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제3회 대한민국 대사배 끝내고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제3회 대한민국 대사배 끝내고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8.04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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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이만수 감독
이만수 감독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갑자기 동남아시아의 야구전파와 나비효과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한 사례를 통해 지금 이 나비효과를 실감하게 될 그날을 말해보고 싶다. 

요즈음 한창 열리고 있는 제 33회 파리 올림픽 기간(2024년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에 베트남 다낭에서도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가 올림픽 기간과 같은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지난 7월 29일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 가 모두 끝이 났다. 이번 대회는 비록 짧은 3일간의 대회였고 3번째 열리는 대회였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부상자도 없었고 또 경기 진행도 가장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베트남 야구협회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까지 이번 대회가 가장 성공리에 잘 끝났다며 입을 모은다. 이번 대회만큼 나의 마음을 벅차게 한적도 없었던 것 같다. 

27일부터 시작한 경기는 이른 아침 정각 6시에 3군데에서 동시에 게임에 들어갔다. 지난 3일 동안 모든 스텝진들과 심판진들은 새벽 3시 40분에 다 일어나 운동장 나갈 준비를 했다. 나는 베트남 초대 감독인 박효철 감독과 심판진들하고 새벽 5시까지 운동장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과 새벽 4시30분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아침 햇살도 뜨기 전에 심판진과 스텝진들이 모두 운동장에 나왔다. 이번 대회에 선수들이 게임할 때 아무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심판진들이 일찍 운동장에 나와 새벽 5시부터 그라운드 손질을 했기에 이른 시간인 6시부터 게임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도록 완벽하게 세팅 해 놓았다.

이번 대회 장소인 다낭에서도 축구장을 개조한 두면과 맨땅인 경기장에서 베트남 야구협회에서 특별히 개조한 마운드와 한국에서 들어온 심판 10명이 그라운드에 서 있으니 비록 정식 야구장은 아닐지라도 이들로 인해 경기하는 것처럼 보여 다행이다.

비록 야구 경기라고는 하지만 모든것들이 다 열악하고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모든 선수들이나 감독들은 전국대회 한다는 것 하나로 인해 모두가 들뜬 마음이다. 누가 보더라도 야구장이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초라한 경기장이지만 일찍 도착한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에 찬 표정만큼은 이러한 열악한 시설이 크게 상관없어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10명의 심판이 보여주는 멋진 퍼포먼스의 제스처는 가던 사람들까지 신기했던지 한참 구경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 베트남 사람들이나 선수들까지 정식 야구심판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음을 느꼈다. 물론 매년 대회를 할 때마다 대한민국 심판진들은 모든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그들이 외치는 우렁찬 ‘스트라이크’ 소리와 절제된 동작은 자리에 참석한 모든 베트남 사람들에게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만수 감독 현역 시절
이만수 감독 현역 시절

새벽 3시40분에 모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모든 심판들이 3군데에서 하루 동안 5게임을 보았다. 나 또하 심판들과 함께 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그들 앞에서 나만 편안하게 쉴 수가 없었다. 이들과 3일 동안 경기장에서 함께 하면서 혹 다친 선수는 없는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지 잠시라도 눈을 땔 수 없어 운동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매 경기마다 이른 새벽에 나와 늦은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호텔에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래도 차 안에서 그날 한 경기 내용에 대해 서로 피드백하며 즐겁게 웃는 심판진들을 보면서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이들 심판진들이 없었다면 이번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는 성공리에 끝낼 수 없었다.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은 27일 첫날 6시 정각에 게임이 플레이 되자 벅차 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라오스부터 시작해 베트남까지 많은 대회를 했음에도 나는 이번 “대한민국 대사배” 보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이번 대회 만큼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오죽 했으면 첫날 하루 동안 5게임 모두 끝내고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저녁도 먹지 않고 그대로 침대로 달려가 누웠을까... 40도가 되는 뜨거운 날씨와 습도까지 높아 심판 경력 20년 이상 된 분들도 한 게임이 끝나면 파김치가 되어 주저 앉기 바빴다. 

이번 대회에서 우수선수 선발을 위해 참석한 박효철 감독 또한 단 한명이라도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 분주하게 구장마다 돌아 다니면서 체크한다. 박효철 감독도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일이 기록지를 살피며 선수들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번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에 다가오는 내년 시게임(SEA Game) 과 한국으로 전지훈련 올 수 있는 국가대표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음을 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경기장에는 더욱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지난 7월 27일부터 시작 된 “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 “가 새벽 6시부터 첫게임이 시작이 되었다. 기존에 의하면 24일부터 시작해 4일 동안 경기가 진행 되어 있었는데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서거로 인해 26일까지 모든 행사가 금지 되었다.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도 금지 될 줄 알았는데 베트남 야구협회 쩐득판 회장이 기간만 조금 늦추면 대회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처음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로 내려가 야구를 보급 시킬 때만 해도 모든 환경이나 여건들이 야구를 보급시키고 가르치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을것 같은 마음이었으나 한번 도전해 보고 또 이들에게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에 정말 무모할 정도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야구의 불모지인 라오스로 내려가 야구를 전파할 때만 해도 모두가 불가능하고 무모한 생각이라고 말들을 했지만 남들이 안 된다고 해서 나까지 포기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이번에도 베트남 다낭에서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 열기까지 숫한 어려움과 난관이 있어도 나의 인생철학인 "Never ever give up" 정신으로 끝까지 달려왔다. 

이번 대회 요강은 한게임 시작할 때 두시간으로 정하고 경기장 3군대에서 똑 같이 게임을 시작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축구장 두면과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야구경기를 하기 때문에 한 구장 갈 때마다 거리가 조금 되는 편이다. 그로 인해 구장 갈 때마다 얼마나 많이 다녔으면 3만보 이상 걸었다.

