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교 칼럼](103)효불효교(孝不孝橋) 
[유응교 칼럼](103)효불효교(孝不孝橋)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8.13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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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조시인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디카에세이상 첫 수상자

제103장
효불효교(孝不孝橋)

유응교 시인
유응교 시인

뼈대있는 가문이라하여 
어린 나이에 시집왔더니 
초가 삼간에 화전밭 
몇 마지기가 전재산이었다.
정신없이 시집살이하는 중에도 아이는 가졌다.

아들 여섯 낳고 시부모 상 치르고 또 아이 하나 뱃속에 자리 잡았을 때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백약이 무효, 덜컥 저 세상으로 가 버렸다.

유복자 막내 아들을 낳고 
유씨댁이 살아 가기는 더 바빠졌다.
혼자서 아들 일곱을 키우느라 
낮엔 농사일, 밤이면 삯바느질로 십여년을 꿈같이 보내고 나니 아들 녀석 일곱이 쑥쑥 자랐다.

열여섯 큰 아들이 
“어머니! 이젠 손에 흙 묻히지 마세요” 하며 
집안 농사일을 시원시원하게 해치우고,

둘째는 심마니를 따라 다니며 
약초를 캐고 가끔씩 산삼도 캐 쏠쏠하게 돈벌이를 하고, 
셋째는 형들이 등을 떠밀어 
서당에 다니게 됐다.
일곱 아들이 효자라 
맛있는 걸 사다 제 어미에게 드리고 농사는 물론 부엌일도 
손끝 하나 못 움직이게 했다.

살림은 늘어나고 일을 하지 않으니 유씨댁은 몇달 만에 새 사람이 됐다.
새까맣던 얼굴이 박꽃처럼 훤해지고 나무 뿌리 같던 손이 비단결처럼 고와졌다.

문제는 밤이 길어진 것이다.
베개를 부둥켜 안아봐도, 
허벅지를 꼬집어 봐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씨댁은 바람이 났다. 

범골 외딴집에 혼자 사는 
홀아비 사냥꾼과 눈이 맞았다.
농익은 40대 후반 유씨댁이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깊은 맛을 알게 된 것이다.

일곱 형제가 잠이 들면 
유씨댁은 살며시 집을 나와 
산허리를 돌아 범골로 갔다. 
어느 날 사경녘에 온몸이 물에 젖은 유씨댁이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 왔다.
 
개울을 건너다 넘어져 발을 삔 것이다. 
일곱 아들은 제 어미 발이 삐었다고 약방에 가서 고약을 사오고 쇠다리 뼈를 사다 고아 봉양을 다했다.

며칠 후 유씨댁은 발의 부기가 빠지고 걸을 수 있게 되자 또다시 아들 일곱이 잠든 후 집을 빠져나와 범골로 향했다,

유씨댁은 깜짝 놀랐다.
개울에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이다.일곱 아들의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그 다리를 
효불효교(孝不孝橋)라 불렀다. 

이승에 있는 어미에게는 효요, 저승에 있는 아비에게는 불효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기록되어 있으며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었던 신라시대의 다리(경상북도 사적 제 457호 지정)이다.
일명 칠성교로 불리기도 한다.
요즈음  자식들은 우리들에게  
무슨 다리를 놓아 줄런가? 
          ~옮겨온 글

*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기록되어 있으며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었던 신라시대의 다리(경상북도 사적 제 457호 지정)

시인 유응교 '그리운 것이 아름답다'라는 시집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해학과 웃음, 그리움을 선사하는 전북대 건축학과 유응교 교수가 뉴스N제주에 그의 시조를 소개하는 '유응교 칼럼'을 연재합니다.

그는 둘째 아들(저자 유종안)이 쓴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라는 책을 보고 ▲태극기▲무궁화▲한글▲한복▲한식▲한옥▲한지▲국악(판소리)▲아리랑▲인쇄술(직지심체요절)▲조선왕조실록▲사물놀이▲전통놀이▲K-Pop▲도자기(달항아리)▲팔만대장경▲거북선▲태권도▲한국의 시조▲한국의 온돌-아자방▲한국의 막걸리▲한국의 풍류-포석정▲한국의 불사건축-석굴암▲한국화 김홍도의 씨름 등 총 24개의 항목에 대해 동시조와 시조로 노래해 대단한 아이디어 창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공학박사 유응교 시인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사)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8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디카에세이상 시상위원회(위원장 장영주)와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협력약정서를 맺어 가진 우리나라 최초로 공동 시상하는 디카에세이상에 첫 수상자로 얼굴을 알리는 영광도 가졌다.

유응교 시인은 전남 구례 ‘운조루’에서 출생해 1996년 「문학21」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년문학』 동시 부문 등단,

칼럼집 <전북의 꿈과 이상>, 유머집 <애들아! 웃고 살자> 외 3권, 시집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외 25권, 동시집 <까만 콩 삼 형제>외 1권, 동시조집 〈기러기 삼 형제〉외 3권 등을 펴냈다.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대 공대 건축과 교수, 전북대 학생처장, 미국M.I.T 연구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건축 추진위원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대 명예교수다.

유응교 교수님의 해학과 웃음, 감동을 주는 시조를 앞으로 매주마다 뉴스N제주를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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