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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를 석방하라! 구럼비를 시민에게!!”
“송강호를 석방하라! 구럼비를 시민에게!!”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0.03.3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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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석방 촉구와 정치적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

송강호 석방 촉구와 정치적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31일 오후 2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정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3월 7일, 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강정해군기지 안에 조그맣게 남아있는 구럼비에 들어가 기도를 했던 송강호씨에게 3월 30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아래와 같이 진행한다.

■ 송강호 석방 촉구와 정치적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
“송강호를 석방하라! 구럼비를 시민에게!!”
주최 : 강정평화네트워크
▲일시장소 : 2020.3.31.(화) 오후 2:00,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정문
▲세부진행내용
-. 진행상황 공유
-. 발언1 (류복희)
-. 송강호 입장문 대독
-. 노래
-. 발언2
-. 성명서낭독
* 진행 순서 및 내용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며, 현장에서 성명서와 송강호씨의 입장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 현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할 예정이며, 마스크를 착용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문의 : 이상(010-2379-0760

[기자회견 전문]송강호를 석방하라. 구럼비를 시민에게.

억울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는 그리움으로 산다. 미래를 믿는 힘, 그것이 그리움이다. 되찾아 올 것이 있는 마음, 그것이 그리움이다. 빼앗겨 볼 수 없는 얼굴은 모두 아름답다. 그리움 때문이다. 그가, 그들이. 송강호가, 류복희가 현실의 벽을 뚫고, 법이라는 철조망을 끊어서 그곳에 갔던 것, 그것이 그리움의 힘이다. 사람은 그렇게 그리움으로 산다.

이 불법한 군사기지는 어떻게 해야 희망이 될 수 있는가? 폭력과 존엄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그것은 침묵을 깨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다. 나의 힘이 저편을 능가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함께 상실한 것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이것이 ‘판가름’ 날 사건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우리의 몫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믿는가? 그래서 그들은 침묵을 깨기로 했다.

송강호가 벽을 뛰어넘어서까지 깨고자 했던 침묵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구럼비였다. 그것은 폭력이었다. 그것은 시민으로서 저항할 권리 아니, 의무였다.

구럼비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그것은 무엇이길래 이토록 위험을 감수하는 것인가? 해군에게 그것은 제주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해안 노출암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대로라면 여기 당신 역시 지구상 어디에나 넘치게 많은 인간종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 하나쯤 죽는다고 세상이 망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당신은 언제든 당신보다 강한 힘으로 죽어도 된다. 국익이라는 이름만 가져올 수 있으면 언제든지 죽어야 한다. 그것이 구럼비를 해군기지 콘크리트에 파묻은 힘의 원천이었고, 지상을 떠도는 폭력의 구조였다. 누군가는 구럼비를 누이라 부르며 눈물을 흘렸고, 그곳은 대대로 이 마을의 성소였으며, 수만 수억 년을 살아온 생명이었다. 그러니 부서진 것은 바위였으나 빼앗긴 것은 바위만이 아니었다. 생명에의 경외와 정당성을 갈취당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함께 잃었다.

폭력은 어떻게 밀려왔는가? 국가는 왜 시민들이 세계의 질서를 구성하기 위해 질문을 확대되는 순간에만 급격히 유능해지는가? 폭력 앞에, 혐오 앞에, 차별 앞에 무력했던 국가는 왜 책무를 질문받게 될 때만 대단히 강력한 존재가 되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밀려오는가?

"정부가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에 와서 했던 사과 일부분이다. 국가수반이 국가 폭력을 공식 인정했다. 이것이 저항의 힘이다.

