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자 칼럼](17)반올림
[이문자 칼럼](17)반올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6.14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뉴스N제주는 ‘이문자 칼럼’인 '내 인생의 푸른 혈서'를 게재합니다.
이문자 님은 시인이자 소설가로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으로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류 작가입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문학상 수상 외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2024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 선정되기도 했고 시집 <푸른혈서> 외 다수의 작품을 냈습니다.

앞으로 '이문자 칼럼'을 통해 자신이 쓴 시를 함께 감상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가야할 길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현재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가 시라는 언어를 통해 내 마음의 힐링과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뉴스N제주에 칼럼을 허락해 주신 이문자 시인님의 앞으로의 건승을 빌며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필독바랍니다.[뉴스N제주 편집국]

이문자 시인
이문자 시인

반올림 

이문자

 

그녀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장마철이면 상형문자의 곰팡이가

우울의 문장을 쓴다

냄새가 몸에 끈적끈적 들러붙어도

무더위에는 반지하가 최고라고 위로한다

 

창살 사이로 햇살은 벽의 반을

데우다가 힘없이 사라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세상에 온전히 닿지 않고

계단은 반만 밝은 사각지대다

지상을 향한 계단은 위에 있는 자들의

몫이라고 체념하다가도 눈과 귀는

창을 두드리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녀가 사는 공간은 어둡고 퀴퀴한

냄새로 얼룩져 있다

지금도 그녀는 반지하 계단을 오르고 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일 층이라고

온전한 봄 햇살을 받을 수 있다고

누구에게는 평범한 시작이

생의 끝 날까지 닿아야 할 목적지라고

 

◇작가의 말

평범한 것이 제일 힘든 것이라고

이문자

필자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서울 연신내에 살았다. 서울 변두리 이곳저곳에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연신내 방 2칸에 거실 겸 주방이 있는 주택을 계약했다.

여기는 지하는 아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문을 열면 1층, 집안으로 들어 가면 불을 켜야 잘 보이는 곳이었다. 집이 경사진 곳에 지어진 주택이라, 집안의 생활이 반지하 같은 느낌을 준다.

반지하의 느낌을 썼지만, 생활을 1층으로 끌어 올리고 싶어서, 제목은 반올림으로 썼다. 힘들게 반올림한 곳이 1층인 사람들의 모습이,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지 생각한다.

문득 오래전,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가와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 평범한 게 제일 힘든 거야!”

“그래? 그렇지, 평범한 게 제일 힘든 거지.”

그 짧았던 대화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어렸던 우리 아이가 나를 가르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평범한 게 제일 힘들다는 말은, 평범한 것이 제일 좋은 거라는 말도 되지 않을지 싶다.

이 작품 《반올림》은 2020년,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시 부문 문학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프로필

이문자  소설가, 시인
. 서울 종로문인협회 사무국장
.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 뉴스N제주 칼럼니스트
. 사)한국소설가협회 회원
.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문학상 수상 외
. 2024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 선정
. 단편소설 《내미는 손》 외
. 시집 《단단한 안개》 외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