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뉴스N제주는 ‘이문자 칼럼’인 '내 인생의 푸른 혈서'를 게재합니다.
이문자 님은 시인이자 소설가로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으로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류 작가입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문학상 수상 외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2024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 선정되기도 했고 시집 <푸른혈서> 외 다수의 작품을 냈습니다.
앞으로 '이문자 칼럼'을 통해 자신이 쓴 시를 함께 감상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가야할 길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현재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가 시라는 언어를 통해 내 마음의 힐링과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뉴스N제주에 칼럼을 허락해 주신 이문자 시인님의 앞으로의 건승을 빌며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바랍니다. 이번주부터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 단편소설을 5회동안 연재합니다.[뉴스N제주 편집국]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
이문자
학원이 있는 상가를 나와 건널목 앞에 섰다.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신호등이 길게 느껴진다. 빌딩 사이로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무척 파랬다.
“10월의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든다니까.”
마스크 위로 보이는 얼굴이 유난히 희게 보이는 미나가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다.
“열흘 전만 해도 덥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미나도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인다.
“세월은 속일 수 없다니까.”
제임스도 한마디 한다. 유나와 미나도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초록 불로 바뀌자, 제임스가 앞장서서 건넌다. 유나 뒤에서 미나가 쿨럭거리며 따라간다. 반대편에서 건너오던 노인이 얼굴을 찡그리며 살짝 빗겨서 건너간다. 건널목을 건너면 코스트코 대형 할인 매장 건물 앞이다.
“우리 스파게티 먹으러 갈까? 일요일에 가족들과 먹었는데 맛있더라.”
미나는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할 때면 유난히 눈이 반짝거린다. 코스트코 대형 할인 매장 옆 건물 2층에 있는 작은 식당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로 벽을 두르고 있다. 체리 톤의 붉은 기가 도는 벽은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벽의 군데군데 서각 작품을 보는 듯한 문양이 눈길을 끈다. 나무로 만든 항아리에는 이국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유럽풍으로 그린 그림을 조각칼로 판 작품이다. 부드럽게 다듬고 흐린 청록색을 입힌 다음 니스칠을 했는지 광택이 난다. 작게 흐르는 재즈 음악도 고급스러운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나는 평소에 좋아하던 양송이버섯과 햄과 베이컨이 들어간 카르보나라를 주문한다. 미나도 유나를 따라 주문한다. 평소에 토마토를 좋아한다던 제임스는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토마토스파게티를 주문한다.
“여기 오니까 제임스랑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
“그러게. 거기 분위기 참 좋았어. 이름은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카페 입구에서 장미 모양 인장을 찍어주었지. 흰장미의 넓은 정원도 기억에 남아. 인공으로 만들어진 꽃 속에 조명을 넣어 장관을 이루었지. 난, 거기 바닷바람도 잊히지 않더라고. 밤바다의 바람도 상쾌하고 끈적거리지 않고, 물론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더 기억에 남지만 말이야…”
유나가 지난여름 필리핀 여행을 떠올리자, 미나가 쉴 새 없이 추억을 뒤따른다. 미나는 말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마스크를 잡아당기며 콜록거린다. 음식을 가져오던 직원이 쳐다보며 이마를 살짝 찌푸린다.
“저희 가게 처음인가요? 가게 인테리어를 유심히 보시는 거 같아서요. 이탈리아에서 삼 년 살다가 들어와서 음식점을 열었어요.”
음식을 가져온 사람은 식당 여사장이다.
“아, 그래서 식당이 고급스럽고 이국적으로 느껴졌군요. 정말 아름다워요.”
유나가 살짝 웃어 보인다. 옆에서 미나가 조금 전의 앙금이 남았는지 한마디 한다.
“사장님, 제가 기침을 해서 불편하셨나요? 제가 긴장하거나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콜록거리는 습관이 있어서요.”
“아,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니고요. 제가 시력이 안 좋아서 안경을 안 끼면, 가끔 미간을 찌푸리는 습관이 있어요. 손님께서 불편하시면 나오는 기침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여사장은 테이블 위에 가져온 음식을 정리해 주며 살짝 웃는다. 미나는 마스크를 잡아당기며 콜록거린다.
“맛있게 드세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미나는 마스크를 낀 채로 밑부분을 접고 돌려서 코 쪽으로 올려놓는다. 유나와 제임스는 불편해 보였지만, 쳐다보다가 그냥 식사한다. 미나도 말없이 식사한다.
“제임스, 여기 학원은 어때? 원장님은 어떠셔?”
“응, 말씀도 재밌게 하시고, 이방인에 대한 배름도… 아니다. 배려도 있으신 거 같아. 좋으셔…”
제임스는 한국에 들어온 지 육 년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말을 큰 불편 없이 한다. 아직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다. 조금 전에도 배려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았는지 입에서 배름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래도, 생각하며 정정해 가면서 손동작과 표정으로 곧잘 대화를 풀어나간다. 미나도 식사를 끝내간다. 유나는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식사 계산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임스가 입을 연다.
“옆 건물 1층에 깔끔하고 밝은 카페가 있던데, 우리 거기 가서 커피 마실까?”
“그래, 거기로 가자.”
세 사람은 앉던 자리를 대충 둘러보고 일어선다.
미나는 가게 문이 뻑뻑한지 손에 힘이 들어간 것처럼 힘들게 문을 열며 나간다. 그 뒤로 유나와 제임스도 나간다.
유나와 미나가 처음 만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된 1월, 같은 시기 같은 생각으로 같은 곳을 찾으면서부터다. 유나는 처음 다니는 영어 회화 시간이 쉽지 않았다. 어릴 때도 영어를 접했지만, 뭘 모르고 시험 위주의 학습이었다. 지금은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하여 영어 회화를 시작했다. 사 년 동안, 유나가 지칠 때는 미나가 끌어주고, 미나가 지칠 때는 유나가 끌어주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 유나와 미나는 고급반이다. 고급반으로 등록하는 날에 유나와 미나는 야호를 외쳤다. 고급반이라고 해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유나는 아직도 듣는 것도 쉽지 않고, 모르는 단어투성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왔다는 게 자랑스럽다. 유나와 미나가 결정적으로 친하게 된 것은 이름 때문이었다. 처음 등록하고 얼마 동안 강의 시간에 강사는 유나를 보면서 미나라고 불렀고, 미나를 보면서 유나라고 불렀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강의 시간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사건으로 강의가 끝나고 두 사람은, 근처 공원에서 강사 흉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단편소설 《마스크를 좋아하세요? 나는 마스크를 좋아합니다.》 연재 5/2회, 다음에 이어서.)
<프로필>
이문자 소설가, 시인, 칼럼니스트
. 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 뉴스N제주 칼럼니스트
.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종로미술협회 회원
. 한국예총 종로지부 기획위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문학상 수상 외
. 한국소설가협회 2024 신예작가
. 단편소설 《내미는 손》, 시집 《단단한 안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