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디자이너 이우디 시인, 시집 ‘수식은 잊어요’ 출간
[신간]디자이너 이우디 시인, 시집 ‘수식은 잊어요’ 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6.03 0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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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에 물렸을 때 이빨 독은 성난 파랑이다
2
미처 빨아내지 못한 독은 자라
이브는 숲으로 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하얀 꽃잎은 밤의 멍든 잎이었다가
벨로캉왕국의 '메르쿠니우스 임무'를 맡은 103683호처럼*
꽃과 잎 사이 메신저가 되었던가
개미도 기계도 아닌 모호
살아남은 손가락의 감정은 장애에 가깝다
3
지하에 갇힌 허공에서 추락한 세계는
암반수가 흐른다
말라붙은 피딱지 너머
진화일까 퇴화일까
초록이 가슴으로 낳은 초록에 가까운 연두는 불구
불구의 원인은 초록
초록은 망설임 없이 초록을 지운다는데
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정신은
청옥처럼 푸르고 투명하고 단단하고
아름다워진다는데
4
문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다
무화과 쏟아지고 수두룩한 이브
종종색색 옷을 껴입으면
혁명의 무렵 사람들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는다
진보는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는 탄생할까
신화처럼…
5.
날개는 혁명을 꿈꾼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 이우디의 '날개는 혁명을 꿈꾼다' 전문

이우디 시인
이우디 시인

9년째 제주에 둥지를 틀고 사는 제주의 이방인. 어느덧 제주를 더 잘 알아가고 있는 시인 이우디.

그의 금빛으로 물들인 머릿결이 햇살에 비추면 더욱 더 곱게 비추어 제주인답지 않은 고운 얼굴을 소유하고 있는 이우디 시인이 자신의 시세계를 정리한 립스틱보다 더 맑은 시집 ‘수식은 잊어요’를 발표했다.

이번 출간된 시집 ‘수식은 잊어요’는 시조집 ‘썩을,’ ‘강물에 입술 한잔’ 이후 세 번째로 펴낸 작품이다.

詩는 끝없는 사랑, 끝없이 느껴야 詩를 쓰는 이유로 끝도 없는 사랑을 한다는 이우디 시인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이번 시집은 1부 ‘숨’ 외 14편, 2부 ‘꽃잎을 펼쳐라’ 외 15편, 3부, ‘가을이 쏟아진다’ 외 15편, 4부 ‘달꽃 피는 밤이었다’ 외 15편 등 총 시 59편이 수록됐다.

이 시인은 꽃이라는 소재를 유독 많이 표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삶의 궤적에 희망이라는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숨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우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나를 발탁한 당신의 강력한 블랙홀에서 쓴다”며 “차마 버리지 못한 나를 쓰는 나는 또 나를 착각한다”고 실토했다.

호병탁 시인은 해설에서 “이우디 시인의 시편들은 한마디로 ‘포스트모던’의 글쓰기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단순히 ‘연속’ 혹은 ‘단절’이라는 관점에서 양자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리다. 양자는 계승, 발전적 관계와 대립, 적대적 관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집 '수식은 잊어요' 표지
시집 '수식은 잊어요' 표지

이어 “이우디는 서민들이 일상에서 쓰는 기층언어 등 서민, 대중언어를 작품에 과감히 수용하고 있다”며 “토착어는 물론 인간의 정감을 직선적으로 드러내는 언어에도 거침이 없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민중적이고 질박한 언어군을 통해 경계를 부수고 중심에서 벗어나려 하는 강한 몸짓을 보이고 있다”며 “비선형성의 새로운 맥락을 제공한다. 어려웠지만 유익한 독서였다. 건필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독창적인 영감과 기발한 상상력을 구사하는 그녀의 시는 특별한 개성과 기민한 감각을 확보하는 힘이 세다”며 ‘세련되고 참신한 오감과 이미지들을 치열하게 구축하는 독자적인 시세계가 돋보이는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 시집 『수식은 잊어요』 (2020년 5월)
▷지은이 이우디
▷펴낸곳 도서출판 황금알
▷ISBN No 979-11-89205-64-5-03810
▷초판발행 2020년 5월 30일
▷총페이지 144P
▷가격 10000원
▷이우디 / 1958년 서울 출생. 본명 이명숙. 2014년 《시조시학》(시조), 2019년 《문학청춘》(시)으로 등단. 시조집 『썩을』, 시집 『수식은 잊어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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