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교 칼럼](101)포정해우
[유응교 칼럼](101)포정해우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8.10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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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조시인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디카에세이상 첫 수상자

제101장

포정해우

유응교 시인
유응교 시인

대학(大學)이라는 경전에서는 격물치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의 지식을 극진하게 이루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궁극에까지 이르는 데 달려 있다(致知在格物). 사물의 이치가 궁극에까지 이른 다음에 내 마음의 지식이 극진한 데 이른다(物格而後知至). 이것을 일러 나의 지식이 극진한 데 이르렀다고 한다(此謂知之至也).”

격물이란 어떠한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려고 할 때 피상적인 상식선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실험과 실행과 실습을 통해 그 사물(事物)의 물리적 이치를 완연하게 알아가는 공부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앎이 완연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수행하는 일속에서 충실한 격물을 통해 예술 물리와 미학과 예술철학을 굳건히 세워가는게 살아있는 직분이고 명분이다.

예술속에 작용하는 물리적인 탐구미가 미학이 되고, 이러한 미학들이 자연미와 우주미에 부합하여 진리에 가까워지면 그것이 철학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학이든 철학이든간에 바탕이 되는 것은 물리를 터득하는 것이다.

생생한 물리운동 속에 자연의 진실과 진리가 숨어있으니 현자들은 저마다의 지혜로서 강구하여 그 속에서 위대한 학문세계를 이루어왔다. 그래서 대학장구의 팔조목(八條目)인 격물 치지 정심 성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중에서 격물(格物)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다.

장자의 양생주편(養生主篇) 에 나오는 포정해우(庖丁解牛)에 관한 글을 한번 살펴보자. 이 고사는 너무도 유명하여 수많은 도인들과 예술가들이 인용하였다. 득도란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함을 바로 알 수 있는 명문장이다.

"포정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았다. 손을 갖다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짓누르고 , 무릎을 구부리고 동작에 따라 서걱서걱 뼈 바르는 소리, 칼의 움직임에 따라 싹둑싹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들은 모두 음률에 맞았고, 상림이라는 무곡에 맞춰 춤추는 듯, 경수라는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듯 했다. 문혜군이 말했다. '참 대단하구나! 기술이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포정이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소 뿐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자 통째인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신(神)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감각기관을 멈추고 신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입니다. 하늘이 준 결을 따라 큰 틈새를 비집고 큰 구멍에 칼을 들이 대는데 원래 그렇게 된 소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따를 뿐입니다.

그리하여 이 기술로 아직 한 번도 인대나 힘줄을 잘못 베어본 일이 없읍니다. 하물며 큰 뼈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 않겠습니까? 솜씨 좋은 요리사는 해마다 칼을 바꿉니다. 그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요리사는 달마다 칼을 바꿉니다.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제 칼은 19년이나 되었고 그동안 소를 수천 마리나 잡았지만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틈새가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읍니다.

두께 없는 것을 틈 사이에 넣으면 널찍하여 칼날을 놀리기에 반드시 여지가 있게 되는 것이지요. 하여 19년이나 되었어도 칼날이 이제 막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근육과 뼈가 엉긴 곳에 이를 때면, 저는 그 일의 어려움을 알고 두려워 조심합니다. 눈길을 그곳에 멈추고, 행동을 천천히 하며, 칼을 매우 미세하게 움직 입니다.

그러면 뼈와 살이 툭 하고 갈라지는데, 그 소리가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러고는 칼을 들고 일어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흐뭇한 마음으로 칼을 잘 손질하여 갈무리 합니다. 문혜군이 말했다. '훌륭하구나. 나는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養生)이 무엇인가를 터득했다."

 마치 득음한 광대의 소리를 본듯이 기운이 생생하다. 달인진기재아( 達人盡其在我)라고 했다. 통달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는 뜻이다. 포정이 소를 대하여 작업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온힘을 다하는 것이 눈에 선하다. 소를 잡는 백정의 격물정신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명문장이다. 

이 명문은 기술을 통해서 도에 들어간다(由技進道)는 깊은 철학이 담긴 이야기다.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바로 유기진도(由技進道)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인도(人道)의 궁극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려준다.

문혜군은 한낱 소 잡는 백정이 무슨 도가 있으랴 하고, "기술이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하면서 포정의 수고를 한낱 기술의 교묘함으로만 간주해버리니, '기술이라니요'하며 포정은 난데없이 칼날의 도를 이야기 한다.

