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디카에세이상 첫 수상자
제108장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必有餘慶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는 말이다.
주막집 장대비 쏟아지던 날
밤 천둥 번개 치고
비가 퍼붓듯 쏟아지는데
주막집의 사립문 앞에서
누군가 울부짓는 사람이 있었다.
“영업 벌써 끝났소.”
자다가 일어난 주모는 안방 문을 쾅 닫아 버렸다.
그 때 열두어살 먹어 보이는 사동이 나와 서 사립문을 열어 보니 한사람이 흙담 에 등을 기댄 채,
질척거리는 흙바닥 에 앉아 있었다.
고주망태가 된 술꾼 인 줄 알았는데 술 냄새는 나지 않았다.
가시넝쿨 속을 헤맸 는지,
옷은 찢어 졌고 삿갓은 벗겨졌고 도롱이는 비에 흠뻑 젖어 있으나 마나다.
사동이 그를 부축 하며 뒤뜰 굴뚝옆에 붙어있는 자신의 쪽방으로 데려갔다.
내일이 장날이라
장사꾼들이 빼곡 하게,새우잠을 자는 객방에는 자리가 없었을 뿐더러
흙투성이를 방에
들이게 할 수도 없었다.
사동이 반평도 안되 는 자기 방으로 그 사람을 대려가
호롱불 빛에 보니
그 사람은 볼품없는 노인이었다.
동창이 밝았을 때
노인이 눈을 떠보니
자신은 발가 벗겨져 있고 옷은 바짝 말라
머리맡에 개어져 있었다.
그때 사동이 문을 열고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아궁이에
옷을 말렸으니 입으세요.”
그 몇일 후, 그 날은 장날이
아니라 일찍 주막문을 닫으려 하는데,웬 장정이 들어왔다.
주모는 바깥 나들이 를나갔고 사동 혼자 있었다.
“너, 나하고 어디 좀 가야 쓰것다.”
장정이 사동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안돼요. 왜요?”
그렇지만,덩치 큰 장정은 사동을 번쩍 들어 사립문 밖에 매어둔 말에 태웠다.
말은 달리고,
사동은 떨어질세라
장정의 허리를 껴안았다.
수십리를 달려 고래 등 같은 어느 기와집 앞에 멈췄다.
사동이 바들바들 떨면서 장정에게 이끌려
대문 안 사랑방으로 갔다.
유건을 쓴 대주 어른 이 빙긋이 웃으며 사동의 두손을 잡았다.
“내가 누군지 알겠 느냐?”
“어? 그날 밤 비를 맞고...”
“그래, 그렇다.
내가 어머님 묘소에
갔다가 갑자기 폭우 를 만나,하인은 낭떠 러지기에 떨어져 죽고 나혼자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여우고개 아래 너희 주막에서 너를 만나 지 않았더라면
나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사동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놀라움에 벌린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그날 밤비를 맞고
주저앉은 노인을 보고,
"붓장수일까, 갓장 수일까,아니면 비렁 뱅이일까?"
온갖 추측을 다 했는데,
이런 큰 기와집 주인이라니...
“너의 바람이 뭐냐?”
“돈을 벌어서 주막을
도로 찾는것입니다.”
원래 여우고개 아래
주막은 사동네 것이었다.
그런데 이태 전,
7년이나 누워 있던
사동의 아버지가
이승을 하직하자
약값으로 쌓인 빚 때문에 주막은 저잣 거리 고리채 영감에게 넘어갔다.
사동의 어머니는 저잣거리 국밥집 찬모로 일하게 됐고
형은 장터에서
지게꾼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금 주막집 주모는
고리채 영감의 사촌 여동생이다.
사동의 내력을 다 듣고 난 대주 어른이 물었다.
“몇년이나 돈을 모으면,그 주막을 도로 찾을 것 같으냐?”
코흘리개를 겨우 면한 사동이 손가락 을 세어 보며 말했다.
“십년 안에는...”
대주 어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동을
말에 태워 돌려 보냈다.
이튿날 대주어른이
저잣거리 고리채 영감을 찾아가,
주막을 사겠다고 흥정을 했다.
이미 주막이 넘어간
가격을 알고 있는데
고리채 영감은
터무니 없는 값을 불렀다.
며칠 후 나루터
옆에 목수들이 모였다.
"뚝딱 뚝딱"...
석달 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월상달에,
널직한 기와집
주막이 완공됐다.
대주 어른은 완공식 날,땅 문서와 집 문서를 열두살 사동에게 줬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선하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넘쳐난다.
남모르는 외지인
불청객이라도 서로 도와가며,베푸는 인정이 언젠가는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의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옮겨온 글
시인 유응교 '그리운 것이 아름답다'라는 시집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해학과 웃음, 그리움을 선사하는 전북대 건축학과 유응교 교수가 뉴스N제주에 그의 시조를 소개하는 '유응교 칼럼'을 연재합니다.
그는 둘째 아들(저자 유종안)이 쓴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라는 책을 보고 ▲태극기▲무궁화▲한글▲한복▲한식▲한옥▲한지▲국악(판소리)▲아리랑▲인쇄술(직지심체요절)▲조선왕조실록▲사물놀이▲전통놀이▲K-Pop▲도자기(달항아리)▲팔만대장경▲거북선▲태권도▲한국의 시조▲한국의 온돌-아자방▲한국의 막걸리▲한국의 풍류-포석정▲한국의 불사건축-석굴암▲한국화 김홍도의 씨름 등 총 24개의 항목에 대해 동시조와 시조로 노래해 대단한 아이디어 창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공학박사 유응교 시인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사)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8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디카에세이상 시상위원회(위원장 장영주)와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협력약정서를 맺어 가진 우리나라 최초로 공동 시상하는 디카에세이상에 첫 수상자로 얼굴을 알리는 영광도 가졌다.
유응교 시인은 전남 구례 ‘운조루’에서 출생해 1996년 「문학21」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년문학』 동시 부문 등단,
칼럼집 <전북의 꿈과 이상>, 유머집 <애들아! 웃고 살자> 외 3권, 시집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외 25권, 동시집 <까만 콩 삼 형제>외 1권, 동시조집 〈기러기 삼 형제〉외 3권 등을 펴냈다.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대 공대 건축과 교수, 전북대 학생처장, 미국M.I.T 연구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건축 추진위원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대 명예교수다.
유응교 교수님의 해학과 웃음, 감동을 주는 시조를 앞으로 매주마다 뉴스N제주를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 바랍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