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당동 블루스’ 이명덕 시인 시집 발간
[신간]‘사당동 블루스’ 이명덕 시인 시집 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6.05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름들 잠시도 머물지 않고
빗줄기마저 바삐 빠져나가는
사당역5번 출구

환승하지 못한 삼십년 사거리
봄이면 동쪽으로
가을이면 서족으로 떠나리라 마음뿐

누군 내 얼굴에서 갇힌 시간을
누군 깊숙한 골목을
누구는 저녁의 피곤을 읽고 간다

반음 낮춘 3도와 7도 음정이
노래와 춤으로 연주되는 4분의 4박자
일상의 짐 부려놓고 쉬었다가
늦은 밤 남태령을 넘어 간다

해와 달이 서로 방향을 바꾸고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에도
거센 물살 속에 휴일 없이 꿈꾸는 사람들

지난 가을이 살작 내려와 묻는다
너 아직도 여기 있냐고

*블루스 – 19세기말 미국의 흑인들에 의해 탄생한 음악 장르, 장음게에서 3도음과 7도음을 반음 낮춰 연주하는 것이 특징.

     -. 이명덕의 ‘사당동 블루스‘ 전문

이명덕 시인
이명덕 시인

제주 성산포의 며느리, 이명덕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사당동 블루스(도서출판 시와표현)’를 펴냈다.

겉으로 보기에 이 시인의 시들은 사물들과의 행복한 합주 같다. 새, 물고기, 꽃, 나무, 게, 닭 등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자유자재로 끌어당겨 내러티브를 만들어 낸다.

그는 내면에 갇혀 있지 않고 즐거이 객관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들을 만난다. 이 경쾌함이 그의 시들을 마치 잔잔한 수면처럼 평온하게 보이게 한다.

새들의 언어와 햇빛 나르는 쥐, 달팽이, 가시고기 등 까만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게들의 이동으로 시선을 당기는 이 시집은 ‘1부 새들의 언어’로 15편, 2부인 ‘숨과 울음사이’의 16편, 제3부 ‘인생총량의 법칙’인 14편, 제4부 ‘손이 밝다’의 16편 등 총 4부에 나누어 61여 편이 주옥같은 시들을 통해 세상의 많은 길을 따라 드넓은 세상으로 달려가고픈 시인이 신세계를 향한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이 시인은 1997년 ‘현대시학’으로 시인 등단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시집 ‘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스펑나무 신전’ 등이 있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사람과 사람사이를 살아내는 일은 잔잔하게 덜리는 진동”이라며 “그 진동이 우리들 일상의 원동력이며 서툴지만 미약한 몸짓으로 추는 삶의 춤, 사당동 블루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처가 언어의 빛을 만들고 별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며 “나의 상처가 끝까지 남아서 나를 지키는 음악이 되고 한 리듬에 누구든 기어들어 함께 춤추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명덕 시인
이명덕 시인

오민석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명덕 시인의 시에서 사랑의 찬란한 연속체, 사랑의 화려한 ‘감염’을 본다”며 “주체가 자신을 낮출 때 사랑의 연쇄반응이 생성된다. 꽃과 꽃들의 찬란한 연결이 주체들 사이에 줄줄이 일어나는 것, 이것이 이 시인이 소망하는 관계의 모습이고 세계의 풍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고통의 현장을 바로 그리지 않는다. 그것을 오래 지켜본 후 그것이 경험의 수면 위에서 윤슬같이 잔잔하게 흔들릴 때,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것에게 다가간다”며 “그는 호들갑을 떨지 않고, 자신의 고통을 전경화하지 않으면서, 아픔의 오랜 연속체를 그려낸다”며 이 시집은 모순의 현세를 견디며 사랑의 빛나는 지평을 열어나가는 시인의 따뜻한 발자국들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시와표현 시인선 087 사당동 블루스
도서출판 시와표현/ 2019년 10월 22일 초판발행
147면/ 값 10,000원 / ISBN 979-11-86955-86-4 / 판형 207*130mm

■이명덕 시인
△전남 화순 출생
△현 서울 거주
△1997년 월간 현대시학 시인 등단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시집 ‘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스펑나무 신전’

△메일 sesteen@daum.net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