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삶의 노래, 고향의 노래, 잊히지 않은 제주4.3의 노래"
"詩는 삶의 노래, 고향의 노래, 잊히지 않은 제주4.3의 노래"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10.19 23: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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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 시인‘ 강중훈 씨 초청 문학 특강
19일 오후 7시 제주문학의집 북카페서
제주문학의 집(운영위원장 김가영)이 19일 오후 7시 제주문학의 집 북카페에서 '오조리의 시인' 강중훈 시인 초청 특강이 개최됐다.

가다보면 가끔은
바람구멍 난 창틈 사이로
당신이 얻고자 하는 구원의 바람 이는
제주섬 동쪽 끝 일출봉 맞은편,
바람도 끌고 가다 놓친
오조리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지
잔치 벌인, 빚잔치 벌인 뒷자리
동박새도 눈깜짝 숨던 무너진 돌담길
지랄같이 피다가
선잠 깬 유채꽃도 있지
혼불처럼 매달린 동백꽃도 있지

제주문학의 집(운영위원장 김가영)이 19일 오후 7시 제주문학의 집 북카페에서 '오조리의 시인' 강중훈 시인 초청 특강이 개최됐다.

강중훈 시인은 이날 '시가 마려워 떠나지 못하는 고향'을 주제로 청중들에게 시와 제주에 얽힌 문학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 시인은 '나의 작품은 모두가 삶의 노래이고 고향의 노래이며 잊히지 않은 제주4.3의 노래'라고 전제한 뒤 “여덟살 때 4·3의 현장에서 살아남았지만 아버지 등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며 “문학을 두고 ‘죽음 앞에서 살아남은 자의 영혼’”이라고 단정했다.

제주문학의 집(운영위원장 김가영)이 19일 오후 7시 제주문학의 집 북카페에서 '오조리의 시인' 강중훈 시인 초청 특강이 개최됐다.

이어 “오줌 마렵듯 詩가 마렵다"고 시에 대한 애증을 토로했다.

강 시인은 여덟 살 때 4.3을 겪으며 가까스로 자신의 목숨은 건졌으나 부친을 비롯한 여러 가족의 생명을 잃었다. 그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아! 고구마가 다쳤네.
피가 흐르네.
얼마나 아플까
얼른 닦아줘야겠다.
-강중훈 시인의 중학교 때 쓴 시 ‘칼’

제주문학의 집 관계자는 “이번 문학 특강은 이런 경험과 삶의 무게를 달면서 시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는 시안(詩眼)을 통해, 오조리 고향 마을과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중훈 시인은 1993년 한겨레문학으로 등단해 서귀포문인협회 회장, 제주문인협회 회장, 계간 문예지 <다층> 편집인, 국제 펜한국본부 제주지역위원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제주문학의 집(운영위원장 김가영)이 19일 오후 7시 제주문학의 집 북카페에서 '오조리의 시인' 강중훈 시인 초청 특강이 개최됐다.

또, 시집 《바람, 꽃이 되다만 땀의 영혼》로 제17회 제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 시인은 첫 시집 '오조리, 오조리, 땀꽃마을 오조리야'를 비롯 '가장 눈부시고도 아름다운 자유의지의 실천', '작디작은 섬에서의 몽상', '날아다니는 연어를 위한 단상', '털두꺼비하늘소의 꿈', '바람, 꽃이 되다만 땀의 영혼' 등에서 삶의 노래이자 고향의 노래이며 잊히지 않은 제주4·3의 노래를 불러왔다.
 
시집으로는 《오조리, 오조리, 땀꽃마을 오조리야》, 《가장 눈부시고도 아름다운 자유의지의 실천》, 《작디 작은 섬에서의 몽상》, 《날아다니는 연어를 위한 단상》, 《털두꺼비 하늘소의 꿈》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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