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 위성공장을 짓는 무기 기업 한화 시스템
8월 31일 오후, 평화의바다를위한섬들의 연대 캠프에 참가한 제주, 오키나와, 대만 등 여러 섬과 나라의 시민들이 제주 우주 군사화 현황을 알기 위해 옛 탐라대학 부지 (가칭 하원 테크노 캠퍼스) 현장을 찾았다.
우연이도 그 날은 서귀포 과학문화축전이 오후 2시부터 개막 중이었고 캠프 참가자들의 차들은 맑은 하늘, 떠들썩한 축제분위기 속에, 입구에서 이어지는 대로의 끝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남쪽 서귀포 바다를 향한 쪽은 한화 시스템의 제주한화우주센터 공사로 하얀 담이 높게 쳐진 상태였고 북쪽 한라산 쪽으로는 전파 망원경 아래 여러 천막들이 들어서 있었다.
사진에서 한화우주센터 구축 공사 현장 뒤로 범섬과 제주해군기지 방파제가 보인다.
(사진: 최성희)
약 10만평 옛 탐라대학 부지의 대부분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으로 그 동쪽 경계는 바로 옆에 절대보전지역인 하천이 흐르고 있다. 제주도정은 8월 5일 기만적인 ‘도시관리계획수립 기준(안)’을 발표하며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이라 하더라도 이른바 ‘첨단 산업’ 등을 개발금지에서 제외시켰는데 그 첨단 산업’이란 우주 산업을 말한다.
탐라대는 1997년 하원마을 주민들이 교육을 위해 제공한 목장터에 세워졌으나 2012년 폐교되었다. 2016년 부지를 416억원에 매입한 제주도정이 ‘옛 탐라대 부지 기본구상’을 발표, 산업 단지로의 전환을 꾀한 것은2023년 1월이고 한화시스템과 이른바 ‘우주산업 혁신 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그 해 7월이다. 오영훈 제주도정이 수소, 모빌러티 산업과 더불어 우주산업을 재주의 향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표명했다면 한화 시스템 당시 대표 이사인 어성철은 제주를 ‘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올해 4월 29일 제주도정과 한화 시스템은 옛 탐라대 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한화 우주센터 기공식을 강행하였다. 당연히 도민 단체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다. 2025년 말 완공이 목표인 제주한화우주센터는 위성 개발, 조립 시설로서 연면적 약 3,462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이다.
(2024년 4월 29일 한화우주센터 기공식 규탄 기자회견. 이 때만 하더라도 많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4월 29일만 해도 무성한 푸른 나무 숲이었다. 새들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폐교이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없은 덕에 20~30년 된 무성한 나무들이 여러 식물, 동물 종들의 서식처로 자리 잡았음을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숲들은 넉 달이 지난 후 평탄화 등 공사 기초작업으로 무참히 사라져 가고 있다. 그 파괴의 현장 반대쪽에서 파괴를 축하하듯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니 이 얼마나 기이한가!
캠프 참가자들이 전파 망원경이 있는 높은 곳으로 올라 갔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2008년, 우주 관측망 사업과 관련하여 세운 10층 규모의 전파망원경은 한화 시스템의 우주센터가 들어선다면 한화 시스템의 위성 개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천문연은 2022년 독자 개발한 인공위성 비행역학 시스템을 한화시스템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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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안내원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어서 내려오세요. 거기 위험해요!”
“왜요?”
“로켓이 곧 발사될 거예요”
“네?”
어이가 없었지만 우리는 천막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고 곧 이어 한 천막에서 소음 속에 작은 모조 로켓이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발사되었다. 모조 로켓이라 하나 날아간 높이는 생각보다 높았고 나는 2021년 12월 서귀포 용수리 하늘에서 날아간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 로켓과 2024년 12월 4일 오후 서귀포 중문 해상에서 굉음을 내며 날아간 한화시스템 로켓을 생각하며 소름이 끼쳤다. 2021년 당시 로켓이 날아간 하늘에서 A 자 모양으로 날아가던 새들은 비틀거리지 않았던가.
