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보는 스토리](29)빗낫이 떨어지는 날
[카톡으로 보는 스토리](29)빗낫이 떨어지는 날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9.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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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세상은 인간의 것이 아니리라"
이석행 전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이석행 전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빗낫이 떨어지는 날

재래시장으로

추석맞이 차례상

장을 보러 갔었다네

흐르는 땀

주체하지 못하며

송편도 부침개도

떡갈비도 나물볶음도

다 만들어 판매하더라

손수 장만해야 건만

돈으로 해결하는 현실

정성이 아니라

지극한 형식이 안타까워라.

하지만 살아오면서

차례상 습관으로

뇌가 명령하니

북어포에

정종까지

한 보따리 장만하여

끙끙거리며 돌아왔더라

어릴 적

이 밤은 설렘이었던 기억

아련하게 떠오르더라.

양말 한 켤레

새 고무신 한 켤레

추리닝 한 벌

머리맡에 쌓아두고

밤이 새기를 기다리던.

햅쌀을 준비하려

홀태에 볏짚 몇 단 홀 터

방앗간에 지개지고 가던 일.

다 기록할 수 없어라.

추석날이면

조상님들께

감사하고

감사하는 맘으로

차례 모시고 성묘하고

점심나절쯤

동네 소유 풍물 치며

이집 저집

음주와 가무로

음식 탐험하며

친구도

형님도

삼촌도

할배도

함께 어우러지던

그 시절….

아~~~

옛날이라네

그 시절에

지금 내 나이

우리 동네 큰 어른….

그렇게 속절없이 갈 세월

더 한들

덜 한들

종착역은

거기가 거기련만

욕심과 욕망으로

아옹다옹

인생의 한평생

참으로 허무하여라

사람은 사람에게

필요한 쓰임새 인생.

팔월 열나흘 달이

구름에 가려

이따금 타원형으로

구름 속

그리고 대지 위를

들락날락하는 밤

한가위 전야여라….

막걸리도 한잔하면

참 분위기 있을 듯 한밤.


#. 비낫 : 빗방울 사투리

《청인의 한가위 전야에....》


추석의 기억과 그리움

추석을 맞이하여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일부터 시작해, 과거의 추억과 그리움을 엿볼 수 있는 여정을 담고 있는 모습에서 청인은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정성을 들여 장을 보면서도, 현실에서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며, 형식적인 제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어릴 적의 추석은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던 시절이었음을 회상하며, 양말과 고무신, 추리닝을 머리맡에 쌓아두고 밤을 새던 기억을 소중히 여긴다. 그 시절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은 이제는 잊혀진 과거로, 그리움과 아쉬움이 담겨 있다.

또한, 한가위에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성묘를 다녀오며, 이웃과 함께 풍물놀이를 하며 음식을 나누던 풍경은 따뜻한 인간애와 공동체의 정을 느끼게 한다.

청인은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며, 지금은 그 시절이 아득한 옛날로 여겨지는 현실을 적고 있다. 현재의 자신과 과거를 비교하며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하는 청인의 목소리에는 깊은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욕심과 욕망에 휘둘리며 살아온 인생이 결국은 종착역에 도달하게 되는 이치와, 사람 사이의 쓰임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추석 전야의 막걸리 한잔이 분위기를 더할 것 같은 밤, 청인은 그 시절의 향수를 간직하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감정의 여정을 묵직하게 담아냈다.해피 추석하기[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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