장자는 기교에서 예술로 나아가는 것을 도(道)라고 말한다. 포정은 처음부터 소잡는 일을 도(道)로 보고 도 닦는 심정으로 소를 대한 것이다라고 한다. 온 정신을 집중하여 소 밖의 다른 것은 일체 생각치 않고 오로지 소만 보다가 결국엔 소가 되어버린 물아 일체의 경지에 이르니, 칼이 소의 근골에 부딪힐 일이 없게 되어 신기(神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포정은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소 뿐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자 통째인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신(神)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라고 자신이 득도한 비결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다.

칼을 들고 처음 소를 대할 때는 오로지 소의 해부(解剖)에만 신경을 써서 골육근(骨肉筋)의 구조와 연결을 파악하는데 주력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 과정은 그야말로 자나깨나 오로지 소만 생각하면서 칼을 놀렸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니 결국엔 자신과 소와 한몸이 되어서 마침내 신기(神氣)로서 소를 대하게 되니, 칼은 신명(神眀)으로 움직여 걸림이 없게 되는 경지 오르게 되었다고 포정은 힘주어 말하고있다. 

신기의 경지는 일을 통해서 드러나고 보여지는 것이다. 그 일을 신기롭게 보여주고 들려주려면 포정처럼 오랫동안 소잡는 일에 매진해야하고, 또 소의 해부학과 물리적인 이치를 완연하게 파악하는 각고의 격물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 방식의 학교 공부처럼 듣고 보는 지식 습득만으로는 실제적인 물리를 터득할 수가 없다. 안다는 것은 체득이 되어야한다. 체득이 격물치지(格物致知)다.  몸으로 실제적인 실행을 해서 철저한 격물을 통해서 얻어내는 것이 체득이다.

미학이나 철학같은 학문은 바로 체득한 결과물의 학문이다. 장자가 포정이라는 백정을 굳이 이야기하며 유기진도(由技進道)라는 철학적 명제를 던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뜻에서 일 것이다. 철학을 알려면 먼데서 찾지말고 바로 자신의 일에서 찾아라는 것이 장자의 철학이다.

불가에서도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 했다. 소릿꾼은 소리를 통해서 의사는 의술로서, 운동선수는 자신의 운동 기술을 통해서, 농사꾼은 농삿일로, 영업사원은 영업술로, 사업가는 사업술로, 학자는 자신의 학술로, 연기자는 연기로, 글쟁이는 논술로 도(道)를 체득하여 맘껏 펼쳐내고 사는 것이 유기진도(由技進道)의 본 뜻일 게다.

해를 보내면서 나의 소리를 다시 들여다본다.
               글  채현병(한국시조협회전회장)

시인 유응교 '그리운 것이 아름답다'라는 시집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해학과 웃음, 그리움을 선사하는 전북대 건축학과 유응교 교수가 뉴스N제주에 그의 시조를 소개하는 '유응교 칼럼'을 연재합니다.

그는 둘째 아들(저자 유종안)이 쓴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라는 책을 보고 ▲태극기▲무궁화▲한글▲한복▲한식▲한옥▲한지▲국악(판소리)▲아리랑▲인쇄술(직지심체요절)▲조선왕조실록▲사물놀이▲전통놀이▲K-Pop▲도자기(달항아리)▲팔만대장경▲거북선▲태권도▲한국의 시조▲한국의 온돌-아자방▲한국의 막걸리▲한국의 풍류-포석정▲한국의 불사건축-석굴암▲한국화 김홍도의 씨름 등 총 24개의 항목에 대해 동시조와 시조로 노래해 대단한 아이디어 창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공학박사 유응교 시인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사)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8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디카에세이상 시상위원회(위원장 장영주)와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협력약정서를 맺어 가진 우리나라 최초로 공동 시상하는 디카에세이상에 첫 수상자로 얼굴을 알리는 영광도 가졌다.

유응교 시인은 전남 구례 ‘운조루’에서 출생해 1996년 「문학21」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년문학』 동시 부문 등단,

칼럼집 <전북의 꿈과 이상>, 유머집 <애들아! 웃고 살자> 외 3권, 시집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외 25권, 동시집 <까만 콩 삼 형제>외 1권, 동시조집 〈기러기 삼 형제〉외 3권 등을 펴냈다.

한국예술문화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 아동문학상, 소년 해양문학상, 새전북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대 공대 건축과 교수, 전북대 학생처장, 미국M.I.T 연구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건축 추진위원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대 명예교수다.

유응교 교수님의 해학과 웃음, 감동을 주는 시조를 앞으로 매주마다 뉴스N제주를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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