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 명상칼럼](6)고통을 알아차려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태수 명상칼럼](6)고통을 알아차려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 뉴스N제주
  • 승인 2019.11.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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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만나는 명상 칼럼(6)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뭔가를 성취하려는 욕구는 한 개인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안내하는가 하면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박태수

■아침에 만나는 명상 칼럼(6)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언가를 가지려고 한다. 아기가 엄마의 젖꼭지를 움켜잡듯 무엇이던 손에 닿으면 잡는다. 그러한 행위는 성장하면서 반복적으로 삶의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

이처럼 뭔가를 성취하려는 욕구는 한 개인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안내하는가 하면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2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제주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는 신비스런 산이다. A씨는 오랫동안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고 싶어 했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정오쯤 정상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 곳은 한라산 남쪽 벽으로 불리는 깎아지른 듯 험난한 곳이다. 호흡은 힘들고 가슴엔 통증이 왔지만 이제 곧 정상에 이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멈추지 않고 계속 올랐고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톨스토이의 단편에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설화가 있다. 한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더 많은 수확을 위해 계속 땅을 늘려갔다.

어느 날 상인으로부터 일정한 돈을 내면 하루에 걸을 수 있는 양만큼의 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해가 뜨면서 걷거나 달리기 시작하여 해가 질 때까지 달렸다.

그리고 영역표시로 깃발을 꽂았다. 그의 땅은 점점 넓어졌다. 그럴수록 그는 더 힘껏 달렸다. 깃발만 꽂으면 모두 자기 땅이 된다는 상인의 말은 그에게 힘이 되어 주었으나 그 만큼 그의 에너지도 소진되어 갔다.

해가 질 무렵 그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채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고통을 알아차리자 고통에서 벗어난 것

필자도 무엇을 성취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2년 전 70대의 늦은 나이지만 한라산 정상에 가기로 마음먹고 올라갔다. 겨울의 눈 덮인 한라산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기분 좋게 올라갔지만 코스의 절반쯤 지날 무렵 호흡이 곤란하고 땀이 비 오듯 흘렀으며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속도를 줄이면서 호흡을 조절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여기서 내 인생이 마무리 되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드는 순간 일행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쉼터에 누웠다. 얼마를 쉬고 나니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목적지를 변경하여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다. 고통을 알아차리자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목표만 바라보면 과정을 놓친다. 과정은 순간의 연속이다. 명상은 매 순간 몸과 마음의 현상을 관찰하고 알아차려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게 한다.

몸을 관찰하면 몸을 알 수 있고, 마음을 관찰하면 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순간을 관찰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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