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허브티앤푸드연구소
사)국제건강차문화원
한의학박사
The story of Jang Mi-kyung's One Hundred Flower
제36장
산귤꽃
어느덧 2024년의 6월하고 반을 지나가는 신록의 계절이다. 제주의 귤나무들이 밭담 사이로 향긋하게 5월을 장식하는 하얀 꽃들이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모든 이들에게 향기로운 선물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 재래 귤나무 중 Citrus sunki Hort. ex Tanaka 및 Citrus reticulata var. austera Swingle 이라는 학명을 가진 진귤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아주 중요한 약재로 예로부터 진피(陳皮)라는 이름으로 약용되어 왔다. 가지는 가늘고 짧고 작은 가시가 드물게 있기도 하고 잎은 피침형으로 좁고 작게 생겼다. 열매는 작고 동그란 모양으로 일반 귤보다 작고 과피가 얇아서 껍질을 벗기기가 쉽다.
진귤은 약 18개 내외의 많은 씨앗을 가지고 있는데 한방에서는 종자도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래 묵을수록 진짜 약이라 하여 진피라고 하고 열매도 먹어보면 귤 맛처럼 쓰지 않고 달다. 다른 이름으로는 산물, 산귤(山橘)이라고 불린다. 나무에서 귤이 얼마나 많이 열리는지 한 겨울 지나 봄이 지나도록 달려 있다.
5월 초 필자의 지인분이 한의원을 하시는데 그 분의 과수원에 산귤을 많이 심으셔서 과수원에 열매와 꽃을 따가도 좋다고 하셨다. 꽃이 피면 귤꽃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던 터였는데 지인분의 배려 덕분으로 산귤꽃을 만날 수 있었다.
산귤꽃은 산물 열매 만큼이나 꽃도 역시 아담하게 작았고 한 그루에 많은 양의 꽃을 피워냈다. 꽃향도 쟈스민과 아카시아의 향을 담은 청아한 느낌의 꽃이었다.
보들보들 새로난 잎사귀도 어찌나 얇은지 귤잎 보다 작고 향은 좀 더 진해서 다음에 잎도 얻어다가 차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얼마전 귤잎차를 지인에게 얻어 마셨는데 그 맛이 근사했다. 산귤 잎도 그러하리라 상상해본다.
하얀 산귤꽃이 멀리서 보니 점을 찍은 듯 아련하게 퍼져 있는 듯 하다. 필자의 시력이 약한 탓일까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산귤꽃을 팬에다 예쁘게 덖어 보니 색은 아주 연한 베이지와 오렌지색을 닮은 색이고 작은 콩알 만한 크기로 줄어 든다.
제주에는 감귤박물관이라고 있는데 필자는 두 세번을 혼자서 방문하고 지인과도 두어번 가본 적이 있다. 갈 때마다 새로운 단장과 몰랐던 귤들의 정보를 보고 나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전에는 나라에 진상 품목으로 귀하게 대접 받던 나무가 아니였던가? 제주의 지역 방송에서 하도 진상한 품목이 까다로워 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했다는 내용을 TV에서 잠깐 본 기억이 있다. 또 귤도 나무에 구워 먹었다고 하는데 단 맛이 더 느껴지고 한 겨울철 감기 예방은 저절로 되는 약선(藥善)음식이 된 셈이다.
혹자들은 뭘 그렇게 거창하게 얘기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일상에 모든 음식들이 우리의 생존과 밀접하고 흔한 것이 약 일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가깝지만 존재감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이 있다.
진귤은 씨앗도 열매도 껍질도 모두 차로 만들어 보았는데 씨앗은 그냥 과자처럼 먹어도 맛이 있고 열매도 다른 건조한 과일 열매중 고급스런 로열품이라 할 수 있다. 꽃차 소믈리에분들은 제주에서 진귤을 많이 사서 겨울이면 진피차(陳皮茶)를 만들기도 한다. 탱자보다는 약하지만 끈적이는 점성이 있어 귤피를 동그랗게 말아 달팽이 모양을 만들어도 예쁘게 만들어진다.
귤꽃을 많이 따면 열매를 얻을 수 없으니 더욱 귀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방에서 귤꽃은 대대화(玳玳花)라고 하여 광귤나무의 꽃을 약재 또는 차(茶)로 음용했다. 산귤보다는 훨씬 큰 귤이다. 성미는 평(平)하고 맛은 신감미고(辛甘微苦)하여 이기약(理氣藥)으로 쓰이며 귤은 일반적으로 폐(肺)와 비장(脾腸)에 귀경한다. 약리학적으로는 limonene, hesperidin, citric acid, vitamin C, B₁등이 있고 vitamin C는 과육보다는 껍질에 더 많은 함량이 들어 있다.
또 귤꽃에 관한 논문(2022, mun)에 따르면 생화의 기준으로 귤꽃에서 높은 함량을 가지는 성분은 myrcene, (Z)-βocimene, γ-terpinene, indole 등의 순서로 나타났고 귤화차(橘花茶)의 경우 hesperidin, narirutin과 같은 flavonoid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칼륨, 칼슘 등 무기질 성분도 높은 함량으로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필자가 관능평가를 해 본 결과는 귤꽃은 진귤의 약간 톡 쏘는 spicy한 향이 높았고 citrus 향과 꽃향미가 있었는데 앞의 논문 분석 결과와 실제로 spicy 향이 가장 top note로 일치했다. 맛은 달고 약간 떫은 맛과 쓴맛이 있지만 좋은 향기 때문에 소화를 촉진하는 효능과 더불어 기분이 다소 쳐질 때에도 좋을 듯 하다.
항산화, 소화촉진, 항균, 항궤양 등의 약리작용을 다양하게 가지며 한의학에서는 빠지지 않는 진피는 우리에게 늘 상비하고 마시는 차로 적극 추천한다. 또한 귤꽃차도 시각적 효과와 효능이 함께 있으니 활용해 보길 권한다.
귤꽃과 진피를 넣은 꽃 칵테일을 만들거나 귤피를 잘게 채썰어 떡처럼 만드는 귤병도 활용하면 그야말로 K-healthy food가 아니겠는가! 또 중국에서는 진피와 보이차를 만든 공예차도 인기가 있다.
책자로 출간하는 tea 칼럼 이야기에서는 레시피를 소개해볼까 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귤꽃 레시피를 기대해보시라! 필자는 다음 꽃과의 인연을 찾아 7월의 여름에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