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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렴, 양심이 향하는 문
[기고]청렴, 양심이 향하는 문
  • 뉴스N제주
  • 승인 2020.03.2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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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훈 서귀포시 중문동 실무수습
최세훈 서귀포시 중문동 실무수습
최세훈 서귀포시 중문동 실무수습

얼마 전 모 장관과 가족의 비리로 사회는 꽤나 시끄러웠다. 공직자가 응당 갖춰야 할 공공성, 윤리성을 근거로 이를 맹렬히 비난하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꽤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건이 있었다.

어디 이뿐인가. 고위 공무원이 사전에 개발정보를 입수하여 싼 값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시장의 상식을 뛰어 넘는 비정상적 수익으로 땀 흘려 일하며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배신감과 허탈함을 안겨준 일도 있었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몇 가지 덕목이 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며 “아, 이런 시답잖은 게 시험에 나오는구나.”로 시작해서 공무원이 된 후에는 적어도 매 분기 혹은 반기를 주기로 잊을만하면 이뤄지는 일종의 도덕 정신교육까지.

어느 집단보다 윤리, 도덕적 측면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청렴함을 강요받고 있는 공무원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게 변한다는 것뿐이라는 말이 있다.

위에서 잠시 소개한 반면교사의 주역들도 최초 임명장을 받았을 때 뜨거운 심장과 벅차는 가슴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노라고 다짐했으리라.

하지만 권력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달콤했으며 이내 이 단내를 맡은 많은 부정한 무리들은 이들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 때론 돈과 쾌락으로 또 때론 다른 상위의 권력으로 이들을 유혹하고 회유하며 타락하게 만들어 갔을 것이다.

최초 품은 큰 뜻에 구정물이 튀어 냄새가 나고 여기 저기 얼룩이 묻어 더러워졌음을 자각할 무렵 어쩌면 나 하나쯤이야 혹은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하는 자기 방어적 핑계가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너도 똥 나도 똥, 모두 다 똥이니 양심아, 국민아, 날 너무 원망하지 말라. 나랏일이란 본디 다 이런 것이다.’라는 식이다.

하지만 티브이에서나 그 귀한 얼굴을 영접할 수 있는 저 까마득히 위에 있는 고위 공무원들이 열매고 꽃이라면 땅속 어딘가 길게 뻗어 있는 잔뿌리, 그중에서도 얇고 가느다란 실뿌리나 될까 싶은 말단 공무원이자 국민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그렇게 살지 마슈.‘다.

너도 하고 얘도하고 쟤도 하니 나도 하겠다? 배울 만큼 배우고 뱃속 두둑이 기름을 두를 만큼 가진 사람들의 고매한 생각이 겨우 그 정도라면 그만두라.

쇠똥구리가 쇠똥 구슬을 만들어도 나름의 원칙이 있을 것인데 하물며 공무원이나 돼서 삶의 원칙이나 직업적 소명의식도 없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라.

공무(公務)란 나랏일이다. 나랏일은 영향력이 매우 크다.

나랏일을 잘하면 기업 가치와 국격은 높아지고 실업자는 줄어들며 사람들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연애하고 결혼하여 2세를 생산하고 차세대 국민이라는 나라의 요체를 형성한다.

반면 나랏일을 잘못하면 기업들은 도산하고 곳곳엔 실업자들이 넘쳐나게 되며 사람들은 내일보다는 오늘만 생각하며 살게 되고 결국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나랏일이 이렇게 중한 것일진대 고위 여하를 막론하고 담당자라 할 수 있는 공무원이 청렴하지 못하여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며 비리에 연루된다는 것은 정성적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 분명하며 국민 앞에 삼보 일배로 서울, 부산을 열 번을 왕복해도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조사수는 지금의 대법원장, 국회의장, 서울대 총장 등 권력의 정점에 달한 자리를 두루 거친 그야 말로 최고급 관리였다. 하지만 그는 월급(녹봉)외에는 일절 받지 않고 그저 청렴한 삶을 살았으며, 곧고 강직한 성격과 소신 탓에 부정한 무리들의 청탁 등 비리,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웠다.

또한 왕이 문무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의 청렴함을 시험해 보고자 청문(淸門), 예문(例門), 탁문(濁門) 등 세 개의 문을 만들어 신하들을 지나게 했는데 모든 신하가 그저 눈치만 보며 탁문을 꺼려 예문을 조용히 지날 때 홀로 당당히 청문에 들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 시대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모든 공직자들과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그대 어느 문으로 들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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