해군과 국정원 서귀포시 강정천 체육공원 보수단체 집회 지원, 서귀포시 경찰의 해군기지 반대 주민 측 폭행, 해군 특수부대 SSU의 송강호 박사 폭행, 해경 고의적인 카약 전복, 해경과 해양경찰 특공대 해상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폭행, 강정포구 봉쇄과정에서 마농밭 훼손과 항의하는 시민 폭행, 경찰 천주교 종교행사 방해로 성체 훼손, 경찰 부당한 불심검문 등에 의한 인권침해, 경찰의 욕설 등 공무집행 태도, 경찰 채증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 이것은 2019년에 경찰청이 만든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목차 일부분이다. 여기에 따르면 강정의 해군기지는 국가 폭력의 결과물이다. 국정원과 해군과 제주도정이 마을의 분열을 획책했다. 해군이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요구한 지 사흘이 되지 않아 도지사의 결재가 났고 도의회가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사기 은폐 왜곡 조작이 구럼비를 파괴했다. 국가는 제 존립 근거를 부정했고 군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지웠다. 이것이 제주 해군기지의 본질이며, 오늘 이 불행의 원죄다.

국가와 해군의 폭력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댓가를 치르지도 않았다. 2011년 10월 4일. “어디서 기도했어요?” 해군 해난구조대가 직접 송강호에게 물었다. 순진하게 송강호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도 장소를 알려주었다. 헤엄쳐 돌아가려는 그를 따라 건장하고 젊은 해군 둘이 따라 들어갔고 다수의 채증조가 보트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송강호를 물속에 처박고 가격했다. 억지로 오리발을 빼앗고 물을 먹였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되었다. 그는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을 견디며 폭파되는 구럼비로 매일 아침 헤엄쳐 갔다. 기도했다. 구럼비는 그런 곳이었다.

그가 군사기지의 경계, 군대가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그 선을 넘어갔다 한들 그것은 침입자가 아니다.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자기를 성역화하며 불법을 은폐하는 군대다. 세계를 명령체계에 놓고 끊임없이 국민을 적으로 간주해 선 바깥으로 쫓아내는 권력이야말로 위험하다. 그 한 사람을 위험으로 간주하고 시민의 저항권리 애도권리를 묵살하는 안보 논리야말로 불온한 허상이다. 수차례 요청하고 기다리고 부탁했다. 한 조각 남은 돌 위에서 사라진 것들의 안부를 묻고자 했다. 그것뿐이다. 그러나 그는 어마어마한 위협으로 묘사되었다.

불법은 누가 했는가? 이미 만들어진 거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 어떻게 불법인가? 단언컨대, 전쟁을 예방하는 군사기지는 없다. 전쟁을 통해 이뤄지는 평화는 없다, 전쟁을 막겠다면 제일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이 바로 군사기지다. 송강호는, 류복희는, 그리고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매일 저 담을 넘었다. 이것이 폭력이 만든 침묵을 깨뜨리는 것이다. 송강호가 한 일이 그것이다. 류복희가 한 일이 그것이다. 우리가 했던 일이 그와 같다. 국책사업, 군사주의의 폭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교훈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가 곧 올 것이다. 생명. 평화. 구럼비. 강정. 빼앗긴 이름을 되찾을 것이다.

그러니 구럼비를 내놓아라. 송강호를 석방하라. 그의 몸을 구속할 수는 있어도 그가 던진 질문을 주워 담지 못할 것이다. 구럼비를 돌려내라. 국가폭력 동원하여 깨뜨린 것들을 모두 돌려내라. 시민 앞에 살려내라. 다시 말한다. 송강호를 돌려내라. 빼앗은 것들을 내놓아라. 죽어간 것들을 살려내라. 이 어디에도 군대가 있을 곳은 없다. 전쟁으로 지켜지는 평화는 없다. 송강호를 석방하라!

사기. 은폐. 왜곡. 조작. 제주해군기지는 역사 앞에 사죄하고 지금 당장 철수하라!
구속영장 신청하는 경찰행태 고발한다. 해군에게 협력하는 경찰행태 사과하라!
평화의 섬 제주도에 군사기지 필요 없다. 필요없는 해군기지 즉각 폐쇄하라!
애도권리 시민 탄압 보복 구속 철회하라. 송강호를 석방하라!
송강호를 석방하라! 구럼비를 살려내라! 구럼비를 시민에게!

2020년 3월 31일 - 강정평화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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