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자 칼럼](40)단편소설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연재 -3회
[이문자 칼럼](40)단편소설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연재 -3회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9.0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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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뉴스N제주는 ‘이문자 칼럼’인 '내 인생의 푸른 혈서'를 게재합니다.
이문자 님은 시인이자 소설가로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으로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류 작가입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문학상 수상 외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2024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 선정되기도 했고 시집 <푸른혈서> 외 다수의 작품을 냈습니다.

앞으로 '이문자 칼럼'을 통해 자신이 쓴 시를 함께 감상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가야할 길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현재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가 시라는 언어를 통해 내 마음의 힐링과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뉴스N제주에 칼럼을 허락해 주신 이문자 시인님의 앞으로의 건승을 빌며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바랍니다. 이번주부터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 단편소설을 5회동안 연재합니다.[뉴스N제주 편집국]

이문자 작가
이문자 작가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

이문자

세 사람은 식당에서 나와 옆 건물로 걸어갔다. 연한 회색 건물 통유리 안이 들여다보인다. 1층으로 들어서니 은색으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카페의 내부 공간은 연청색 계열을 많이 사용해 밝다. 직원들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 앞치마를 허리에 묶고 있다. 넓은 카페의 공간은 깔끔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카페는, 대부분 햇빛이 들어와서 눈이 부시다.

“우리 어디에 앉을까?”

유나가 창가 쪽 흰색 블라인드를 내리려 하다가 묻는다.

“그냥 조용하게 중앙에 앉자. 저기 4인용 원탁 자리 괜찮겠네.”

제임스가 중앙의 자석을 가리키며 움직이자, 유나와 미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으로 이동해 앉는다.

“우리 뭐 마실까?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실 건데…”

“나는 캐러멜 마키아토 마실래. 달콤한 게 당기네.”

미나가 빠르게 나서서 주문받는다. 제임스가 손을 저었다.

“아니야, 나 취직도 시켜주고 밥도 사줬는데 당연히 커피는 내가 사야지.”
“어이구, 앞으로 살 기회는 많거든.”

제임스의 말에 미나가 웃으며 말을 가로막는다. 말하고 어색한지 콜록거린다. 다시 마스크로 손이 간다. 제임스는 따뜻하고 진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미나가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고, 영수증과 함께 돌려받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흰 와이셔츠에 검정 앞치마를 한 남자가 진동벨도 내민다. 미나가 자리에 돌아와서 앉는다.

“제임스, 제니 하고 케시는 자주 연락해?”

“일주일에 몇 번씩 채팅하고 가끔은 통화도 하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여전히 남자 친구도 안 만들고 퇴근 후에도 둘이 붙어 다니나 봐.”

진동벨이 울린다.

“내가 가져올게.”

제임스가 미나 앞에 불빛이 깜박거리는 진동벨을 집어 들고, 일어서서 빠르게 움직인다. 쟁반을 내려놓고 제임스가 재빠르게 테이블을 정리한다.

제임스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말이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이던 봄, 걸리면 치명적이라는 호흡기 질환의 내용이 하루 종일 뉴스에서 떠들었다. 유나는 좀 지나면 다른 유행성 독감처럼 옛 이야기할 때가 오겠지. 생각하면서 하던 운동도 그만두고, 외출을 줄여 가며 때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는 오지 않고, 점점 두려움만 쌓여 갔다. 일 년이 지나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유나는 미나를 보며 모두가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유나가 미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마스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쓰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로 약국에서 줄까지 서가며, 마스크를 모은 적도 있다. 유나는 어느 순간부터 미나의 마스크 낀 얼굴에 익숙해졌고, 끼지 않은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미나는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집에서는 어쩌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하고 있다. 심지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도 최소한의 필요 부분만 허락한다. 유나는 그런 미나를 보면서 답답하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내면서 결벽증이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생각은 답답해 보이던 것도 당연시되어 갔다. 미나가 다시 콜록거린다. 마스크를 잡아당기다 놓는다.

“커피 식겠다. 마시면서 얘기하자!”

제임스가 미나를 쳐다보며 얘기한다. 유나와 미나가 제임스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여름 여행지에서다. 삼 년이 넘게 영어 회화 학원 수업만 받는 것이 지루해졌다. 중간중간 코로나19로 휴강을 오래 했던 것도 의욕을 떨어뜨렸다.

“우리 이제 해외로 자유여행 한번 갈까? 영어 회화 경험도 해볼 겸.”

팬데믹 시대가 삼 년이 넘어가자, 뉴스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점차 완화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움직이는 곳마다 열을 체크한다든지 손을 소독하는 모습은 사라져갔다. 코로나19 의무 검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나야, 이제 팬데믹 시대도 끝나가는데, 우리끼리 있을 때는 마스크 좀 벗는 게 어때?”

“아니야, 뉴스 보니까 의무로 검사를 안 해서 그렇지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 나오고 있대…”

미나는 콧등에 마스크를 잡았다 놓으면서 콜록거린다. 유나는 그런 미나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씬하고 키도 크고 흰 피부에 커다란 눈. 성격도 활달하고 배려심도 있어서 영어회화반 회원들도 부러워하는 친구다. 그런 미나가 단 하나, 마스크를 내려놓지 못한다. 전에는 세상이 그러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사에 날짜를 맞추고, 원하는 대로 해외여행을 예약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여행을 간다면 넌, 어디로 가고 싶어? 난, 괌하고 세부 가보고 싶은데. 아직 못 가봤거든.”

“그래, 나도 거기라면 괜찮아. 그럼, 우선 괌으로 알아볼까? 여행사 어디 아는 데 있어?”

얘기 나온 김에 여행사에 다니고 있는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울려도 받지를 않는다.

“전화 안 받네.”

미나의 마스크 위와 아래로 보이는 피부색이 오늘따라 더 희게 느껴진다. 목소리도 처음보다는 힘이 없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핸드폰이 울린다. 여행사 친구한테서 걸려 온 전화다.

“그래, 요즘 많이 바쁘지?”

“어, 코로나가 좀 풀리니까 정신없다. 방금도 고객 상담해 주느라고 전화 못 받았어. 반갑다. 무슨 일이야?”

“동네 친구랑 괌으로 자유여행 다녀올까, 하는데 거기 어때?”

“괌도 괜찮지. 그런데 괌은 시차 때문에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여자들끼리 불편하지 않겠어?”

“그럼, 필리핀 세부로 알아봐 줄래? 8월 초는 여름 휴가철이라 아주 정신없을 것 같으니까, 중순 정도가 좋을 것 같아.”

“알았어. 내가 자세히 알아보고 카카오톡으로 바로 연락할게.”

(단편소설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 연재 5/3회, 다음에 이어서.)

◆이문자 프로필

이문자 소설가, 시인, 칼럼니스트

. 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 뉴스N제주 칼럼니스트

.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종로미술협회 회원

. 한국예총 종로지부 기획위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문학상 수상 외

. 한국소설가협회 2024 신예작가

. 단편소설 《내미는 손》, 시집 《단단한 안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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