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2024-03-28 18:28 (목)
>
제주특별자치도시낭송협회, 159회 정기시낭송 성황리 개최
제주특별자치도시낭송협회, 159회 정기시낭송 성황리 개최
  • 오형석 기자
  • 승인 2019.07.2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일 오후 7시 30분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진행
오상석 회장 "더위 장마로 지친 마음 시의 뜰로 힐링"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시낭송협회가 159회 정기시낭송 공연을 25일 오후 7시 30분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개최됐다.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시낭송협회가 159회 정기시낭송 공연을 25일 오후 7시 30분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개최됐다.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시낭송협회가 한여름 밤 더위를 식혀줄 159회 정기시낭송 공연을 25일 오후 7시 30분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찾아가는 시낭송 행사로 제주시 문화예술과와 한라도서관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도서관 이용객들과 함께 여는 시낭송이 진행됐다.

또한 이날 낭송회는 김옥자 낭송가 회원의 진행으로 이승아 도의원, 송창권 도의원, 정예실 한라대 교수, 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 문경만 보증보험삼다대리점 대표를 비롯한 김장명, 강서정, 원종섭, 정삼권 제주시낭송협회 낭송가들을 비롯한 회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별출연으로 논개정신 함양 시퍼포먼스 출연팀과 통기타 가수인 우종훈 가수와 손녀가 우종훈 작곡 친귀(친구) 동요 외 2곡을 불러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오상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휘영청 달이 뜬 밤, 마음에 고였던 삶의 노래가 그대로 시가 되어 누구라도 시인이 되어 버리는 밤 그런 밤에 여러분을 초대했다”며 “7월 눈이 부시게 푸르름을 더해가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여름의 더위와 지리한 장마 생활의 때로 지친 마음 잠시 쉬어갈 시의 뜰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의 분주함을 뒤로 하고 시의 울림에 고스란히 나를 맡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시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시낭송 순서.

▲섬진강 ..................................................김용택시 / 오시현낭송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시 / 정삼권낭송
▲청포도 ................................................ 이육사시 / 최해인낭송
▲한라의 바람노래 ........................... 김공천시 / 정희복낭송
▲폭풍의 언덕에서 ............................김순이시 /관객시낭송
▲특별공연 – 친구(친귀) 작사,작곡 우종훈, 고다예 (손녀)노래외 2곡
▲자화상 ................................................유안진시 / 정영임낭송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시 / 최옥주낭송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 안도현시 / 손희정낭송
▲특별詩극공연 제9회 전국논개詩낭송퍼포먼스 대회 ‘은상’ 수상
(논개여! 뜨거운 숨을 넣으리라!) 윤숙자,한임숙,이혜정,김기선,송서윤,현예원
▲별의방목 .........................................한기팔시 / 관객시낭송

■시읽기

▲섬진강 1

김용택 ..................오시현 낭송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 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정삼권낭송

아침 6시
어느 동쪽에서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 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청포도
이육사 ..........................최해인낭송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돗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泡)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한라의 바람노래

김 공 천.............. 정희복낭송
눈 감으면 옛 하늘에 불을 뿜던 한라산 기슭
거친 땅 일궈내는 억센 우리 先祖들 모습
호오이! 저 바다엔 잠기락 뜨락 물질노래
밧줄로 얽은 지붕 밑 밤은 神話를 엮는가
삭풍 태풍 어김없이 계절의 인사인 양
휩쓸고 할켜가는 돌섬 이땅 마다 않고
천년을 한도 눈물도 그 바람에 날리면서
선선히 가락 뽑으며 해와 달을 지켜왔다.
귀 기울여 듣는 소리 만년 후도 부는 바람
변하랴 새봄따라 꽃도 핀다 새도 운다
異國 땅에 살다가도 바람 그려 돌아오고
온 세계 온갖 사람들 줄을 이어 찾아든다
오늘은 山海의 神 조상신도 모여 노시니
탐라의 자손 우리 가슴에서 바람 인다.
모두들 일손 놓고 둥둥둥 큰북 쳐라,
그 소리 빛 되어 몸짓이 되어 온 누리를 수놓아라

▲폭풍의 언덕에서

김순이 ............... 관객시낭송
내가 폭풍의 언덕이라 이름 붙인
그 낮은 언덕에는
항시 바람이 분다
쓸쓸해질 때마다 찾아가
바라보는 황량한 들판
그 너머엔 아득한 빛깔로
둥근 산하나
알고 보면 난 너무 많은 것들을
지녀서 괴로운데
기쁨도 슬픔도 저마다의 무게로
가슴에 얹혀서
뿌리 깊은 가시덤불 씨앗이 되는데
홀로 찾아가
거센 바람에 품을 맡기고
비린내 나는 비늘을 털듯이
애증의 더께를 벗겨내는 아픈 시간
새로워지고 싶은 나는
폭풍의 언덕에서
바람에 쓸린다
풀잎으로 쓸린다

▲자 화 상

유안진............... 정영임낭송
한 오십년 살고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
때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 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최옥주낭송​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 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안도현 .......................손희정낭송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나는
빈 들판을 떠돌다 밤이면 눕는
바람이었는지도 몰라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나는
긴 긴 날을 혼자 서서 울던
풀잎이었는지도 몰라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나는
빛 하나 없는
가난한 어둠이었는지도 몰라
그대를 만나기 전에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바람도 풀잎도 어둠도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몰라....

▲별의 방목

한기팔 .................관객시낭송

영혼의 따뜻한 사람은
언제나 창가에
별을 두고 산다.
엣 유목민의 후예처럼
하늘의 거대한 풀밭에
별을 방목한다.
우리의 영혼은 외로우나
밤마다 별과 더불어
자신이 살아온 한 생을 이야기한다.
산마루에 걸린 구름은
나의 목동이다.
연못가에 나와 앉으면
물가를 찾아온 양 떼처럼
별들을 몰고 내려와
첨벙거리다 간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