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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아침시](58)엄마를 표절하다
[뉴스N아침시](58)엄마를 표절하다
  • 이은솔 기자
  • 승인 2020.02.16 0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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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문희, 시평/현달환
박문희 시인
박문희 시인

흔들리지 않으려
고개를  흔들었다

쩡쩡 언 땅을 밟고
찬바람 똬리에 받히고

화끈거리는 가슴 풀어헤치고
얼씨구 넘고 절씨구 넘던 고개

여기저기 봄이 나붙었건만
아직 보지 못한 것일까

그토록 좋아하시던  봄
그 안에 가만히 앉아
기다려 본다

어디서 날아온 한 마리 새
후드득 날아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찔끔 눈물이 난다.

올해는 산나물도 게으른 걸까
서툰 기다림
얼룩얼룩 심통을 부린다

어디쯤 오시려나
한마디 건넸더니
무뚝뚝한  산등성이 하는 말
울긋불긋.

-박문희의 '엄마를 표절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 것이다. 설레는 기다림의 누적된 시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려는 식물들의 모습에서 꿈을 보는 것이다.

웬걸 올해는 빠르게 달려오는 봄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기침을 한다. 적당한 시기에 찾아오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법.

그토록 좋아하시던 봄/그 안에 가만히 앉아/ 기다려 보는 시인은 늘 고개넘어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눈으로 사진 찍고 하나씩 반추해보는 시간 속에서 자신도 어느덧 그런 어머니가 되고 있다.
봄은 어머니다. 시인의 바램처럼 빨리 돌아왔으면, 그런 봄이...[현달환 시인]   

◆박문희 시인 프로필
경북 의성 출생
경남 창녕 거주
시집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활동 시작
공저:벗은 발이 풍경을 열다, 내몸에 글을 써 다오
시사모동인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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