한 교육자가 되면서 이제야 시어머니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시어머니가 굳이 중국을 강조했던 이유는 조선족이라 하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습관이 달라서 실수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잘 봐달라는 시어머니 나름대로의 며느리에 대한 保護가 아니었을까!

올해 설날 아침, 제사에 온 친척들 앞에서 우연히 며느리 자랑하는 시어머니 말에 귀 기울였다. “우리 요망진 며느리 대학 강 교수햄쪄”.

중국 두 글자가 빠지고 요망진 며느리로 변신한 나, 시어머니는 얼마나 그동안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하게 이 중국며느리가 굳건히 자기 자리를 찾기를 기다려왔을까?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시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호랑이 같은 시아버지 앞에서 싫은 소리 한번 내지도 못하시고 평생 자식만 바라고 뒷바라지하며 그 많은 제사를 묵묵히 해내며 80평생 살아오신 시어머니.

이제는 중국며느리인 내가 이 家門의 대를 이어야지.

올해 설날은 유난히도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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