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직선제는 좋지만, 시의원은 뽑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이는 기초자치단체의 시군의회 의원의 비리나 이권 개입, 비도덕적 행위, 자리다툼, 의회 폭력, 막무가내의 언행에 실망한 사람들이 내놓는 의견입니다. 이런 비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헌법 118조 1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에는 의회를 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법인격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제118조 제2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출 방식을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에 따라서는 시장을 직선으로 뽑지 않아도 지방자치단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시장을 직접 뽑지 않고, 의원내각제 또는 위원회 형태 등 의회에서 다양하게 간접적으로 시장을 선출 방식도 가능합니다.
결국, 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하지 않아도 법인격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지만,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직선 시장은 좋지만, 시의원은 뽑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솔직히 온전한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를 반대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지방의원의 자질과 역할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이해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근본적인 대의기관으로서 필수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국회든 지방의회든 집행부보다 의회가 더 우선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헌법에도 정부보다 국회가 먼저 언급되고 있으며, 대통령보다 국회를 더 기본적인 민주국가의 제도로 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역시 집행부인 지방자치단체장보다 지방의회를 먼저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특히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생기고, 대의기관인 의회에 대해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 또한 지역의 작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개별 의원의 행태에 실망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의회가 전제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방의원의 역량 강화와 성실성, 도덕성 확보 등은 선거를 통해 걸러지고 다듬어지며, 학습하고 개혁해 나가면서 점차 개선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며, 그게 진정한 주민자치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의 일이니, 우리가 주체적으로 결정을 하고, 이끌어 가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집행부의 1인 체제가 얼마나 무섭고 위태로운 제도인지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충분히 배웠습니다. 대한민국이 삼권분립이라는 통치구조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행부(대통령) 우위의 정치 구조에서 권력 통제가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지방의원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기초의원(시의원)을 뽑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지방의원으로서 다시금 성찰하고 반성합니다. 하지만 도민의 마음이 모이고 있다고 봅니다. 제왕적이라 할 정도의 과포화된 도지사의 권한을 분산, 분권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제주형 기초지방자치단체 설치에 관한 논의와 추진이 지난날 미숙했던 지방의회 모습과 작금의 우리 의원들의 부족한 행태들로 인해서 부정적으로 흐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기초 지방의회를 부정하게 되면 결국 기초자치단체의 설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법의 확대해석이나 편법으로 시장만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은 변형된 지방자치단체가 되고 주민 통제에 위태롭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저는 이번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기초의회를 전제로 한 완전한 기초자치단체를 설립하고,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지방자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도민의 이해와 기대를 얻고, 벽같이 공고히 서 있는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있어 저 또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