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 칼럼](4)‘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불편한 마음도 정화된다
[박태수 칼럼](4)‘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불편한 마음도 정화된다
  • 뉴스N제주
  • 승인 2019.10.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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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만나는 명상 칼럼(4)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내 것, 네 것 하며 다투면서 자란다.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를 지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의 의식은 나이 들어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눈앞에 보이는 것 뿐 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대상까지도 경계를 짓는다.

필자는 명상센터 옆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센터와 텃밭 사이에는 빈공간이 있어서 주차를 하거나, 텃밭을 돌보거나, 짐을 싣거나 내릴 때 편리하다. 그런데 텃밭 저 편에 이웃집 펜션이 들어섰다.

어느 때부터인가 펜션 주인이 센터 옆의 공간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사용하는 것이려니 했는데, 아예 자기네 주차공간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왜 이 곳에 주차를 하지?’ 얼마 뒤에는 ‘자기네 주차장을 놔두고 왜 여기 하는 거야’라며 약간 불편해졌다.

그 불편함은 곧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주차한 차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오늘도 그 자리에 주차를 했나?’ 하면서 창밖으로 살펴보기까지 했다.

센터와 텃밭 사이에는 빈공간이 있어서 주차를 하거나, 텃밭을 돌보거나, 짐을 싣거나 내릴 때 편리하다. 그런데 텃밭 저 편에 이웃집 펜션이 들어섰다.(사진=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그러면서 이렇게 주차공간으로 인해 애를 끓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빈 공간 사용의 과정을 가만히 살펴보건 데 실제로 이웃집 주 인이 그 공간에 주차하는 행위나 공간 점유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일어나는 정도이니 나에게 특별히 불편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주차하는 행위를 보면 왠지 내 공간이 침범당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불편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실제로는 불편하지 않으면서 생각으로 불편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실제로는 불편하지 않아도 생각으로 불편해 하면서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현상은 상황마다 ‘경계’를 짓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의 삶은 경계선 긋기 과정이다.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하다’와 경계를 긋고, ‘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밖’이라는 생각으로 그 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분리가 일어난다.

그러면서 나와 나 아닌 것 간의 구분을 짓는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경계 짓기’는 개인의 에고를 강화한다. 그리고 이기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고, 그러한 ‘나 의식’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경계 짓기는 내가 옳다고 하는 ‘나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강화된 ‘나 의식’과 ‘너 의식’은‘ 우리 의식’이라는 더 큰 의식으로 확장하지 못한다.

‘나’라는 ‘개인의식’이 ‘전체’라는 ‘통합의식’으로 확장되지 않는 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면서 창밖의 이웃집 차를 보니 그냥 희색 차 1대 가 있을 뿐 어떠한 생각이나 불편함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웃집 차를 보고 경계를 지으면서 일어났던 이기적 불편함이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편안해졌다. 비로소 ‘바라보기’명상을 통해 ‘나’라고 하는 에고에서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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