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고미자 회장의 담담한 낭송과 신들린 표정, 관객들 "눈시울"
[문학]고미자 회장의 담담한 낭송과 신들린 표정, 관객들 "눈시울"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9.10.14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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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노래하다'...재능시낭송회 13일 오후 제주문예회관 소극장
허상문 작가의 "나비야 청산가자" 수필, 고미자 회장의 잔잔한 낭송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공연을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JEI 제능문화 JEI 재능교육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고향의 어머니, 마음속의 어머니를 함께 찾아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시낭송이 진행됐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고미자 회장이  허상문 작가의 "나비야 청산가자" 작품을 낭송을 했다. 이 많은 분량을 암송하는 것을 보고 기자도 놀랐지만 중간에 노래 등 추임새에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받고 눈시울을 적시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다음은 낭송 작품  '나비야 청산가자' 

나비야 청산가자 /허상문

어머니는 나비를 무척 좋아하셨다.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지만 해고 집 근처 공원의 꽃들 사이에서 팔랑거리는 나비 뒤를 따라다니곤 하였다.

너울너울 허공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며 “아유, 저 예쁜 나비 좀 봐!” 하며 소녀 같은 감성을 보여 주었다.

그렇던 어머니가 이제 한겨울 고목같이 축 쳐져 병상에 누웠고, 그러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그동안 나는 어머니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 했지마 아는 것이 너무나 없었다.

키와 몸무게가 얼마인지, 배 근처에 난 큰 상처가 무어 때문에 생긴 것인지, 왜 우리 앞에서 한 번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고 눈물도 보이지 않는지 몰랐다.

바보스럽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절대 아프지 않는 어떤 트결한 힘을 지난 줄 알았다.

어머니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늦게 잠들고 온종일 일하는 것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새로 지은 따뜻한 밥보다는 가족들이 먹다 남은 밥과 반찬을 다 모아 큰 그릇에 비벼 드시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슬픔도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프게 웃음만 짓는 사람인줄 알았다.

당신의 병은 스스로가 잘 안다며 한사코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고집 피우는 것을 간신히 설득해서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병원 대기실에서 간호사가 와서 혈압을 재고 키와 몸무게를 재었다. 키154cm 몸무게 52kg 중요한 수학 공식이나 되는 듯 잊지 않으려고 속으로 몇 번이나 읊조려 보았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대기실에 앉아 게신 어머니를 바라보니 가슴 한구석이 아려 왔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외갓집을 갈 때면 너무 커 보여 늘 올려다보았다.

이제 보니 어머니의 체구는 너무나 왜소했다.

어머니는 막걸리를 좋아 하셨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틈만 나면 막걸리를 사오게 하고 설탕을 몇 숟갈씩 타서 마시곤 했다.

이것이 오랫동안 쌓여 나중에 당뇨병의 원인이 될 줄은 몰랐다.

보통 때와 달리 꽤 많은 막걸리를 마신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시집올 때의 이야기며, 전쟁 중 피난 때의 이야기, 자식 넷을 키우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 놓으셨다. 처음으로 어머니 얼굴에서 고달프고 힘든 삶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어머니는 갑자기 노래를 부르셨다. “나비야 청산가자/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며는 꽃에서라도 쉬어 가지/ 꽃에서 푸대접하면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 노래를 마친 어머니는 비감한 어조로 이야기 하셨다.

“나도 가끔 나비같이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단다”

어머니의 눈가가 젖는 듯하더니 눈물 몇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난생처음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어머니가 흘린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은 나비가 되고 나비는 꿈을 꾸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임종이 가까워 거친 숨을 몇 차례 몰아쉬던 어머니는 힘겨운 목소리로 마지막 힘을 모아 “애들아! 어서 가거라. 이제 늦었다. 어서 가거라.” 하시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들이 늦을까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 비스듬히 옆으로 누운 어머니의 눈가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렷다.

삼우제를 지내기 위해 어머니의 무덤을 다시 찾았을 때,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근처를 너울대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겨울 동안 보이지 않던 나비가 따뜻한 봄과 함께 날아다닌다. 인고의 추운 겨울을 지내고 희망의 봄이 되어 다시 나타난 저 나비를 어머니가 보시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얀 나비는 나를 돌보던 영원히 다시 나타난 듯 무덤가를 맴돌고 있었다. 내 근처에 와서 잠시 머무는 듯하던 나비는 저 멀리로 훨훨 날아갔다.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제주재능시낭송협회가 13일 오후 7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시, 낭송으로 즐기자 ‘어머니를 노래하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10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낭송하는 고미자 수필가)

고미자 낭송가의 마지막 낭송으로 관객들 뇌리에 오랫동안 말할 수 없는 교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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