서귀포과학문화축전 천막에 놓여져 있는 에어 로켓들(사진: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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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일정상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에 부지를 떠났다. 이 곳에서 1100도로를 더 올라가면 지하수특별관리구역 임은 물론, 핵심보전구역임에도 불구하고 1100고지에 최근 세워진 국토부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다가 있다. 이 곳에는 이미 오래 전에 세워진 국방부 레이다, 제주 해군 기지 레이다도 근접거리에 있다.
얼마 후 다시 돌아온 후 에야 ‘축제’의 현장들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다. 일행 한 명이 언급한데로 그 많은 천막들 중 관람객들을 처음 맞은 것은 바로 ‘파괴’의 주체인 전쟁무기기업 ‘한화 시스템’ 의 천막이었다.
서귀포 과학문화축전에 참가한 한화 시스템의 천막 (사진: 최성희)
한 차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지나간 듯 물품이 많이 없어진 자리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판지로 만들어진 작은 한화 SAR 위성 모델과 그 재료 판지들과 모든 방문 어린이들에게 줄 과자통이었다. 과자통 뚜껑에는 한화 시스템의 로고와 SAR 위성이 그려져 있었다. ‘’Road to Space” 라고 쓰여진 한화 시스템의 검은 티셔츠는 덤이다.
(사진: 최성희)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천막 두 켠에는 한화 시스템 기업의 현란한 홍보 영상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한 곳에는 ‘End-To-End Satellite Solutions Provider_초소형 SAR 위성 체계종합·관제·영상분석을 제공하는 Total Solution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방우주력 강화에 기여하겠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고 또 한 곳에는 ‘NAVAL_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와 미래 해양전장의 핵심인 무인체계 등 첨단 기술 기반의 해양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한화 시스템이 2023년 12월 4일 서귀포 중문 해상에서 국방과학연구원의 해상발사대에서 쏘아 올린 소형위성은 지구관측용 합성개구레이더 (SAR: Synthetic Aperture Radar) 였다. SAR 위성은 날씨에 상관없이 관측이 가능하다. 즉 군사용으로 활용가능한 위성이다. 한화 시스템의 위성은 본체와 탑재체(레이더), 태양전지판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 위성은 해군의 ‘첨단 기술 기반의 해양 시스템’에 필수적인 요소로 활용될 것이다.
보라. 한라산 중산간 지하수특별보전 지역에 한화 시스템이 구축할 제주한화우주센터는 제주 남단 서귀포의 모든 마을들을 굽어보며, 그 중에서도 특히 강정마을에 위치한 제주해군기지와 긴밀한 연결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전쟁 기업 한화의 우주 센터는 독자적으로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해군기지와 그 모든 레이다 시설들, 그리고 관련된 모든 민, 군 시설들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제주는 심각하게 군사화의 위협 아래 있다. 군대 뿐만 아니라 기업이 감히 제주의 허파인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똬리를 틀려 하고 있다. 가칭 하원 테크노 캠퍼스에는 위성, 발사체 조립장 외에도 폭발 위험이 높은 액체, 고체 연소 시험장, 우주용 추력기 시험장이 들어선다. 식수로 쓰이는 절대보존 지역 하천 옆이다.
(출처: 제주도정)
9월 5일과 6일 제주에서 ‘군대와 우주산업,’ 그리고 ‘디지털 기술에 내재된 군사주의’로 강연한 바 있는 하와이 활동가 구한 백-만더는 우주 개발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 정부 자료에 의거, 가칭 하원 테크노 캠퍼스의 위성 제조로 환경으로 방출되는 화학 물질 목록은 다음과 같을 거라 추측 바 있다.
염산(Hydrochloric acid), 테트라클로로에틸렌(Tetrachloroethylene), 톨루엔(Toluene), 질산(Nitric acid), 크롬(Chromium), 알루미늄(Aluminu),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니켈(Nickel), Sec-Butyl Alcohol Ammonia(부틸 알코올 암모니아)
후발세대는 어떻게 전쟁에 동원되는가?