29일 마지막 날 결승전은 하노이 '공안' 팀과 호치민 '사이공 스톰' 팀과의 결승전이 열렸다. 1회 대회 때인 호치민 '사이공 스톰' 팀이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회 대회 때에도 하노이에서 결승전이 열렸는데 그때도 결승전에서 호치민 '사이공 스톰' 팀이 하노이 '아처스' 팀 상대로 이겨 2년 연속으로 우승했다. 

이번 3회 대회는 다낭에서 열렸는데 또다시 결승전에 하노이 신생팀인 '공안' 팀이 올라갔고 호치민에서는 또다시 호치민 '사이공 스톰' 팀이 올라왔다. 올해도 호치민의 '사이공 스톰'이 강력한 우승 팀이다.

경기가 시작 되자 2회와 3회 연속으로 점수가 나 0 : 3으로 하노이 '공안' 팀이 끌려갔다. '공안' 팀이 3회말과 4회에 점수를 1점씩 뽑자 점수차는 2 : 3 박빙의 점수차가 되었다. '사이공 스톰' 팀이 5회에 홈런을 치자 어느새 점수차가 5 : 2까지 벌어졌다. '공안' 팀이 다시 분발해 5회 말에 또다시 2점을 따라갔다.

결승전 답게 양팀 모두 박빙의 점수 차가 되자 결승전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구경 왔는데 경기 보는 내내 모두가 손에 땀을 지게 했다. 이렇게 박빙의 점수차가 되자 하노이 '공안' 팀 공격 일 때 2루에 있던 주자가 3루로 도루하다가 3루에서 아웃이 되자 흥분한 공안 팀의 감독이 3루 주심인 신현민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신현민 심판이 과감하게 퇴장을 명령했다.

하노이 '공안' 팀 감독이 퇴장을 당하자 4 : 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과 밴치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이날 최고의 수훈 선수는 1회부터 7회까지 끝까지 흔들림 없이 잘 던져준 '공안' 팀의 선발투수였다.

마지막 7회말 공격에서 주자가 1 - 2루 상황이다. 점수는 4 : 5 하노이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 2년 동안 하노이 팀이 호치민 팀에게 결승전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만큼은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결승전에 그것도 7회말 마지막 공격이다.

모두가 손에 땀을 지고 구경하고 있는데 여기서 역전 3점 홈런이 터지고 말았다. 극적으로 3점 홈런 한방으로 순식간에 7 : 5 하노이 팀이 호치민 팀을 상대로 역전승 했다. 이 한방으로 인해 결승전 구경온 많은 관중들이나 관계자들이 서로 부여잡고 야단이 났다. 대한민국에서만 그런줄 알았는데 여기 베트남도 이기거나 우승할 때는 이들 또한 매한가지였다.

오늘 결승전을 보면서 옛날 대한민국 프로야구 개막전(1982년 3월 27일)이 오버랩 되는 것이다.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모두가 삼성라이온즈 팀이 이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유승안 선수가 7 - 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7회말 공격에서 동점 3점 홈런과 10회말 이종도 선수의 만루 홈런 한방으로 MBC 청룡 팀이 개막전 삼성라이온즈 팀과의 첫 게임에서 승리했다. 

이종도 선수의 끝내기 만루 홈런 한방으로 인해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서막을 올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오늘 결승전에서 4 : 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끝내기 역전 홈런 한방으로 인해 야구를 전혀 모르던 베트남 사람들이 야구의 진면목을 이날 다 보았던 것이다.

결승전을 보기 위해 이번에 참석한 모든 선수들이 이 광경을 직접 운동장에서 다 보았던 것이다. 평생 야구한 나도 전율이 흐르는데 현장에 있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이 한방의 역전 홈런으로 인해 이제 베트남 야구는 조금씩 불이 붙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든 경기를 이른시간부터 시작해 늦은 저녁시간까지 다 구경하면서 깨닫고 느낀것은 물설고 낯설은 베트남에 들어가 이들에게 야구라는 작은 씨앗을 뿌렸는데 이제 조금씩 삭이 나타나 전국대회도 열고 이들과 함께 야구를 하다보니 소소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았던 야구가 이들에게 큰 꿈과 희망 그리고 비전을 주었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다.

야구로 인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수년 동안 힘들게 했던 일들이 한 순간에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날(29일) 우승한 하노이 '공안' 팀의 선수들과 스텝진들 그리고 임원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다 행복했다.

얼마나 감격스럽고 기쁘면 우승한 하노이 '공안' 팀 선수가 우는 것이다. 야구를 통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괴로워 하고, 힘들어 해도 야구로 인해 모두가 행복해 하는 이들이 고맙기만 할 뿐이다.

앞으로 다가올 캄보디아와 미얀마 야구 전파와 보급까지 많은 이들로 인해 작은 날갯짓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그 날갯짓의 작은 바람이 지금 인도차이나반도에 큰 광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전파하는 수많은 이들로 인해 언젠가 더 강력한 폭풍이 되어 인도차이나반도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까지 야구 광풍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를 성대하게 그리고 마지막까지 드라마틱 하게 기억될 만한 대회를 이끌어준 베트남 야구협회 쩐득판 회장 이하 모든 식구들 그리고 특히 대회명칭을 “대한민국 대사배 전국대회”로 격상시켜준 하노이 한국 최영삼 대사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문화원 최승진 원장... 끝으로 야구를 위해 정열과 헌신을 다 바치고 있는 국가대표팀 박효철 감독과 한국에서 스스로 자원봉사로 참가한 심판진 모두에게 야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가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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