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모님 희생으로 받은 돈, 헛되이 쓸 수 없다”...87세 어르신 기부 사연은?
[인터뷰]“부모님 희생으로 받은 돈, 헛되이 쓸 수 없다”...87세 어르신 기부 사연은?
  • 고창남 수석기자
  • 승인 2024.09.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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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을 안길 청소하는 남원읍 한남리 문학수씨 전격 인터뷰
유년시절 배우지 못한 한, 미래 후세대에게 도움주려 기금 기부
마을회서 문학수 어르신 공덕비 세우기도...읍에서 표창상신 중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서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을 안길을 청소하는 어르신이 있다.

4.3 유족으로 국가에서 받은 보상금 9000만원 중 3000만원을 마을 발전을 위해 쓰라고 기부까지 했다. 화재의 주인공은 문학수 어르신으로, 올해 87세이다. 4.3때 아버지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유년시절 배우지 못한 한을 한남리 후세대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금을 기부했고 한남리 마을회는 문학수 어르신 공덕비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한남리 냇가와 거리를 청소하며, 힘 닿는 데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마을 청소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지난 8일 한남307 카페에서 화제의 주인공 문학수 어르신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문학수 어르신

#. 지난 3년동안 매일같이 마을 안길을 청소하시는 봉사활동을 벌이셨고 그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4.3 보상금을 받아서 3천만원을 마을발전 기금으로 기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남들이 마다하는 마을 안 길 청소를 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 나이가 70살 되니까,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 말 같아도, 70이 되니까 딱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제 농사도 더 이상 지을 수 없고,.. 내가 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조금만 시간이 있으면 '마을 안길이라도 청소를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다가, 그래 나이 80이 넘어 가지고 농사를 안 지으니까 시간이 되고, 시간이 있으니까, 당시 고관진 이장님한테 “이제 나이도 들고 해서 마을 안길 청소라도 해보겠다”고 얘기해서 청소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해온 것입니다.

#. 그런데, 이 봉사활동이 읍에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과는 다른 건가요?

-.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거 읍에서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일당 받으면서 하시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 소리 하지 마시오. 나 혼자서 매일 3년동안 마을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거요.'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이장도 이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던데, 내가 그렇지 않다고 얘기했고, 이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마을안길을 자발적으로 청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남리 마을 안길을 청소하는 문학수 어르신

#.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받은 4.3 보상금 9000만원 중 3000만원을 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하셨다고 들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큰돈을 기부하게 되셨나요?

-. 4.3 때 내 나이가 11살이었어요. 11살이라면 사실상 뭐 알다시피 어디 갈 때가 집에 있는데, 우리 골목에 살았어요. 집이 가니까 막 집이 불이 활활 타고 있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보목리로 보목리 고모네 집에 가서 2년을 살았어요.

아버지는 4.3 때 동지달 초일렛날 우리 할아버지 제사라. 그때 그냥 앉아서 묵은 집에서 제사를 지내 가지고 뒷날은, 강승만씨네 집이 맨나중에 불탔는데, 거기 집이 불타는데 가니까 총살해버린 거야. 집 타는 거 거기 가니까 그냥 총 맞아 가지고 돌아가신 거지요.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구.

4.3이 끝나서 한남리 마을이 재건되고 나는 보목리 고모네 집에 살다가 다시 한남리로 돌아와서 살게 되었지. 그때 동네 부락에서 많이 도와준 거야 그러니까 부락 어른들이 도와주고 했으니까 4 3에서 보상금 받은 것도 부락의 발전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4.3때 희생해가지고 돈 나온 건데 이돈은 아무데나 쓰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이들한테 조금씩 주면서도 이 돈은 담배 사서 피우지 말라, 아무데나 쓰면 안된다고 말했지요. 부모님 한테서 시작된 돈이다 보니까 이런 걸 아무데나 쓰면 안 되고 보람 있게 써야 된다고 생각했지요. 부모님, 조상님들 목숨을 받쳐서 받은 돈인데...

#. 그러면 아버지는 4.3때 군경의 총을 맞아 가지고 돌아가신거네요?

-. 그렇죠. 아버지는 군경의 총 맞아서 돌아가신 거고,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지요. 그래서 졸지에 고아가 된 것이지요. 고아로 살아왔고 살아오다 보니까 우리 한남리민 여러분들이 나를 도와줘 가지고서 한참 세월이 흘러 가지고는 이제는 법이 좋아져서 4.3 유족들 보상해준다고 해서 실제로 나는 만지지도 못하고 보도 못한 돈이 9000만원이 나왔더라고. 이돈을 보니까 딱히 쓸데도 없고 해서...

#. 쓸데가 없다니요? 아니 저 아드님도 있고 손자들도 있고 하신데 왜 쓸데가 없어요?

-. 이장님이나 마을 주민들 많이 도와주었지요. 뭐 설거지 다 해줘 가지고... 이렇게 협조해주고 해서 마을에서 협조하고 도와줘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사실 쓸데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아들들하고 딸들하고 모여서 이 돈은 부모님의 희생으로 받은 돈이니까 헛되이 쓰면 안되고 마을에서도 많이 도와줬으니까 이돈은 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하여 자식들의 동의를 받고 기부하게 된 것이다.

#. 한남리 오병국 노인회장님이 이렇게 아름다운 미담을 읍장한테 얘기를 하고 그렇게 해서 표창도 상신한다고 들었는데, 축하합니다. 소감은?

-. 아직 표창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만한 일로 노인회장께서 표창도 상신해주시니 쑥스럽고 고맙기 그 지없다. 앞으로도 마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 마을에서 잘 협조해주고 도와줘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한남리 마을 안길을 청소하는 문학수 어르신

#. 조금 전에 어릴적 4.3 얘기도 말씀하셨는데, 어렸을 때 기억나는 추억이나 뭐 얘깃거리라도 한 번 말씀하실 거 있으면 말씀을 해주시죠.

-. 4.3 얘기는 그 때 내가 보목리 고모네 집에 가서 살아 버렸으니까 잘 모르고, 그때 아버지가 이제 총을 맞아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신 거 그 정도지요.

어린시절에는 하도 살기가 어려워서 초등학교를 다 못 다녔어 못 다녔고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초등학교 졸업을 다 못했죠. 그때 민보단을 중심으로 길목마다 보초를 섰는데, 학교 다닌 사람은 보초를 안섰어. 그래서 보초 안 설 욕심으로 학교 들어간다.

#. 앞으로 자라나는 후배들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아니면 마을 발전을 위해서 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은 한번 해주시죠.

-.  마을 발전을 위해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이장님을 비롯하여 젊은 후배들의 몫이고 나는 내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마을 안길 청소를 계속 할 것이고요. 그런데, 이 일은, 마을 거리 청소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요. 일 할 때에는 계속 할 거고. 우리 동네 어른들이 다 착하시니까 건강하고 다 발전될 걸로 봅니다.

#. 어디 뭐 몸이 아프시거나 그러진 않지요? 건강은 어떠세요?

-.  아, 물론 아픈데도 있지요. 우리 나이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얘기를 하면 뭐 건강하다 하지만 몸이야 다 아프지요. 그렇지만, 나 하고 싶은 일이라 그러니까 그렇게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면 피곤하지 않습니다.

#. 사모님이 건강이 안 좋으신데도 불구하고 마을 발전기금을 기부를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하여튼 그래서 하여튼 축하드리고 뭐든 건강하시고 이제 뭐 하시는 일들 다 잘 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어르신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문학수 공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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