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교 칼럼](128) 불리불기(不離不棄) 
[유응교 칼럼](128) 불리불기(不離不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10.06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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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조시인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디카에세이상 첫 수상자

제127장

불리불기(不離不棄) 

유응교 시인
유응교 시인

위지안이라는 중국 여인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유학(留學)한 뒤 서른 살의 나이로 세계 100 대 대학 중의 하나인 상하이 복단 대학교(大學校)의 교수가 되었는데 당시 최연소 교수(敎授)가 되었다.

황량한 벌판을 에너지 숲으로 만드는 프로젝터가 그녀에게 주어졌는데 이제 막 “엄마, 아빠” 말하기 시작(始作)한 한 살 배기 아들과 자상한 남편이 있는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한 삶이었고, 매일 매일 행복(幸福)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운명(運命)이 그녀를 지독히도 질투(嫉妬)했는지 그녀의 몸속에 아무도 모르게 독한 암 세포를 심어 놓았는지 그녀가 몸의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치료(治療)를 할 수 없는 상황(狀況)이었다.

그래서 시한부(時限附) 인생이라는 판정(判定)이 내려졌고 온 몸에 전이된 췌장암(膵臟癌) 세포(細胞) 때문에 체력은 급속히 약해졌고 곧 이어 뼈가 녹아내리는 고통(苦痛)이 이어졌다. 

'암(癌)이 아닐 것'이라고 부정(否定)도 해 보고, 하늘을 향해 절규도 해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신고 있던 양말에 수놓아진 ‘불리불기(不離不棄), 헤어지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 는 글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비록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포기(抛棄)하지는 말자' 고 다짐하고, 

자신(自身)의 블로그에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 이라는 내용으로 글을 쓰기 시작(始作)하였다.

그녀는 “운명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 간다 해도 결코 빼앗지 못할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선택의 권리’ 이다.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최후(最後)의 권리(權利)를 행사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글 하나에 1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記錄)하면서 인터넷 상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전 세계 14억 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녀를 응원(應援)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바람과 기도(祈禱)를 뒤로 하고 위지안은 2011년 4월 19일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위지안이 하늘 호수로 떠난 후에 그녀의 글들은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라는 제목(題目)으로 출간(出刊)되어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벌써 10년도 더 지났지만 현재(現在)도 베스트셀러. 그 책(冊)에서 추려 내었던 문장(文章) 몇 가지를 되놰 본다.

▲“사람은 갑작스럽게 큰 고통(苦痛)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 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 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다.”

▲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삶의 최후 순간까지 혼자 싸우는 게 아니었다. 고개만 돌려 보아도 바로 옆에, 그리고 바로 뒤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우리는 가족과 친구, 소중한 이웃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행복한 것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자기 삶의 궤적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바람직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리라.”

▲“나는 그동안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오늘’ 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그 무수한 ‘오늘’ 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 “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 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 주는지도 모른다.”

▲ “하늘은 매일 같이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게 주었지만 정작 나는 그 축복(祝福)을 못 받고 있었다. 선물(膳物)을 받으려면 두 손을 펼쳐야 하는데 내 손은 늘 뭔가를 꽉 쥐고 있었으니까...”

▲ “어쩌면 병이란, 우리가 평생 살아도 깨닫지 못할 그런 사랑을 일깨워 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處方)일지도 모른다.”

▲ “인생이란 여전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랑할 수 있는 기회’ 로 이루어져 있다.”

▲ “삶이라는 길에는 무수한 아픔과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그 시련들은 삶에 대한 대가로 우리가 마땅히 치러야만 하는 것들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사람마다 각각의 할당량에 차이가 있을 뿐, 눈앞의 어려움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대처 방법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한사코 포기하거나 회피하려고 한다면 시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그것을 온전히 치러야 할 삶의 대가로 받아들인다면, 시련이 아니라 일종의 시험이 된다. 나는 오늘도 아프고 내일도 아플 것이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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