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48)버려진 의자
[뉴스N아침시](48)버려진 의자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9.09.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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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남혜란 시인, 시평/현달환 시인
남혜란 시인
남혜란 시인

길 잃은 흉가
골목길 주저앉아 있다
이사하는 날
삐걱 소리 노년의 울음
세월 속 푸념을
등 뒤에 걸터앉혀 놓고
잠시 나그네 흔적 남겼는데
서산 뒤꿈치에 노을 걸려
홀로 머문다

- 남혜란의 '버려진 의자'

살다보면 버려지는 것보다 모으는 데 온 힘을 다 쏟고 있다는 것을 계절이 바뀌면서 느꼈다. 겨울 옷을 찾으면 안 입던 옷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1년에 한 번이나 입을까, 아니면 전혀 입지 않던 옷이 어디선가 나온다. 산다는 것은 수집의 누적인지도 모른다.

이제 여름의 놀음에서 계절이 다시 바뀌며 새로운 가을의 옷을 탈바꿈할 시기가 돌아왔다. 이제는 버리는 것, 하나씩 줄이는 삶을 살아야겠다.  잠시 나그네 흔적 남겼는데/ 등 뒤에 걸터앉혀 놓고 뒤로 가는 인생을 느껴봐야겠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버려진 의자에 누가 임자라고 하면서 달려들고 앉겠는가. 내 것과 남의 것과 그들 것인, 그들 것이었던 의자가 저기 길 모퉁이에 쓰러졌다. 내 인생의 그림자인지도 모른다. [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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