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헐크가 아닌 지혜를 갖고 달려가야 한다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헐크가 아닌 지혜를 갖고 달려가야 한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7.27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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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이만수 감독

다낭에서의 하루 일과를 적어본다. 한국에 있을 때 늘 새벽 5시 전에 일어나는 습관으로 인해 다낭에 들어와서도 어김 없이 새벽 3시면 눈이 떠진다.(우리나라와 시차가 2시간 늦음) 나의 체력을 위해 좀더 자고 싶지만 평생 해오던 습관으로 인해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세수하고 평소에 하던 대로 기도하며 성경을 본다. 새벽 4시 조금 넘어 나의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나간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해변가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베트남 다낭은 난생 처음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다낭의 해변가는 고요하고 아름답다. 

다낭 해변가가 얼마나 길면 내가 있던 곳부터 시작해 북쪽으로 걸어갔다 오는데 왕복 두시간 넘게 걸린다. 걷다가 뛰다가 반복하며 했는데도 다낭 해변가가 너무 길어 두시간을 훌쩍 넘겨 버린다. (다낭 해변가 모래는 우리나라 모래와 달라 아스팔트 위에 카페트 깔아 놓은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직 해변가 3분의 1밖에 걷지 않았는데... 

다음 날은 남쪽으로 걷고 또 뛰려고 한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2시간 30분 가량 운동하고 다시 호텔로 들어온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하게 샤워했지만 무더운 날씨 때문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다시 샤워해야 한다.

이만수 감독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까지 들고 온 책을 읽는다. 이번에 책 두권을 들고 왔는데 이틀 만에 두권을 다 읽는 바람에 다시 또 한번씩 읽게 되었다. 오후 시간에 다시 다낭 주위를 걷고 이들의 일상 생활에 대해 구경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나는 은퇴하고 지금까지 하루 두끼만 먹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는 될 수 있는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저녁시간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글도 쓰고 앞으로 전개될 많은 생각들을 한다. 이번 4일간은 나에게 다시 없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많이 휴식을 가졌고 또 많은 시간을 가졌다. 특히 앞으로 있을 미래에 대한 일들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글로 정리하다보면 나의 남은 삶에 대해 계획들이 세워진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젊은 날의 헐크처럼 무작정 달려가서는 지난번처럼 탈이 난다. 좀더 지혜를 갖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하면 좀더 이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야구를 보급하고 함께 달려갈 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갖으려고 한다.

오늘(27일)부터 시작 되는 “ 제 3회 대한민국 대사배 “가 새벽 6시부터 첫게임이 시작이 된다. 기존에 의하면 4일 동안 경기가 진행 되어 있었는데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서거로 인해 26일까지 모든 행사가 금지 되었다. 

박효철 감독과 함께

베트남 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24일부터 열리기로 했던 대회가 갑자기 27일부터 시작해 29일까지 열리게 되었다. 문제는 간이 야구장(축구장 같은 공터임)에서 3군대로 나누어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미리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심판진들과 운동장 사정을 파악했고 또 이번에도 심판들이 직접 운동장에 나가 라인을 긋고 투수 마운드와 포수 플레이트 거리 측정 그리고 한베이스 거리와 2루와 3루 거리 등 정말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간이 야구장이기 때문에 펜스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레프트 거리와 라이트 거리를 정확하게 라인으로 긋고 홈런 판정은 오로지 심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축구장 두면은 그나마 잔디로 되어 있어 경기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데 한면은 잔디 하나 없는 맨땅에서 야구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 A조 B조 C조 3군데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심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자기 조를 제대로 찾아갈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을것 같다.

4일 동안 열리게 되었던 경기가 3일로 축소 되는 바람에 오늘(27일) 첫날부터 이른 시간인 6시부터 첫게임을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한국에서 힘들게 들어온 심판진들이다. 이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박효철 감독과 심판진 모두 4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운동장에 5시까지는 미리 나가 그라운드 정비부터 시작해 그날의 경기 운영 그리고 양팀 게임 오더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체크해야 한다.

문제는 40도가 되는 무더운 날씨에 심판진들이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풀로 모든 경기를 다 소화를 해야 한다. 체감 온도가 55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에 풀로 하루 종일 심판을 본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심판진들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대한민국의 위상과 한국 야구의 위대함을 이들에게 전파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심판을 보겠단다.

그대들은 진정한 프로입니다....

심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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