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칼럼](3)금연(禁煙)에 대한 단상
[김성훈 칼럼](3)금연(禁煙)에 대한 단상
  • 뉴스N제주
  • 승인 2019.09.17 17:3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금연(禁煙)에 대한 단상(3)

지난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길가의 코스모스를 보면 가을로 들어선 것이 분명하지만 여전히 무더위의 그림자를 드리운 저녁에 친구와 커피를 마셨다. 친구는 나와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담배를 피우겠다고 말하며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와 함께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 그에게 금연에 대하여 물어봤다.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해보지 않았느냐고. 그는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여러 번 담배를 끊으려고 해봤었지, 하루 동안 금연상태를 유지하는데 성공해도, 집에 가서 밤이 깊어 가면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 친구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왜 계속해서 흡연을 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그는 담배연기를 맛있다는 듯이 내뿜었다.

“담배 사와라! 담배 사와라! 하는 소리가 들려.”

내가 폭소를 터트리자 친구도 같이 웃었다.

“넌 담배를 못 끊겠다.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그는 풀죽은 목소리로 내 말에 동의했다.

“응 담배를 끊는 건 포기했어. 담뱃값이 너무 올라 돈도 만만찮게 들고, 주변사람들도 싫어하니까 끊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아.”

친구와의 대화를 끝내고 잠시 담배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내가 담배와 인연을 맺게 된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기침을 하면서 담배연기를 몇 모금 빨아보고는 사람들이 이런 걸 왜 피우나하는 생각이 담배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담배의 맛을 알게 되었다. 힘든 훈련 중간에 “십분 간 쉬어”라는 구령에 모두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 때의 담배는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담배를 피워물면 훈련의 고단함이 잠시나마 담배 연기처럼 흩어져서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 후 회사에 다니면서 담배를 끊으려고 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어느 날 업무를 끝내고 새로 알게 된 친구와 함께 분위기 있는 카페에 들렀다. 새로이 사업을 시작한 나의 사무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그 자그마한 카페는 편하게 차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카페의 여주인은 친절하고 명랑하여 손님들이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그 카페의 단골이 되었고 보통은 실론티나 한잔하고 나오지만 때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 친구는 담배를 전혀 손대지 않았다. 나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담배를 계속 피워댔다. 그 친구가 그리 즐거워 보이지는 안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내게 담배에 대하여 불평하였다.

“어제 같이 이야기하는 동안에 담배연기가 옷에 베어 집에 가서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담배를 끊든가, 그렇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겠군요.”

그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충고를 하자 나는 당황하였다. 순간 화가 나기도 했으나 금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아마도 다시는 담배를 피우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나쁜 습관을 들이는 데는 큰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몸에 배인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이 담배를 시작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담배를 배우면 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연을 실행하기 보다는 흡연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흡연방지운동도 중요하지만 병역의무를 위한 병영생활에서의 흡연방지 및 금연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의 군대에서부터 국민건강을 위한 의미 있는 금연 활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금단증상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증상이 없다고 하여도 담배를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것은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리적 압박감에서 해소되는 듯해서 일 것이다. 금연을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까지도 바뀐다!”

“담배가 떨어졌다. 담배를 사와라. 담배를 사와라”

나는 담배가 떨어진 저녁에 친구의 머릿속에서 들린다는 담배를 사오라는 명령소리를 생각하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사람의 행동이 감정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과 행동, 그리고 행동과 생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행동과 생각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하게 사는 것이리라.

먼, 먼 훗날에라도 내 친구가 금연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