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내 초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성료
[공연]국내 초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성료
  • 오형석 기자
  • 승인 2019.11.30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 성황
‘마리아 스투아르다‘ 역 강혜명 vs 엘리자베타‘역 고현아의 팽팽한 긴장감 묘미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스코틀랜드의 여왕 '마리아 스투아르다'와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타'.

이 두 여왕 사이에 종교적,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더욱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희곡으로 만든다.

이 작품을 작곡가 도니제티가 아주 흥미롭게 읽고 곧바로 대본가 바르다리에게 의뢰해 오페라로 탄생하게 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오페라로 완성되기까지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여왕 시리즈 오페라 3부작 중 하나인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아쉽게도 ‘안나 볼레나’처럼 해외에서도 많이 공연되는 작품은 아니다.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현대 오페라에 걸맞게 모던하고도 격식 있는 무대 미술, 화려한 의상, 품위있는 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양진모)가 아주 좋았다는 관람했던 사람들의 평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초연으로 올려진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벨칸토의 정수를 보여주는 도니제티의 음악적 구성과 가수들의 역량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말 그대로 아름다운(Bel) 노래(canto)를 이끌어 냈다.

두 소프라노의 팽팽한 대결 구도는 전체 오페라의 분위기를 이끌며 관객까지도 함께 긴장된 줄다리를 하는 느낌이었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마리아 스투아르다‘ 역을 맡은 제주의 딸, 소프라노 강혜명은 무대 등장부터 본인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으며 동작 하나 하나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좋은 소리의 울림과 무엇보다 넓은 음역대 (저음에서 상고음에 이르기까지)도 안정된 소리로 노래해 관객들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엘리자베타‘역을 맡은 또 다른 소프라노 고현아는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인 빈슈타츠오퍼 솔리스트답게 매력적인 소리 컬러와 테크닉으로 열띤 대결 구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엘리자베타의 애인이지만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사랑하는 ’로베르토 레이체스터‘백작 역의 테너 신상근은 부드러운 음성과 감정을 잘 표현하며 벨칸토 테너의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막2장 중 마리아 스투아르다와의 이중창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애절한 노래가 관객들에게까지 잘 묻어났다.

마리아 스투아르다와 엘리자베트의 또 다른 이중창.

역사적으로 두 여왕이 함께 만난 적은 없지만 오페라의 극적 연출을 위해 두 여왕의 대면 장면이 첨가됐다.

서로의 상처를 들춰내며 저주를 담아 노래하는 이 장면은 대결 구도의 정점을 찍는 장면이었다.

가창과 연기, 의상 모든 면에서 두 소프라노의 불꽃 튀는 대결이였습니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함께 숨죽이며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대와 의상도 이 오페라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하는 큰 부분이었다.

엘라자베타를 상징하는 가시 왕관 모양의 샹들리에는 화려한 듯하지만 불편한 여왕의 심리를 표현한 듯했고,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상징하는 붉은 가시나무는 앞으로 그녀에게 닥치는 운명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2막 2장의 비스듬히 눕혀진 십자가는 서로 얽혀있는 비운의 여왕들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처럼 불안정한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또한, 의상의 화려함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단순히 화려함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연출과 함께 어우러지며 극 중 상황을 표현하는 하나의 모티브를 제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마지막 피날레 장면 중 두 여왕의 붉은 색 드레스였다.

모든 이가 이 상황 속 붉은 드레스가 죽음과 함께 피를 상징한다는 사실은 다 아는 바지만 조명에 비추어진 서로 다른 붉음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까지 디테일하게 다 표현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엘리자베타의 건조하고 탁한 붉음은 죽음 그대로의 느낌을 나타냈으며 마리아스투아르다의 붉음은 새틴 원단 소재로서 조명이 비추어지니 더욱 강하고 빛나기까지 한 강렬함으로 보여져 마치 지금 피를 흘리고 있는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왕조 출신으로 첫 처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진 여왕은 우리들에게 사실적인 죽음을 알리며 막을 내렸다.

주역들뿐만 아니라 전 출연자들의 기량도 탁월했으며 연출, 무대, 지휘, 오케스트라, 합창단 모두 하나가 되어 좋은 오페라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연이라고 여기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으며 앞으로 올려 질 초연 오페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한 편의 오페라가 올려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모든 출연자, 관계자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가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올려졌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