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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짓기...'보편적 관점=우상' 버리고 새롭게 말하는 문학행위"
이어산, "시짓기...'보편적 관점=우상' 버리고 새롭게 말하는 문학행위"
  • 뉴스N제주
  • 승인 2020.03.27 20:1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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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토요 시 창작 강좌(79)
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79)


□시의 진리에 다다르는 길

이어산 시인
이어산 시인

시의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허풍쟁이로 취급된다.

시 짓기에서 “이것이 진리다”라는 정답이 없는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끝없이 진리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F. Bacon)은 “우상을 버려야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 유명한 ‘우상론(偶像論)’이다. 이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시인이라면 참고를 해야 하는 내용이기에 학창시절에 배운 사람도 있겠지만 소개 한다.

베이컨이 말하는 ‘우상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나의 감정을 버리라’는 말로 귀결된다. 그 감정은 다른 말로 하면 자기만의 고집이나 편견이다.

필자가 발행하는 시전문지 제호가 〖시와편견〗인데 ‘편견’을 버리라니? 헷갈릴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편견’이란 그 사람만의 결(䤿), 또는 향취(香臭)를 말하는 것이고 베이컨이 말하는 편견은 다음의 네 가지 우상을 말한다.

1. 동굴의 우상 - 동굴에 갇혀 사는 것 같은 아집이나 편견. 예) 우물 안의 개구리
2. 종족의 우상 - 모든 것을 인간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편견. 예) 까마귀는 나쁘다.
3. 시장의 우상 -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것을 믿는 편견. 예) 광고를 믿는 것
4. 권위의 우상 - ‘극장의 우상’이라고도 하는데 권위나 전통을 지닌 사람의 말을 무조건 믿는 편견. 예) 서울대학교 OOO교수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 시를 쓰는 사람은 우상을 버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상을 신봉하는 한 그곳에 새로운 해석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시 짓기는 우리의 보편적 관점을 새롭게 말하는 문학행위다. 시를 쓸 때 보편적 관점은 우상이라고 보고, 그 우상을 버려야 시가 시다워진다는 생각으로 시를 써보자는 것이다.

기왕 철학을 끌어와서 설명을 했으므로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의 ‘합리론’으로 시 짓기의 묘사와 진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1. 묘사 - 우리가 경험한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행위. 묘사엔 글쓴이의 감정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2. 진술 - 묘사를 축으로 하고 글쓴이의 생각을 넣는 행위. 묘사의 대상과 의미망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차용한 글

오늘 글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시 짓기에서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다. 묘사는 영국과 미국의 이미지즘을 낳고, 진술은 프랑스의 상징주의를 탄생시켰다.

오늘의 우리는 편견과 묘사와 진술의 기원(紀元)을 아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시를 쓰는 행위는 묘사를 위해서 진술을 하고, 진술을 위해서 묘사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결합하는 것이 현대시가 추구하는 좋은 시 짓기의 방향이라고 한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기억하기 바란다.
A, B(직유, 묘사)+C(진술)= D(의미망의 결합, 통괄, 진리)를 에둘러 말한 것이다.

위 내용이 너무 어려운가? 어려운 것과 난해한 것은 다르다. 약간 어려운 시라도 시적 구성이 단단하면 이해가 되지만 난해한 것은 이해불가의 시다.

몇 번 이야기 했지만 시인이 두세 번을 정독해도 알 수 없는 시는 쓰레기통에 넣어라.

다음 시는 시 짓기의 교과서적인 시를 쓰는 강희근 시인의 시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두세 번 정독을 하고 댓글을 달아주기 바란다.

잘 된 글은 다음주 강좌 때 소개하고, 강희근 시인의 시집 19권에서 가려 뽑은 시 선집 ‘시는 리라소리 나는 곳으로 간다’라는 시집을 선물로 보내드리려 한다.

주목! 이형기


그는 인상을 한 번 쓰고 있는 시인처럼
보였다

그 다음
그는 인상을 실쌈스레 쓰고 있는 시인처럼
보였다

그 다음
그는 그 인상이 되어
자해(自害)하는 시인처럼 보였다

마침내 그는
그의 몸이 칼자욱이거나 랑겔한스섬 가문 날이거나
자갈밭이거나
한 자루 삽이거나
잇빨이거나 잇빨 같거나

잇빨을 노래하는 시인처럼 보였다

아, 그는 시인이 아니라 시인 이상이다
시인 이상이 아니라
비수를 갈고 있는 비평, 날이 센 비평가다!

콱, 한 번 인상을 쓰고
풀어지지 않는
인상을 쓰다가 인상을 잡아먹는,


- 이어산, <생명시 운동>


 ■ 디카시 한 편

               봄의 증후군

        가까이 하기엔 불편한 당신
        이상한 봄날의 번호표 행렬

                    - 원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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