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칼럼](6)아브락사스(Abraxas)에 대하여
[김성훈 칼럼](6)아브락사스(Abraxas)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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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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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수필가

■아브락사스(Abraxas)에 대하여(6)

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다. 선악이 있는 것이다.

아브락사스(Abraxas)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신이다. 선과 악을 다 지녔다기보다는 완전한 선과 선을 흐릿하게 하는 어리석음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해야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불안전함은 악의 근원이라고나 할까! 불가에서는 탐(貪) · 진(瞋) · 치(癡)를 없애야 피안의 세계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치(癡)라는 것은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리석음은 악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의 ‘데미안(Demian)’에 나오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Abraxas)이다’라는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어리석음을 넘어서려는 영지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영지주의는 신비적이고 계시적이며 밀교적인 지식을 얻어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 데미안은 데몬(demon)에서 유래한 뜻으로 ‘악마에 홀린 것’이라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칼 융은 ‘죽은 자들에게 주어진 일곱 강의들’이라는 짧은 영지주의적인 글을 발표하였다.

이 글에서 칼 융은 모든 대립물이 한 존재 안에 결합된 신이 아브락사스(Abraxas)이며, 아브라삭스는 기독교의 신의 개념보다 더 고차적원적인 개념의 신이라고 주장하였다. 영지주의자들은 윤회를 믿었으며 깨달음으로 천국으로 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원래 모두가 완전한 밝은 빛이었는데 어리석음으로 흐려져서 이 물질세계에서 윤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밝은 빛이었다는 자신의 본래 진면목을 보는 진리를 깨닫게 되면 자유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영지주의자들은 인간을 영·정신(영혼)·물질(육체)의 세 요소로 구성되었다고 보고 영적 발달 정도에 따라 영적인 인간(Pneumatics)·정신적인 인간(Psychics)·물질적인 인간(Hylics)으로 구분하였다.

헤르만 헤세는 청소년기에 정신요양원에 입원한 적이 있고, 중년기에 또 다시 빈번한 우울증으로 1916년부터 10여 년간 여러 차례 융(C. G. Jung)과 융의 제자 랑(Joseph Bernhard Lang)으로부터 융 학파의 정신분석을 받았다. 헤세는 융의 분석치료를 받으면서 크게 만족하였다.

헤세는 융의 인품과 치료기술에 감명을 느꼈고 융을 천재라고 칭송하기도 하였다. 헤세는 융과 대화하면서 싯다르타를 완성하였고 랑의 도움을 받아 우울증을 호전시키며 ‘황야의 이리’를 완성시켰다.

결국,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칼 융의 심리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헤세의 삶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누구든지 헤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그처럼 힘든 삶을 살았던 사람도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삶에 감사한다. 적어도 헤세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아브락사스(Abraxas)에 대하여 통찰(洞察) 하면서 세상의 모든 지식은 촘촘히 서로 조밀하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고 알아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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