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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도시디자인, 마나즈루 마을의 ‘미(美)의 조례’
[기고]도시디자인, 마나즈루 마을의 ‘미(美)의 조례’
  • 뉴스N제주
  • 승인 2020.03.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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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서귀포시 도시과 주무관
김민지 서귀포시 도시과 주무관
김민지 서귀포시 도시과 주무관

일본 가나가와현 마나즈루 마을은 인구 1만 명 정도가 사는 작고 평범한 항구 마을이다. 그런 수줍고 조용한 마을 마나즈루에 ‘美의 조례’라는 유례없는 법이 있다.

마나즈루 마을 주민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일어난 난개발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 문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적인 표현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적용해서 도시미관에 대한 삶의 규칙을 만들었다. 법률가, 디자이너, 건축가, 공무원, 주민이 美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만 2년 동안 “미의 기준”을 집필하여 1993년 주민들에게 배부하였다.

“미의 기준”은 조용한 마을길, 청정한 바다, 초록 마을숲, 반딧불, 개방적 발코니 등 중심 키워드를 기준 삼아 마을 주민들은 마당을 가꾸거나 돌담을 교체할 때도 집 한편에 자리한 ‘미의 조례’를 참고한다.

기존 경관법과 다르게 ‘미의 조례’에는 숫자가 없다. 공간은 살아 숨 쉬는 곳이기에 경제 가치에 입각한 방만한 도시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으며, 수치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을 ‘생각’하고 상상하게 한다.

대신에 이 조례는 성스러운 장소가 있다면 그것을 주의 깊게 보호하고, 풍성한 초목이 있다면 남기고, 좋은 전망이 나오는 곳은 독점하지 말고, 지역 공동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 등 장소의 특성을 존중하는 정성적 가치를 담고 있다.

마나즈루 마을의 미의 원리는 장소, 위계, 척도, 조화, 재료, 장식과 예술, 커뮤니티, 조망 8개의 테마와 69개의 키워드로 되어 있으며 각 키워드는 ‘전제 조건’, ‘해결법’, ‘과제’ 항목으로 나뉘어 쉽게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업자가 개발안을 제시하면 행정은 조례에 따른 의미와 제안을 담은 요구서를 사업자에 전달하며, 사업자는 이를 검토하여 개발행위에 적용할 방안을 행정에 제출한다. 공평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만큼 행정과 주민, 개발자는 서로의 제안서를 작성 또는 확인하고, 서로의 입장과 예산을 존중하여 최선책을 찾아간다. 대화와 협의를 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고민하게 되므로 서로가 상생의 길을 도출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은 인간의 본성이며, 아름다움 품은 마을 풍경은 지역주민의 감성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 마을 풍경에는 맥락(脈絡)이 있어야 하고, 그 맥락의 연속성이 제주도만의 아름다움이 되어야 한다. 제주 공동체가 힘을 합쳐 관광명소 이상의 가치를 가진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후손에게 연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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