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63)조약돌의 온도
[뉴스N아침시](63)조약돌의 온도
  • 이은솔 기자
  • 승인 2020.05.01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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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곽인숙, 시평/현달환
곽인숙 시인
곽인숙 시인

나의 문학의 첫사랑은
황순원 소나기다
두물머리를 지나 서종
그곳에 가면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개울가로 나온 소년은
소녀를 기다리며 주머니 속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소나기 마을에 꽃 햇빛이 내리고
마술처럼 마을은 확 젊고 어리다
눈썹도 분홍빛으로 어리어리
열 손톱이 설레는 별꽃이 피어났다

주변 나무들이 아무튼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것
동화는 자꾸만 태어나고 있었다
두 소년 소녀가 비를
피해 들어간 움막에서는
언어를 뛰어넘는 우렁찬 침묵이
안타까움이 눈물이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남아 소나기를
소나기를 소나기를 흠뻑 맞곤 했다
무지개가 뜨지 않으면
하늘은 아니라고

나는 홀로 황순원 선생님의
문학 속에 오두막을 짓곤 했다

소나기 지나간 뒤에
해는 더욱 빛난다
내 옆에는 지금도 돌을 만지작거리는
진한 연분홍의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곽인숙의 '조약돌의 온도'

소나기는 늘 바쁘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바비 비를 피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부산거린다. 그래서일까. 소나기는 '갑자기'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렇다. 우리 삶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사랑이 그렇다.

서서히 오는 사랑은 실제로 급박하게 심장 박동수가 뛰고 난 뒤에 오는 것이다. 소나기 작품의 두 아이들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것은 소나기라는 매개체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 그 소나기에 있는 조약돌이 시인의 십자가 같은 평안을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데서 지금 안정의, 안식을 주는 시간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소나기는 지금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내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새로운 작전을 짜고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시인은 지금 굉장히 아름다운 평안을 갈구하고 있다. 시인이 바라는 대로 그렇게 되도록, 조약돌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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