다른 천막들을 둘러보았다. 한 쪽에서 많은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이 로봇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서귀포 시청, 제주융합과학교육연구회 외에 서귀포 여러 초중고 학교들의 이름을 내건 천막들에 머리가 멍 해졌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맨 구석에 자리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천막에서 일어난 장면이었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는 2020년 제주도내 최초로 군 특성화고로 선정된 학교로 해군 정보통신기술 인력 양성을 하고 있다.
그 천막에는 컴퓨터 앞에 앉은 어린이들이 ‘탱크 배치해주세요. 탱크’라고 외치는 천막 안내자들의 지시를 들으며 혼자서, 또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모조 무인 탱크들을 원격 조종하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파괴됨’이란 글자가 선명했고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 우리 공격당했다. 우리도 공격했는데 다른 게 우리 공격했나 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진: 최성희)
(사진: 최성희)
2014년 공군이 공동창설한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도 이런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전쟁 게임하는 컴퓨터 화면에는 영어로 선명하게 “Abandoned village”라고 적혀 있었다. 제주해군기지는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에 기지를 개방하여 어린이들에게 전쟁무기를 관람하고, 앉아보게 하고, 부모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 38조 2항은 ‘15세 미만 아동이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축제의 장면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동원된 장면이라 한다면 과장일까. 위성을 조립하고 로켓 발사 놀이를 하며 로봇에 익숙해지고 파괴를 놀이 삼도록 ‘조건’되는 우리 후발 세대는 한화 시스템의 달콤한 과자통을 받으며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박탈되는지 생각할 수 있을까.
한화 시스템은 어떤 기업인가. 한국 4대 전쟁 무기기업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 시스템은 이스라엘의 무기 기업인, 엘빗 시스템, 엘타 시스템 등과 무기 생산 및 수출 협력을 맺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학살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4만명이 넘고 부상자도 8만명이 넘는다. 이 중 많은 수가 여성과 아이들이다.
자신에게 과자통을 주는 전쟁무기 기업이 자신이 숨 쉴 무성한 나무들의 숲을 빼앗아 갔으며, 그 숲을 날던 새들의 소리를, 수많은 생명들의 존재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 기업이 지구 반대편 자신 또래의 어린이 친구들을 학살하는 공동 주범이란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구한 백-만더는 이렇게 말한다.
“군대는 민간 우주산업 없이 활동할 수 없다. 이것이 왜 우주산업 생산품과 서비스의 1위 소비자가 미국 군대인 이유이다.[..]
“전쟁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우주 산업에 집중하기에 가장 타당한 장소들 중 하나인데, 왜냐하면 한국은 중국과 매우 가깝고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고 한국 전쟁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너무나 많은 돈이 불안정으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매우 많은 부당한 행동들은 “국가 안보”라는 핑계 하에 불안정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은 또한 미군에 대한 한국 군대의 지속적인 종속을 정당화한다. 이것이야말로 “식민화 colonized”의 정의이다 [..]우주산업은 이윤을 위해 불안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 우주산업은 경제에 전쟁을 일으킨다. 한국인은 군사적 목적의 희생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것은 긴 걸음의 역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뿐이다(백구한)"
전쟁 무기 자본과 그에 결탁한 정치인들은 후발 세대의 미래를 근저에서부터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의 자리를 박탈하고 있다. 한화 시스템은 " 우주산업을 이끌어갈 지역 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작은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쟁자본이 우리 후발 세대의 삶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것은 지하수가 흐르는 대지 뿐만이 아니다.
모조 에어 로켓이 지나간 자리에 기이한 하얀 띠가 남아 있었다. 구름처럼 움직이지도 않는, 그러나 그 자국을 선명히 남기는, 도대체 저 띠는 어디서 온 것인가.
(사진: 최성희)
최성희는 강정마을 평화 활동가이며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등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