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그루 시선 41 '달그락, 봄'
[신간]한그루 시선 41 '달그락, 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5.28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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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춘 글/ 130*205/ 120쪽/ 10,000원/ 979-11-6867-167-6 (03810)/ 한그루/ 2024. 5. 31.
장영춘 글/ 130*205/ 120쪽/ 10,000원/ 979-11-6867-167-6 (03810)/ 한그루/ 2024. 5. 31.
[신간]한그루 시선 41 '달그락, 봄'

궁극의 리듬이 안내하는 길

한그루 시선 마흔한 번째 시집은 제주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영춘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총 5부로 나누어 66편의 시를 수록했다.

2018년 『단애에 걸다』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시집 『달그락, 봄』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기반하여 부재와 결핍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을 회복하려는 욕망의 현시화(顯示化)를 시도하고 있다. 이별 혹은 사별로 인한 그리움의 정서가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일상에서의 자아와 근원적인 자아의 단절을 해소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자아와 타자의 불통을 넘어서려는 분투에 이르기까지 그 상관관계는 다분히 복합적이다.

임채성 시인은 해설에서 “‘결핍’은 사랑과 욕망을 매개한다. 결핍 안에서 정해지는 사유의 방향에 따라 인간의 영혼은 존재론적 상승을 바라보기도 하고, 욕망의 논리 속에서 세속과 염세에 물들어 하강하기도 한다.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장영춘 시학의 또 다른 특징은 부재와 결핍을 딛고 일어서려는 힘에 있다. 분명한 실재로서 존재했던 것들의 부재, 채워져 있어야 할 것의 결핍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사랑과 그리움이 이번 시집의 근간이자 궁극이라 할 수 있다.”라고 평했다.

■ 저자 소개

장영춘

2001년 《시조세계》 등단.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집 『쇠똥구리의 무단횡단』, 『어떤 직유』, 『단애에 걸다』, 현대시조 100인선 『노란, 그저 노란』.

■ 목차

1부 누구의 안부일까, 일렁이던 파문은

봄, 엿보다|연두의 시간|산 목련|해후|산정호수의 아침|그 여름|가을을 전송하다|나바론 절벽|자작나무 소묘|상사화|외면했던 날, 뒤에 오는|11월의 숲|빙벽氷壁

2부 사람도 섬이 되는 그런 날이 있다

길 없는 길 위에서|무인도|그 사랑 어쩌라고|번아웃|배설|맨발|남이섬 연가|허공의 집|족쇄를 풀어줘|팔월의 시|고지서|겨울엔|폭설|책장을 정리하다

3부 채우고 채워도 허기로 피는 꽃

어머니 숲|노란 지팡이|가을장마|반지기밥|아버지의 바다|노각|아직도 저기,|팔순의 마당|영주기름집|아프리카 펭귄|구피의 하루|야학의 꿈|시대변천사

4부 메아리로 가득 찬 그 길 위에 마주 서면

당신堂神을 찾던 당신|어머니의 방|산방산, 그 자리|수산 유원지|표해록 발자취 따라|창꼼바위|구상나무|봉근물|터진목|빛의 벙커|물과 물이 손 맞잡고|고시락당|하늘 연못

5부 기다린 당신의 봄은

한라산의 겨울|그날, 이후|달그락, 봄|사월을 노래하다|단비 종일 내렸다|어떤 영상|싱어게인|보리밭|팽목항에서|탐라입춘굿|달밤|도문에 말하다|만주

[해설] 결핍의 시간, 충일의 욕망(임채성 시인)

 

■ 시인의 말

중산간 길을 걷다가 안개에 갇혔다

숨 가쁘게 걸어왔던 길들도 모두 지워지고

덩그러니 중심을 잃고 미로에 선 나

어디로 가야 하나? 뒤를 돌아봤지만

아직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 책 속에서

누구의 안부일까,

일렁이던 파문은

 

소금쟁이 수묵화 치던 물장오리 산정호수

언제나 마르지 않은 푸른 눈빛 간직한

 

서둘러 떠나간 자리

여백으로 남긴 채

 

분화구에 몰려든 어진 안개 달래던

설문대 둥근 밥상에 고봉밥 한 그릇

 

오늘도 모락모락

한 끼니 위로를 얹고

 

벼랑 끝 외줄 타던 산딸나무 사이로

어느새 수천 마리 나비 우화를 꿈꾼다

- ‘산정호수의 아침’ 전문

■ 추천사

시집 『달그락, 봄』은 자연과 인간의 내밀한 교감을 다루고 있다. 탈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화자가 자연을 호명하는 발화 방식은 장영춘 시의 서정을 개성적으로 건설하는 시적 장치이다. 시에서 시적 화자는 자연 사물을 폭력적인 눈길로 재단하거나 감정으로 윤색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간과 자연은 경계를 넘어서서 혼융되는 세계를 창안한다. 

또한, ‘나무, 들꽃, 물매화, 숲’ 등의 의인화된 자연 사물은, 시적 화자가 잠언과 같은 생의 진실을 인식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에 다수 등장하는 자연물은 화자의 과거 아픈 경험의 서사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이 청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으로 감각의 전이와 결합을 통해 고통의 서사는 추상적인 관념에서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변주되고 있다.

 장영춘의 시세계는 감각의 전이와 시적 화자의 개성적인 발화 형식으로 소외된 이들을 호명하고, 자연과 인간의 육체가 뒤섞이는 혼융의 세계인 동시에 우주적인 공간으로 확장을 시도한다. 이 시집은 사물이 우리에게 건네는 따스한 흰 손처럼 “사람도 섬이 되는 그런 날”의 아름다움, 생의 비의(秘義)를 미문으로 정확하게 겨누고 있는 시집이다.

- 서안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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